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나"
누구나 나를 찾기 위해서 분주히 뛰어다닙니다.
그리이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나를 갖춘 인물을 찾기 위해서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사람을 찾습니다"
라고 중얼거리며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쉽사리 내가 찾아지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한평생을 살면서도 정작
나는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
그것도 모른채로 그냥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만 허송하다가
가고 만다는 것이지요
주민등록증에 있는... 이런 이름 말고,
정말로 나는 누구입니까?
나를 찾기 위한 작업은 고통입니다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습니다.
나 혼자서, 철저히 나 혼자서 나를 찾아야만 합니다.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나를 찾는 작업을 오늘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그 작업이 너무나 힘이 듭니다.
정답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보편적인 길인가 하면
어떤 사람은 파란만장한 서사시를 쓰고도 남을만한 일들이 주어집니다.
그렇게 다르기에 남에게 나를 가르쳐 줄수도 없습니다.
나를 찾는 작업은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몫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42.195km를 끊임 없이 달려야하는 고독한 작업이 마라톤입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을 한 황영조는
"마라톤이 인간의 행위 중 가장 포악한 경기다"
라고 말했습니다.
마라톤은 운동기구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팬티 하나, 런닝 한 장, 신발 한 켤레면 됩니다.
그것을 걸치고 단조롭게 계속 뛰어야 합니다.
저도 마라톤을 뛰어 보았습니다만,
한참 뛰다가 보면
이게 정말 계속 뛰어야 하는건지..
나는 정말 맞게 뛰고는 있는 것인지를 모르겠는 겁니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뛰어야 하는지
막 신경질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목표지점에 가까와 올수록 점점 더 신이 납니다.
나중에는 터질듯한 쾌감이 옵니다.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할 즈음이면
그동안 내가 무슨 고생을 했는지를 잊을만큼,
극도의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런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합니다.
'베타 엔돌핀'이라는 우리 몸 안에 있는 물질이
달리는 동안 몸 안에서 농도가 상승합니다.
이게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우리는 마치 중독현상과 비슷한
쾌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우리가 마라톤과 같이 힘든 인생을 살지라도
이런 희망의 메시지가 고독한 길에 발견되어집니다.
그것은 눈물 속에 들어 있는 카타르시스처럼
우리를 계속 달려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고통 속에서도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통은 그냥 고통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 고통을 달려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고통을 적응할 수 있어지고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오히려 그 고통을 즐기지요
저는 이게 베타엔돌핀이라는 화학물질이라기 보다는
내 안에서 반응하는 힘이라고 봅니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확실한..
과학으로도 감지되지 않는 신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신비를 내 것으로 갖기 위해서 오늘도 우린 고통과 싸웁니다.
많이 힘에 부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런너스 하이처럼
달리다가, 달리다가 보면
우리에게도 고통을 승화시키는 일들이 분명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쾌감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고통을 즐깁시다.
그래서 그 고통을 온통 기쁨으로!
런너스 하이로 만들어 갑시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찾기 위해서
기꺼이 고통받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