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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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서 얻어 온 된장에 박은 깻잎/옛 입맛이 그리워~~
가족
**가족이란..곰삭은 맛이다. 요란하지도 않고 오랜 세월 입맛에 길들여진 그런 맛! 고향의...느낌!
★어무이(1)
경상도 말로 시어머님을 수월하게 어무이라고 부른다.
어무이~~~
이 얼마나 정겨운 말인가.
언니네, 지금은 장가 간 첫 아들 녀석 형석이 어렸을 적에
제 에미가 할머니를 맨날 "어무이~~"라고 부르자
저도 한동안 제 할머니를
'어무이~ 어무이~~" 따라 다니며 불렀던 적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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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문호 '빅톨위고'(1802~1885)는 늙어서도 곶간 열쇠를 자기가 관리했다고 어디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대문호인 그도 늙어서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가족들과의 소원한 접촉으로 그가 생각해낸 발상이리라
내 어무이에게 난, 곶간열쇠를 내어 드렸다. (참고로 우리집에는 차비라도 얻어 갈 시누이나 시동생들이 없다는 점이다./고명아들인 탓에)
누가 보면 엄청 효부라고 하겠지만... 난, 돈만지기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그 건 우리 식구들이 너무나도 잘 안다. 심지어 내가 덜렁덜렁 돈 내는 것도 싫어해서 누구에게 슬그머니 건네준다. 내 대신 계산 치르라고...
(물론 친지나 회사 회식 자리등)나 스스로 카운터에 나가서 돈 계산하기가 싫다.
왜 그런지 나도 모른다. 그냥,
그러는 나를 보고 그양반은...회장님 체질이라며 놀려대지만
일정한 액수를 드리고는 우리는 들며 나며 어머님께 돈을 요구한다.
"어무이.. 저 시장가게요 얼마 주세요" "응? 시장가게? 그 배추 사 올 때... 속이 꽉 찬 것으로 사 오이라" "어무이..지 목욕갈라고 예"
돈을 꺼내어 혹시라도 잘못 되었을까봐 세어보고 또 세고는 건네주신다.
아들 두 넘이 동시에 대학을 다닐 얼마동안 할머니와 끊임없는 실갱이가 계속되어졌다.
"할머니 돈 주세요" "뭐라하노 어제 줬잖아" "그 건 어제 용돈이지요. 차비하고 밥사 먹고 나믄 없어요..." "아이다 어제 책 사고 남은 것 안즉 쪼메 있다 내 안다" '맨날 맨날.. 두 넘이 이리 뜯어가대니.. 니 아부지 허리 휘일라~~"
입이 댓발이나 나온 넘 나에게 와서 돈을 내 놓으라 한다. "내가 무슨 돈이 있어?"
아~ 이렇게 편리할데가...자식넘들과 눈 부라리며 안다퉈서 좋고 골치 아프게 돈 만지지 않아 좋고... 아들넘들에게 인심잃지 않아 좋고...
ㅎㅎ~ 난 내가 쓸일에는 물론 카드 사용이다. 외출했다 오면 며느리 손에 뭐가 들렸나 궁금해 하시는 어머님... 난, 내 물건이라고 내 방으로 선뜻 갖고 들어 갈 수가 없다.
식탁위에 쇼핑본 것을 올려 놓으면..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마냥 잽싸게 다가오셔서는 하나 하나 뒤져 보시곤 "요건 얼마줬냐" "예...XXX얼마 줬어요" "에구..시상에나.. 시상에나.. 이게 이리 비싸나" 이런 대화의 되풀이가 마치 녹음 된듯 이어지는 우리 집,
그러던 어무이~~ 얼마전 눈병으로 본의 아니게 곶간 열쇠를 뺏겨? 버렸다. 그러시더니..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시는 거다.
요즘엔.. 속이 자꾸만 거북하다신다.
물론 비타민도 빼지 않고 꼭꼭드시지만... 아스피린이 좋다는 말씀을 듣고는 아스피린을 신경통핑계로(물론 혈압약이랑 신경통약을 늘 마련해 드리지만) 콩 줏어 잡숫듯이 드시고는 속쓰림병이 발단인가 보다.
