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이제 그만!





    이 봄에 살아있는 것들과 진정 함께 하고싶다.

    나에겐.. 얼마나 암울했던 지난 몇 년 이었던가?

    그래도 그 삭풍의 세월은 나를 이만큼 키워냈다.

    내가 쓰러져 수술을 한 것은 나에겐 먹구름이 몰려 올 전조에 불과했다.


    별 것도 아닌 병이.. 아가씨라 더 신경을 쓰다보니..(과단성을 내리지 못한 의료진)

    그 게 화근이 되어 수 차례의 수술로 입원 ...병원생활을 하는 첫 딸아이...

    나에겐, 병원생활이 전부가 되다시피한 지난 몇 년 이었다.

    짬짬이 사이버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난 나를 이완시킬 뿐,


    동안 많은 이들을 알았다.

    격리된 듯 세상 뒷켠에 존재하는 육신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그들과 친구하며 얘기하며... 막상 죽음 목전에서도 일반인들과는

    하등 다름없는 아니지 몇 만배나 더 애틋한, 소중한 생명임을 알고 느꼈다.

    죽음이 칼로 썰듯 생명을 두 토막 내기 전까지는 모든 게 같았다.

    왜 누가? 나에게 이런 시련의 골짜기로 내 몰았는지?

    난, 미욱해서 아직도 그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아직도.....


    다른 병동이지만 친숙하게 지낸

    간암 말기로 죽어가던 전직 4대신문의 엘리트 기자... 그리고 그의 아내,

    마지막이 될 그의 생일에 내 손으로 직접 꽂아 만든

    꽃바구니를 안긴지 며칠 후 그는 영면의 눈을 감았다.

    그 후로도 간간이 전화 연락을 하는 그의 아내는(심리 상담사)

    우울만 강의하다보니 자기가 더 우울증에 빠져들더라는....

    그래서 잠시 두고 다시 시작한 공부(한양대학원)를 한다던 그의 미망인.. 여xx


    잠시도 침대에 있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다른 이들을 위로하던 골육종이 폐에까지 번진...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청년 동민이,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 중학교도 못간 채..여고생 나이가 되버린 골육종의 미림이,

    자궁양피암? 이 뇌에까지 번진 쌍둥이같은 아들 둘을 둔 젊은 새댁 쭈루 엄마...
    그렇지만 젊은 부부의 환한 그 얼굴들... 그 남편의 어질디 어진 얼굴~~

    신앙심이? 그들의 온전한 사랑이?


    작은 키가 한이 되어 들어 온 정아 .... 아직 예후가 좋지 않아 집에서 괴로워하는...

    참하고 예쁜 아가씨~~

    이들이 내가 되잖게 긁적이는 칼럼 식구들 구성요원이다.

    (이 글을 읽는 미루나무 환우들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잊을만하면 간혹 얼굴을 디밀고는 인사를한다.

    그 외에도 가까이 지내던 환우 할머니들, 한 번씩 안부 전화에 얼마나 반가워들 하시는지...

    내가 왜 이글의 서두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오늘 날씨가 그런가 봅니다. 왜 봄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잠시 뒷걸음치는 꽃샘 추위에 그런 헛 이야기가 한숨 새듯 하는.... )

    물리치료실에 가서도 성한 사람 마주 보기에 저들 먼저 민망해 하는 아이들이

    어쩐지 날 좋아라 한다. 아니지..내가 먼저 좋아하는 관심의 눈빛을 던졌을까?

    슬그머니... 먹을 것을 저들이 먼저 건넨다.

    눈물이 나려한다. 차마 눈을 마주 볼 수가 없다. 그 작은 정에도,,감동을 받는 나...

    저들의 비틀어진 사대육신 대신에 심성은 얼마나 올곧고 순수한지...

    내 심성의 사대육신은 저들보다 반듯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재작년에는 ... 시어른의 양녀인 독거노인이 다니던 시골 교회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우리집에서 셋째인 막내를 키워주시던..형님)

    중풍으로 쓰러 졌노라고....

    시골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환자의 침대에는 지린내가 났다.

    병원에서도 데려 가란다.

    교회에서도 더 이상 손 봐줄 사람이 없단다.

    참으로 난감했다. 날 언듯 언듯 알아보는 그녀가 불쌍했다.

    "형님아 우리집에 가자 ..일단 가보자.."

    그랬더니.. 그말은 알아 듣는지 벌떡 일어나 침대 난간에 걸터 앉는다.

    차 뒷좌석에 뉘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며..기저귀를 두어번 갈아 채우기를 진땀이 다 났다.

    집에 데려다 놓았지만 일일이 안아 일으키기에도 벅찼고 내 허리로는 무리였다

    거기에다 용변을 못가리니... 앉히면 옆으로 픽 쓰러지고....

    옆에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혀 끈으로 묶어(미끄러질까)두 사람이 들고 욕실로 데려가

    샤워시키기에도 지쳐서 울며..기도하기를 보름만에 주님은 불쌍한 딸을 조용히 걷우어 주셨다.

    우리 막내는 영정앞에서 밤새 무릎꿇고 앉아 훌쩍거렸다.

    참. 기른 情이 무엇인지.....

    막내 보기에 도리를 다 한 것같아 조금은 떳떳한 마음도 들었다.
    (그 걸 빗대어 계산하는 치사한 나...)



    내가 왜 이글을 쓸까?

    더 이상... 불행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이 봄에 파르라니 돋는 새싹과 함께... 나도 기쁜일에 동참하고 싶다.

    가는 생명이 아니라

    기꺼이 오는 생명들을 만나고 싶다.

    새싹이 좋다.

    새 생명이 좋다.

    아가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좋다.

    그래서 오는 봄을 남다르게 기다리고저 하는 나...

    또 황사가 일겠지

    그러나 참고 기다리리라

    꽃봉오리 아프게 터지는 봄의 소리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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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알의 밀알로 썩기엔 너무 늦은 나, 용서하소서~~")




    장사익/허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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