아무도 일러주지 않았기에


서글프다...

유독 이 말을 얼마나 구박을 해 왔는지 모릅니다.

우리 엄니가 즐겨 쓰시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똑똑한? 며늘,

"엄니.. 실컷 기도는 해 놓으시고 왜 그리 부정적인 허무의 말씀만 즐겨 쓰세요?"

"그래 내 인자 안쓰꾸마~증말 안쓰꾸마~~~"

그래도 어느결에 흘러나오던 며늘아가 죽자 사자 듣기 싫어하는 단 세마디 소리.

"서거퍼~~"


오늘 이 극치의 무지한 글쟁이? 며느리가

지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아름다운 詩를 한 편 접하고

알 수 없는 복통에 허리를 접어 꿇습니다.

아랫배 어느 한 구석에서 동안.......

꾹꾹 참아왔던 내 서글픔이 용트림하나 봅니다.






글:사진/이요조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나래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1939년 《여성》에 발표된 김기림(金起林)의 시






* 지금 옥상에는 똘똘이가 먼-데 하늘을 보고 연신 짖습니다.
아마 울고 있는게지요.
비워 둔 집에서 겨울에 사료만 가지고도 물을 해결할 수가 없어 데려다 논지 한달쯤 된 똘이,
군대 갔다 온 둘째 넘과는 잘 알턱이 없습니다.

그 넘은 잔정이 없거든요(없어 보이는걸까요? 총각 때 지 아범이 그랬거든요
그래서 철없는 각시가 속으로 그랬지요 어디 자기 엄니 아부지 돌아가실 때 함 봐 봐야지
틀림읍시 눈물도 흘리지 않을꺼야 .....
그랬는데... 그랬는데... 난데없는
울엄마가 돌아 가시고는 잉잉 소리내며 대문을 박차고 젤 먼저 달려 들어 온 울신랑....
두 다리 뻗쳐놓고 왕-왕-울데요.
주먹으로 흐르는 눈물, 콧물을 연신 훔쳐대면서요
그래서 바보같은 각시도 그 때, 월매나 따라서 함께 울었는데요

이야그가 삼천포로??

그 똘이에게 다정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니 똘이는 그넘을 넘의 식구 대하듯합니다.
이 모두가 다 지 잘못입니다.
그넘(똘이)앞에다 그넘(둘째)을 데려다 노코 정식으로 인사를 못 시킨 지 잘못입니다.
드디어 오늘아침.. 배를 채였는지 깨갱거리더니....
지금, 유난히 추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짖고 있네요.

"월~워얼월~~"





*친구가 보내 준 표고버섯을 찍음*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癸未年 元旦  (0) 2003.02.01
머리에 인 꽃  (0) 2003.01.30
수신없음  (0) 2003.01.26
나무는..  (0) 2003.01.24
휴가  (0) 2003.01.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