아스피린은 다 좋은데.. 위장장애가 있다는 며늘 이야기를 하도 곧이 들으시려 하지 않길래 어제는 병원가서 선생님께 고자질을 해 버렸다.
'어무이가 아스피린을 너무 잡수세요" "허~~ 할머니.. 아무리 좋은 약도 함부로 드시면 안돼요" "특히 위가 약한 노인분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어요"
어무이는 의사 샘님 앞이라 요기조기 아픈 이야기는 다 하신다. 안과도 아닌데.. 눈아프신 이야기 까지.. 나를 바라다 보시는 의사 샘님께 보충 설명을 드리고..
'예, 두 쪽 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요즘은 심한 안구건조증에다 얼마전 결막염까지 앓으셨어요. 그 말씀이예요"
'어휴...갓난아기면 귀엽기나 하지.. 아...그넘의 아집은..."
영양제를 놓는 것을 보고 나는(무려 3시간)집에 다녀 온다고 말씀드리니 불안해 하신다. 흡사 어린아이 같으시다.
집에 와서 일해야지 하다가 얼마나 고단했는지..깜빡 잠이 들었다. 전화 벨 소리에 놀라 일어나니..할머니 주사약 다 들어 갔댄다.
이틀 째 죽을 끓이고 있다. [기능성 위장장애]
"에고 어무이..여태 건강하게 잘 사셨으니.. 걍 봐드릴께여 한 십년은 더 사셔요" "야가 무신 소리하노 어잉? 차라리 욕을 해라" "헤헤~~ 어무이 괜히 좋음써~"
'빨리 회복하세요. 그래서 이 며느리 놀러 나갈 때... 용돈 좀 챙겨 주셔야지요'
★형부(2)
언니와 울집양반이 개띠 동갑이고 형부는 좀 나이 차이가 나서 나랑 띠동갑이다.
울집 양반은 동서지간에도 형님을 깍듯이 잘 대할 뿐더러 고명아들이라 천지간에 형제누이가 없어 나보다도 더 내 혈육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 맨 위에 누나 언니들, 매형지간에 사이가 좋으니 덩달아 아랫물도 좋아질 밖에....
내 아래,(男) 그 아래로 여동생이 하나 더 있건만 아무래도 언니네와 우리가 갭(gap)이 좁아 뜻이 더 통한다.
부산사는 언니는 분당을 자주 오르내린다. 자녀 역시 우리와 같은 딸 아들 아들 수순이다.
둘째, 큰아들만 부산에서 신접살림을 따로 채렸고 큰 딸은 분당에 살고, 총각인 막내 넘도 분당에다 작업실겸(일러스트레이터) 홀로 둥지를 틀었다.
아직은 홀로인 그 넘을 돌보느라 한 달에 한 번 꼴은 족히 올라오는데 우리부부는 그 중 공휴일이 끼이게 되면 우리의 분당콘도?로 모이는 날이다. 가면 꼭 1박을 하고 다음날은 시간이 허락 되면 두집 중늙은이들이 야외로 나간다.
친구~~ 피붙이 친구, 그래 형제간처럼 좋은 평생친구가 또 어디에 있으랴~
올라 오는 날, 언니는 청소다 뭐다 언제나 바쁘기 마련 난, 분당 갈 때면 저녁 메인 메뉴를 주로 챙겨간다. 도우지는 못할 망정 일손을 덜기위해..
"오늘 저녁은 낙지전골이야" "오늘은 추어탕~ 해갈꺼야"
질녀와 이질서(조카사위)도 함께 모이면 얼마나 잘 먹는지... 미리(앞당겨) 장모의 심정을 알 것만 같다.
여러가지 밑반찬을 힘들게 해 오는 언니.. 딸네에게도 주고 아들에게도 주고 나까지 나눠줘야 하니... 얼결에 얻어 온 된장에 박은 꺂잎이 너무 맛있었다.
시외전화를 해서는 친정 엄마에게 하듯 물어본다. "그 거 어떻게 담어? 응? 된장 쏘스를 만들라고...응..그래서...그 다음?...." 그런 언닌데... 가까이 분당까지 왔다는데... 한달음에 안달려 갈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매사에 우리 형제(독수리 오형제)의 맏이 역활을 잘 해내는 언니와 형부, .............
