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네

 

 

 

 

동생에게

 

 

부산을 다녀오며 이 번에 네게 잔뜩 야단만 치고 와서 마음에 늘 켕기는구나.

미안하다 동생아~~

 

한 이틀~
아마 넌 여행에 몸쌀 난 언니가 얼마나 힘들까? 싶어 기특한 맘에 들어와서 대신 리플을 다나본데,
내 블로그 빈객들은 내가 블로그도 절반은 비우는 대신 절반은 떼먹기도 한다는 것을 아실 터인즉~  가능하면 리플 감사 답글 안 떼 먹으려 노력을 한다는 것도 아마 이해 하실 것이다.

얼마 안되는 빈객들에게 일일이 신경쓰다 보면 니 언닌 지레 죽는다.
그 걸 알아서 네가 내 대신 인사하며 다녀간 모양이다만...그것 또한 야단치며 내몰아 미안쿠나


다음 블로그에 너무 빠지지 말고 그냥 집안 일에 좀 더 신경 나눠쓰고 매달려라.
괜히 일본으로 유학 간 네 공주,  혜린이가
"이모 울 엄마 컴텨 좀 하게 해주세요~" 한 게 화근이 되었다만,
내가 걍 순진한 사람 하나 버려놨구나

 

네가 살림을 못한다는 게 아니고..내가 잘 한다는 것도 아니고....

 

실은 우린 다 못하잖니?

친정엄마 발 뒷꿈치 그림자도 못 따라갈 것들이...
흉내는 내고 싶어서 그저..아둥바둥,  큰언니나..나 말이다.
나이가 얼마냐? 그런 나도 아직은 칼질이(예리공포증) 서툴고 자동점화라 그렇지..
만약 성냥불이나..라이터를 사용한다면 불이 무서워 쌀도 못 삶아 먹을 나 아니더냐?
넌...괜시리 집안일에 너무 시간을 낭비해서 탈이더니만
이젠..심심하면 온라인 상에 실시간 떠 있는 너를 만나는구나. 가히...염려가 된다.

 

나?
나야 늘 켬텨를 열어놓고 지내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디스크 수술을 했고 지금도 어딘가 하나 쯤 파열되어 있을게다.
그럭저럭 금 간 그릇...깨어지지 않게 건사하고 사는 셈이지

그렇지만 나는 대낮에 머리 뒷꼭지가 바닥에 붙인 날이면 어디가 심히 좋지 않은 날이다.
허리가 아무리 아파도 잘 눕지 않으니...
일하다 말고 쉬는 내 휴식처는 바로 켬텨 앞이다.
그러니 윈도우는 늘 열려져있다.

오늘은 자월도에서 보내온 풋고추를 젖갈에다 무치고 이쑤시게로 구멍을 내어 소금물에 삭히려 하는 그 일 마저도 어렵고 힘들어 몸이 무겁다. 온 몸이 찌뿌듯하나 무지 아프다.
그렇지만 무시한다.
나는 피곤이 겹쳤는지 붓기가 내리지 않아 지금 호박을 삶아 먹는 중이다.
나만 먹을 게 아니고 식구들 모두 물처럼 마시게~~

이 번 부산 갔을 때도 큰언니와 나는 봄에 담근 젖갈 맛을 서로 보며..그 맛을 잊기 전 내 젖갈도 열어보았다.
우리 집 젖갈 맛은 부산에 비하면 북쪽이라 그런지...아파트가 아니라 그런지,

다용도실에 둔 언니네 젖갈은 푹 삭아 형체도 없고 맛은 달디 달더니만...다 같은 기장 멸치 젖갈인데 내 것은 감감하다.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체적으로 아는 큰언니나 나는 늘 중앙 동선이 주방이고 그 범주 내에서만 동동댄다. 아 나는 켬텨 자리가 하나 더 있구나.

