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고요함을 깨우며...
글/황금빛노을
잠을 자다가 거의 영감을 받은 듯한 충격으로 눈을 떴다..FM에서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너그럽고 조용한 행복함으로 거실 가득 메운다.
얼른 깨어나 컴퓨터를 열고 어제의 환상 같은 하루를 필력해 둬야 한다는 무언의 감지를 느낀다.
어제의 시작은.. 아픈 친구를 보면서 그저 속상하다 는..
아..참 속상했다. 친구의 말라비틀어진 손하며 얼굴의 그늘하며 우리는 그 친구가 맘 담고 있다는 마산의 조그만 선원을 찾았다.. 시내 한복판이었지만 들어가 보니 조용한 산사 같은 분위기.. 시내 한복판에서 들어보는 유난히 뗑그렁거리는 풍경소리가 흩어진 중생들의 맘을 주워 모은다..
그 친구.. 땀을 흘리며 가누기 힘든 몸과 맘을 두 손에 모아 108배로 내 안에 힘든 나를 털어 낸다..
기특하다..
선원에서 귀한 녹차 한잔 공양하고 돌아서 나왔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집에 내려주고 또 한 친구와 아직 해가 내리려면 한참이 남았음에 하루해가 너무 아까워 다시 차를 돌려 통도사 쪽으로 향했다. 친구의 이모님이 거하고 계신다는 통도사 자락의 성전암으로..
아~ 여기에 내 맘 내려놓고 싶은 충동이 또 한번의 맘에 소요를 일으킨다. 해질녘 어슴푸레한 산사의 풍경..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살갗을 투시해 들어오는..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싸늘한 공기의 기류. 그 느낌..
여기에 내 맘 내려놓고 퍼더버리고 앉아 고운 사람이랑 공시적 감각을 초월한 그런 맘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행복함으로 나를 꽉 채운다.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시간에 나의 영혼을 깨우는 종소리가.. 아~난 어둠을 감싸고 있는 이런 산에서의 종소리는 드라마에서나 들음직한...그래서 내 귀를 잠시 의심할 정도로 가슴을 울렸다.
친구가 저녁 예불 종소리란다. 엉덩이에 가시 찔린 사람처럼 정신이 확 돌아온다. 그리움에 엄살 떨고 김빠진 삶이라고 자책하고 시무룩하게 하루를 대충 때우던 나에게 어떤 신선함과 숭고함을 경고하는 듯한 저 종소리.
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 순간 내 맘 얼른 국화꽃 한 다발 말아 쥐고 달려나가 부처님 전에 예쁘게 놓았다.
그 어떤 화려함보다 소박한 노란 소국 한 다발을 맘 다 비운 고운 미소와 함께 살포시 내려놓으며 멀미나게 향기로운 산사 마당의 천리향을 맘에 살짝 훔쳐왔다
어둠은 고요함을 붙들고 촘촘히 박힌 계곡의 물소리를 더 생생하게 울린다..
맛있는 밥도 배부르게 먹고 소박하고 다정한 이모님이 건네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귀한 차들을 대접받았는데 혀가 놀라 이 귀한 맛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연신 몇 잔을 마시며 음미했다.
중국에서 가져왔다는데.. 웅담에 재워 발효했다는 오룡차와 인삼에 재워 발효했다는 차.. 관음철 녹차..여러 가지 차와 어우러진 산사의 고요함을 아쉬움 속에 남겨두고 안개의 두터운 몸피 너머 가물가물 점멸하는 가로등 불빛을 뒤로한 채 좀 멀게 느껴지는 산 능선을 흐린 눈으로 구별해내며 조심조심 산을 내려왔다..
수음하다 들킨 소년처럼 몽환처럼 느껴지는 어젯밤 나를 깨운 기억들.. 영혼의 배고픔..이 글을 쓰면서 말간 커피 두 잔으로 입술을 적시며 숨겨둔 애인처럼 은밀한 기억을 여기에 저장한다.
친구가 다시 건강해지길 바라며..
음악 김영동/먼길 김영동/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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