외손주녀석들이 다 돌아가고 저녁 설겆이가 끝나갈 무렵 형부는 컴퓨터로 벅스뮤직 노래와 가사를 찾아 노래방 분위기로 만들고 (처제에게 배운 실력으로)
끼가 많은 개띠들은 벌써 어깨가 출렁이기 시작하고 언니는 설겆일 하다말고도 어깨가 우쭐대기 시작한다. 처형과 제부의 한판 어우러진 관광버스춤이 전개되고
끼가 젬병인 형부와 나는 그래도 열심이다. 노래도 함께 불러주고 손뼉도 쳐 댄다. 부지런히 Cj도 해야하고...
얼마전 난 작은 갑상선 수술을 했다. 결절이라 관둬도 되는데.. 물혹안에 또 생긴 혹도 의심스럽거니와 결절이 있는 왼쪽으로만 유독 여러증세가 나타나서 일단 수술을 하기로 했다.
종합병원 과장으로 있는 이질서가 "이모님.. 저 역시 찜찜하니 그냥 수술해 버리자구요 가족처리하면 돼요" 우리집하고는 거리상 엄청 멀었지만...이질서가 있어 괜스레 든든하고 언니와 형부가 그에 맞춰 간병하러 올라 오기로 해서 마지 못한척 D-day 를 잡았다.
몇 년 전에도 디스크 수술받을 때.. 언니가 달려와서 몇날며칠을 잘 해 주었는데, 막상 이 번 수술하는 날..(별 것 아니지만) 항상 바쁜 남편도 없고 언니도 없고 형부혼자서 지켜보게 되었다.(첫 수술시간이라)
수술예후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난, 언제나 MRI 조영제 알러지나.. 마취 알러지가 심한 편이다.
아침 첫 수술을 마치고 나온 내내 다음날 새벽까지 심한 구토에, 간호하는 언니 꽤나 힘들었을 거다.
좀 진정이 되자 거짓말 같이 멀쩡해졌다. 형부가 보시다 두고 간 신문을 뒤적이다가 신문 윗쪽 여백에 씌여진 낙서를 우연히 보았다.
몇時 몇分에 入室... 몇時 몇分에 手術中... 몇時 몇分에 回復室... 기타 등등...
아! 이런~ 눈물이 핑-돌았다. 마음 졸이며 매 순간을 수술실 밖에서 내내 지켜보셨구나 얼마나 힘드셨을까? 더군다나 남달리 예민한 성격에....
난, 안다. 지금은 아주 먼-옛날일로 지우고 싶은 악몽같기도 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내 아이의 연이은 수술.
남달리 간이 좀 큰 나는 그 중 혼자서 지킨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물도 한방울 마실 수 없었다.
누가 곁에서 말이라도 시켜줬으면..입은 바짝 바짝 타들어 가는데
바로 옆에는 따듯한 차가 동전만 넣으면 쏟아지고 물은 손끝만 움직이면 마실 수 있는데
마시질 못했다, 아이에게 죄스러웠다. 내 아이는 죽어있는데....에미가 까짓 물을 마신다는 게
용납이 되질 않았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정말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옳았다.
그 다음 수술에서는 많은 식구들이 있어서 웃고 떠들고 식사하러들 나가고
와르르한 소용돌이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가 있었다.
맨 마지막 수술은 난 아이의 입실을 보자 일이있어 집으로 냉큼 달려왔다.
그리고 부랴 부랴 달려가니 아이는 벌써.. 병실에 누워있었다. (하기사 보호자가 필요없는 병원이었으니)
그만큼 간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
그렇게 어려운 일을 형부 혼자서 지켜냈으니,
그 것도 난생처음 겪어보는 수술실 밖에서...시간과 마음을 졸이시다니.
부산 내려가신 형부는 당장 병이 나셨다한다. 한동안 힘들게 앓고 나셨다.
난 안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처음 겪어보면 얼마나 힘든 일인데...
"형부 사랑해요~~"
*내가 된장쏘스로 준비한 깻잎....익혀야지 엄마의 손 맛~ 그 깊은 맛이 우러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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