 

넌, 아이도 물론 우리보다 적게 두었고 핵가족으로 단촐하니 별 할 일이 없겠다만 대신 손이 잽싸진 못하잖니?
가구든 작은 책이든 뭐든 중심이 잡히지 않으면 까무라칠줄만 알지,

너무 블로그에 빠지지만 말아라
나도 가능하면 3블출 4블입(블로그 3일은 돌같이 보고 4일은 황금같이 만나고) 하려고 애쓰지 않느냐?

 

이제 네 나이도 적지 않으니, 간장 된장도 직접 담그는 의논도 언니들에게 해보아라
우리집 내림이잖냐?  엄마처럼 열심히 바지런히 살아가시던 모습~
봄이면 가을을 준비하고 가을이면 내년 붐을 준비하시던..
비오는 날이면 게으른 사람들 잠자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일하기 좋다시며
수돗물 값 안 든다며 이층 계단을 솔로 박박 문지르시던,
그도 저도 정 심심하면 미싱을 꺼내놓고 무언가를 만드시던 우리 어머니~

너도 머지않아 사위를 보고 며늘도 볼 터....간장 된장 고추장은 어떻게 해결할래?
너야 시댁에서 가져다 먹지만...언제나 어른들이 살아계시는 것은 아니잖니?
사위나 며늘에게 마트에서 사다 먹일거니?

조금씩 배워서 조금씩 실습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생겨,
나도 첨에는 간장을 버리기도..곰팡이가 무지하게 끼이기도 하더니...

지난 해에 담근 간장은..꽃(곰팡이)이 피긴 커녕 얼음같은 말간 소금막이 생겨,
아주 깨끗해, 그래서 기분이 좋아~  너 얼마나 살림이 재밌는지 아니?
어렵다 말고 하나씩 하나씩 도전해 봐~~

오늘 난, 작년에 오징어나 낙지 먹을때 마다 작은 단지에 먹물만 모아 젖갈로 만든 것
(강릉에선 밥도 비벼 먹는다는구나, 오늘 고추도 듬뿍 썰어서 버무려놓고 멸치 젖갈도 조금 꺼내어 또 고추를 썰어서 버무려 놓았단다. 뜨거운 밥 한숟가락에 젖갈에 잘 삭은 고추 한 점씩만 올려놔도,...으...살 찌는 소리가 막 들린다.

 

지금? 글쎄~ 일하다 말고 수돗물이 끊겼구나!
아마도 전언이 없었거나 내가 몰랐거나 둘 중 하나겠지...물이 없으니..일은 올스톱이다.

 

 

고추는 간장 장아찌까지 소금장아찌까지 다 끝냈다만....설거진 대충 포개어 놓기만 했다.
늘 받아논 물마저 오늘 아침 할머니가 다 쏟아 버리셨네.

이웃집 연세드신 분들께...여쭤가면서 살림을 배워라.
솔직히 닦고 쓸고 중심 잡는데야 네 따라갈 사람 아무도 없지만 말이다.

나는 올해는 간장을 담을가 말까 고심중인데 큰언니는 묵힌 장이 맛나다고 계속 담으라는구나
메주는 부탁하는 집에다 내 것까지 해 준다는데...네 생각은 어떠냐?  시가에만 의존치 말고
어디 너도 한 번 해보지 않을래?

 

작은 형부는 며칠 전에 붕어 조림이 잡숫고 싶대서 조만간 붕어조림을 해야겠구나,
말린 무청 씨래기가 없으니 대신 무라도 넣어야지~~

네 작은 형부나 종인이도 날더러 허리아픈데...김치도 못 담그게 사먹자고 난리더니
이젠 그 말 쑥 들어갔어.

