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거제도 남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갈곶(乫串)이 있는데,
    그 끝에서 떨어져 나간 한 덩어리의 돌섬이 해금강이다.
    바다에 떠있는 바위섬~~ 해금강 십자동굴,

    해발 116m, 약 0.1k㎡의 해금강은 말 그대로 기암절벽의 연속이다.
    큰 바위 몸체는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바닷속에서 넷으로 갈라져 4개의 절벽 사이로
    십(十)자형 벽간수로(壁間水路)가 뚫려 있다. 이 수로는 북 동 남쪽에서는
    작은 배가 드나들 수 있어 절벽마다 빛깔 형태 초목의 다름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람선 선착장에서 줄을 서서 차례대로 승선을 했다.
    정원이 딱 100명인 작은 여객선에 들어가서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앉자,
    진동인 휴대폰이 내 심장처럼 부르르 떨려왔다
    어디쯤 가고 있냐는 남편의 염려스런 전화다
    "가고 있긴요 벌써 도착해서는 지금 막..유람선 탔어요"
    조금은 긴장했나보다 내 목소리가 사뭇 들떠 있었다.
    어쩌면 소풍나온 신이 난 아이들 같기도...
    또는 너른 바다위를 그다지 크지 않은 배를 타고 간다는 데 대한 불안감마저...

    젊은 새댁일 적
    마산항에서 거제와 통녕을 오가는 배를 여러 번 타 보았고
    해금강, 한려수도의 멋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배들은 그런대로 여객선의 풍모다워 자유자재로 배 난간에 기대서서
    갈매기들도 바라보고 배 앞 뒤 여기저기로 구경다니며 맘대로 오갈 수 있었는데
    이 배는 자리에 앉아 꼼짝마 수준이다.

    파도의 포말이 비처럼 날려 선창에 흩뿌려지며 점점이 물방울 얼룩을 만들어 낸다.
    해금강 유람선 선주이자 안내자이자인 아저씨의 달달 외워진 설명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는 바다 한복판을 향해 20여분을 달린 것 같다.

    특히 섬 중앙부에는 마치 하늘과 땅이 교차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같은 십자형의 물길이 있다.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 십자동굴이다.
    하지만 십자동굴은 썰물 때가 되어야 비로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인어처럼 살포시 드러낸단다.
    그러다가 밀물 때가 되면 이내 그 신비로운 모습을 물 속에 감추어버리고 만단다.

    촛대바위, 신부바위, 십자동굴… 듬직한 두 바위 사이에 움푹 틈이 팬
    십자동굴은 운이 좋아야만 배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란다.
    풍랑이 조금만 거세어도 들어가지 못한다니...


    배가 속력을 떨어 뜨리고는 서서히 해금강 십자동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유람선이 좀 작았던 이유를 알아냈다. 십자동굴에 안성맞춤이다.
    겨우 빠듯이 들어가는 기암괴석 사이를 통과할 거라는 묘한 이 기분이라니...
    그제사 선실에서 바깥으로 나와 구경을 해도 된다는데...그 대신,
    유람선이 그리 크지 않으니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되는 탓에
    왼 쪽, 오른 쪽 난간에 나올 사람의 비중을 잘 맞추게끔 안내를 한다.
    나와서는 절대로 서지는 말고 앉아서만 구경을 해달라는 부탁이다.
    이좌석 분들은 배 우현으로 ... 저쪽 좌석은 좌현으로..어린이들은 위험하니..
    바깥출입을 절대 금지 시키고....

    두근댄다. 두려움일까? 마른 침이 꼴가닥 넘어간다.
    천천히~~ 천천히~~
    난간에 나와서도 쭈그르트려 앉아 있으란다 난간 밖으로 손을 내밀거나 하면 절대 위험하단다.
    그만큼이나 손 뻗으면 잡힐듯 기암괴석이 바로 코앞에 있다.
    물 속에 감추어진 바위섬의 은밀한 허리를 만져 볼 수도 있는 거리라니...
    그 것도 썰물 때라야, 정말...뭐라 형언키 어려운 기분이다.
    엔진소리를 내던 배가 엔진을 끈 듯 조용하게
    마치 잠자는 십자동굴을 깨우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슬그머니 가까이 다가갔다.

    배가 서서히 십자동굴로 진입하자.
    눅눅한 기운이 훅 끼치며 대낮인데도 컴컴한 게 으스스해 왔다.
    배가 가까스로 지나칠 정도의 공간이다. 한 개의 섬인 것처럼 보여도 다가가면 네 개인,
    그 한가운 데서 보면 하늘이 마치 십자로를 그리듯 떠 있고....
    분명 네개의 섬사이를 발자국소리를 줄이듯 서서히 다가서는 배!

    쪼그러트리고 앉은 사람들의 좁은 틈을 비집고 흔들 흔들 비칠거리면서 겨우 일어선 나는
    십자동굴을 향한 각광의 스포트라이트처럼 마구 후래쉬를 터트렸다.
    기암괴석 위에서 눅눅한 물기가 후두둑 머리 위로 떨어졌다.

    선상에서 깎아지른 수직바위의 아찔한 끄트머리를 어지럽게 올려다 보니
    섬 꼭대기에는 작은 해송이 몸을 비틀며 어렵사리 자라나고 있었다.
    모세혈관까지 전달 된 바다습기를 머금고 자랐을..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자라났을 소나무,

    생명이란 저리도 모진 것을....
    '그 섬에 가고 싶다' 라는 단 두 줄 짜리 '정현종'님의 시가 ..
    기암괴석 벼랑위 해풍을 온몸으로 맞고 자랐을 작은 해송을 바라보고는
    왜 불현듯 "그 뭍에 가고 싶다"라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내게 떠 올랐는지 모르겠다.

    소나무는 무얼 생각하며 자랐을까?
    소나무는 진정 섬을 사랑하는 것일까?
    뭍에서 씨앗으로 날려왔을... 그 뭍을 그리워 하며 하루 하루를 지내온 것은 아닐까하고,

    섬을 뒤로하고 다시금 큰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에서
    뒤로 멀어져 가는 섬이... 마음에 밟혀왔다.

    또 어느 시인의 詩,

    '그 섬에 가고 싶다
    아무도 없는 그 섬에 가서 딱 사흘간만 있다가 오고 싶다' 는...

    그 詩句가..또 다른 잔영으로 가슴을 스쳤다.




    한바다에 내 한 몸 섬처럼 띄운 어느날,





































녹색지대 / 사랑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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