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詩가 슬프고 절망을 드러냈다고 하여
그의 인생이 슬픈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
서러움을 글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自由로워 지는 것이다.

- 에머슨





    생명그릇

    깨어져 더 더욱 곤궁한
    무임승차 까짓거
    사랑? 그려~~
    뭐가 더 중하고 뭐가 더 무겁더냐
    이 생명 담은 그릇 깨어지고 나면 그 뿐인 것을,

    세상이 빨리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더 커지는 원심력과 구심력,
    있는자는 더 가지고 없는자는 더 뺏기고,
    가벼운 건 더 가볍게 무거운 건 더 더욱 무겁게,
    외로운건 더 외롭게
    고독한건 더 고독하게...

    생명을 담자.
    덤으로 봄비에 젖어 낙화한 처연한 꽃닢도
    눈물로 줏어 머리에다 꽂아보자.
    내가 건건이 발로 뿌리를 내릴 적에 벌써 내게 주신
    그 분의 선물이 아니더냐
    생명이 발아하기 까지 인내,
    그리고 무수한 반복,

    상처 깊숙이서 일어나는 혼(魂)
    밟히면 밟힐 수록 곧게 서는 내 魂의 작두여~

    이요조




      한 열흘 쯤 되었나
      이 글을 쓰곤.. '미루' 칼럼을 돌보지 못했다.

      봄, 여행을 떠났다.
      여정 중에 전화가 왔다.

      못하는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을 때였다.
      그래선지 더 더욱 내 음성은 사뭇 상기되어 있었다.

      "어디세요?"
      "응 여기요 아주 먼-데~~"
      "누구랑 함께?"
      "누구긴..영감님이지..."
      "좋겠다-아- 근데 왜 글은 맨날 우울한 글만 쓰세요?"
      "응 그거요? 글은 내 감점의 배설구예요 다른 뜻 없어요"
      "그럼 행복해 죽겠다는 글도 좀 써 보세요~~"
      "ㅎㅎ~~"

      전화를 끊고 아차 싶었다.
      그녀 앞에서 난 결례를 저질렀다.
      유난히 외롬을 타는 그녀,
      얼마 전 혼자 되고는 그저.. 배우자 헐뜯는 이야기조차도
      부러워 하는 그녀,
      싱글의 절대적 빈한함을 대화도중에 느끼고서는..잊었다,

      그녀는 내가 남편이랑 행복한 여행을 떠나왔다로 듣기니...
      그녀는 상담심리사이지만... 모르는 부분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다는 것을 ...

      연륜이 적은 부분만큼의.. 미지수, 이론과 실전은 다르니까
      글을 쓸 때는 내 못난 고뇌를 풀어 버려야만
      난.. 가벼워 질 수가 있으므로, 진정 가벼워지고 싶음으로 하여,



        글을 쓴다는 것,
        잘쓰든 못쓰든 간에,
        이해를 잘 해 주는 사람은 유일한 한 사람, 남편 뿐입니다.
        남편은 무슨 글을 쓰든 보려고도 않습니다.

        아무리 '그리움' '사랑' 이런 단어를 쓴 쪽지가 날아 다녀도
        아무시랑도 않습니다.

        제가 등단하는 날,
        전 그 공을 남편에게 돌렸습니다.
        정말 그의 외조가 없었다면 오늘 이렇게 컴으로
        제 가슴 밑바닥을 매일 긁어 올려 청소를 하지도 못하고
        전.. 아마도 그 恨을 종양으로나 키워내고 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플래카드아시지요
        도로에나 건물에 붙어있는 ... 바람이 부는 날
        플래카드가 세차게 펄럭이는 소리를 아마 다들 들으셨을 겝니다.

        그런데.. 바람이 많을 철에 특별 제작된.. 구멍이 숭숭 뚫린 플래카드
        바람이 그 구멍을 통과하면..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아 그저.. 가만히
        조용하기만 합니다.

        제 아무리 튼튼한 비닐 천막도 바람구멍이 없으면.. 홀라당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제 글은 바로 그 바람구멍입니다.

        그러므로 바람이 제 속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 속에는 앙금따위도 없습니다.

        엄살쟁이지요.
        아프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슬프면.. 엉엉~~ 통곡을 해댑니다.
        화가나면 무엇이라도 집어 던집니다.
        심술이 나면 울퉁불퉁 투덜댑니다.

        .......글로써.........


        기쁘거나 즐겁고 신날 때는 글 쓸 겨를조차도 없습니다.

        님들께 죄송합니다.
        만약에 제가 매일 천사의 수금소리와 비파로서
        천상의 음악만 노래했다면..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사는 한 제 슬픔..
        온갖 고뇌들은 가슴속에 가라 앉아서 견디다 못한, 지탱치 못한
        악기의 줄이 결국은 탱~~ 끊어지듯
        그렇게 제 인생이.. 제 삶이... 제 목숨이...여린감성의 소유자로 과연 부지 할 수 있었을까요?

        거기에다 이젠 한 술 더 떠서 건강마저도 신통찮으니
        '생명그릇'처럼 되도 않은 넋두리를 써 놓고는 한 열흘 잠적했더니
        괜한 상상까지 하시게 해드렸나 봅니다.
        멜까지 챙겨주신 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전 계속해서 한없이 슬프고 절망적인 노래나 부르렵니다.
        제 속내의 무거운 우울을 그나마 환기시키고
        나르는 새의 깃털처럼 가벼울 내 자유를 위해서~~







어째 십년은 못 뵈온 기분입니다 조금도 변합없는 지면이

마음이 아플정도로 쓸쓸합니다 어쩐 일인가요

또 지병이 도진건가요 아니면 다른곳이 편찮은건가요

그렇게도 꼼짝을 않으시는 것을 보니

영 무언가 많이 편 찮으시든가 무슨 연고가 있나 봅니다

궁금하고 섭섭해서 몇자 보냅니다

건강하시고 힘 얻으시기를 빌 뿐입니다.






**그 사랑에 감읍하면서....이요조 *







툇마루



인도의 수행음악/Dhyana(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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