 

중국산 김치는 절이는 소금에서부터 산에서 캐어낸 광산염이라 중금속이 많다는구나
허기사 요즘 염전에서 관광객을 부르고 우리 소금이라며 중국에서 실어 온 소금을 염전에다
쏟아 붓고는 긁어 담아 준다는구나

 

양식어장에도 중국활어를 배로 실어와 풀어 놓는다는 세상인데...어련할까?
아무도 모른대, 어장 주인도 그 차이를 모른댄다. 글쎄~~

다 같은 서해바단데.. 왜 생선 맛이 다르겠냐구?


나도 잘 모르지만 유홍준님 책, 어딘가에서 보니 우리나라 서해 연근에서 잡히는 조기는
젊은 싱싱한 조기고...그 조기가 남하했다가 중국 연근해로 올라올 때는 이미 늙어버렸다는 거란다.

 

 

집안에서 매일 살림살이 닦고 또 닦고 중심만 잡지 말고 할일 없으면 시장에 나가거라

이제,,,살림살이에 이력이 붙은 우리 정도면 천재지변이 생겨도 한 달간은 끄떡 없단다. ㅎㅎㅎ~~

농담이고... 물과 전기가 끊겼는데...무슨 재주로 익혀 먹겠니?


해서 많이는 말고  좋은 재료를 사들여라
그리고 연구하고 다듬고 만들고....그러다 보면 솜씨도 늘게 되느니~~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고춧가루도 그냥 다 같은 고춧가룬지만 알았다.
왜 사람들 모두가 유기농 유기농 그러겠니? 먹어본 입맛은 다 안다는 말이다.
태양초로 김치를 만들면 때깔도 다르거니와 맛도 다르다.
잘 모르겠으면 언니들에게 부탁하렴,


참, 자월도에서 때깔고운 고춧가루가 왔다. 막물 풋고추도 좀 보내왔는데..바빠서 미뤘더니 상한 게 나온다.
나 역시나 그런데 뭐...비록 바담풍이지만 꼬깝잖케 잘 들어주려마~
전에는 좀 많아서 큰 언니가 가져갔는데...올해 고추는 장만 했냐?
넌 언제나 만나도 살림살이 얘긴 전혀 안해서 언니인 나도 아는 바가 없구나
오늘 모 블로거 글을 보면서  '수 년만에 담궈 본 김치'에서 그 과정의 정성은 기특, 갸륵하더라만
고춧가루가 카메라에 비친 것만 봐도 아니더란 말이다.
네 생각이 설핏 났다.
넌 일이 재빠르진 않고 혼자서 죽을 쑤잖냐?

 

큰언니는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형부를 둔 탓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이젠 득도한 노력형이고
난 그래도 일 손이 잰 것은 엄마에 가깝지만...아직 맛은 그림자 근처에도 못미치니 것도 아니고
넌, 뭐냐? 그저 알뜰한 것만 그저 알아서...살림살이도 좀 멀리 내어다 볼 줄 알아야 하느니~

 

누가 한국 사람에게 [빨리 빨리]라는 말을 국민성으로 부쳐주는데..
난 아니라고 본다.
한국음식은 거개가 발효식품이다.

오래 삭힌 된장
오래 묵은 간장
잘 익힌 막장
곰삭은 고추장...이렇게 여러 해를 들여 만들어 낸 식품으로 조리를 한다.


입동즈음에 동치미 많이 담글 때 재래시장에 가면 무우청만 단으로 묶어 판단다.
한 단만 사와서 푹 오래 무르도록 삶아(그래야 나중에 부드럽단다) 빨랫줄이나 건조대에 널어
잘 말려 보관해두면 아마도 장서방...겨울 된장찌개로 아주 아주 잘 먹을 것 같애
태성이도..너 역시,

잠자리에 누워서도 살림살이 참살이(웰빙)에 신경이나 써...알았쟈?

 

이 글 쓰는 중에 수돗물 나오네~~ 
또 일 해야지~


참 살림꾼이 되려면 멀리 몇 년 뒤를 내다보아라~
행복한 삶을 살려면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하듯이~

 

 

 

언니가

 

 

사진/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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