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오죽했으면 세계적인 '슬로푸드' 운동이 일고 있겠느냐?
얘야, 우리네 귀한 전통음식은 죄다 슬로우푸드라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네가 미국에 가서 짧은 일년을 있다와서 망정이지 몇 년을 있었더면 어쩔 뻔 하였더냐? 본시 너는 청국장 냄새가 싫다고 아예 코를 막았고...토종음식이라면 단연코 외면하더니 아예 미국에서 패스트푸드에 길들이다 못해 푹 빠져 돌아왔더구나 그런 너를 위해 엄마가 얼마나 애썼는지..너 알고나 있느냐? 다행히도 넌 엄말 닮지 않아 군살하나 없어서 외관상으로 다행이었다지만 네가 그 후로 아팠던 이유가 패스트푸드 탓일거라 엄마는 추측, 네 식성이 원인이라 미루어 요즘 할머니(구순)를 위해 엄마는 매일 밀전병을 부친다. 잘 드시던 떡도 요즘엔 한동안 드시더니 시들해 하시기에 묘한 방책이 없었다. 식사외엔 달리 군것질을 안 하시는 할머니 입맛을 맞취드리려~~우유도 싫다, 빵도 싫다, 국수도 싫다시는 할머니, 단 것은 좋아하시지만, 요즘들어 자주 배가 고프시다길래 고안해 낸 메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밀가루는 거의 100%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누구랄 것도 없이 그러더라 밀가루가 아닌 방부제가루라고, 요즘 엄마는 전날 밤, 콩을 물에다 담가 불려 다음 날 콩을 갈아서 부침게를 부쳐드린다. 검은 콩을 삶아 갈아두었다가 꿀 탄 두유도 만들어 드리고 부침게도 만들고 그러니 좋더구나 네 생각이 나지만..넌 샐러리맨이라 회식에다 매식에다 모임에 줄줄이 외식으로 연명하고 있으니 화학조미료로 된 음식을 줄기차게 먹고 사는구나...참으로 안타깝다.
요즘 젊은 사람들,손이 좀 많이가는 요리다 싶으면 아예 만들기를 포기하거나 사서들 먹는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어느 것 하난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게 없어 조리방법 조차도 주로 숙성 시간이 오래 걸리는 2차 3차적인 방법이다. 보리에 눈(싹)을 띄워 엿기름(엿질금)으로 만든 다음 가루를 내고, 고두밥을 앉혀 밥을 지어 엿기름을 걸러내어 그 물을 붓고 5시간 이상을 삭힌다음 펄펄 끓여내면 발효음료 식혜(단술)가 되고....더 오래도록 끓이면 엿이 되는... 칼국수를 한 예로 들어보자 전통 칼국수는 홍두깨로 잘 밀어서 끓는 물에 삶아 건져내어 육수를 따로 부어 끼미(고명)를 얹어내는 게 원칙이다. 옛날 엄마의 외할머니 말씀에 끼니 때가 되어 칼국수를 미는 도중에 손님이 한 분 들어오시면 얼른 홍두깨로 밀었던 반죽을 한 번만 더 돌려 밀고 두 분이면 두 번만 더 밀면 너끈히 일,이 인분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옛날 이야기가 있단다. 면발만 늘어나지 실제적인 량이야 늘어나기야 하겠냐만, 바로 그 게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이 아니고 무엇이랴~ 요즘엔..다들 제물칼국수를 칼국수로 알고 있으니...나 역시나 손 쉬운 그 방법을 잘 택한다만,
슬로푸드 운동이 확산되면서 유럽 사람들은 자기네 와인, 치즈를 들어 자랑타가 그만 우리나라에 와서 그 무안함에 코를 빠트렸다는구나 우리의 각종 장류와 온갖 김치의 종류에 기가 질려버린 것이지, 왜 우리말에 '곰삭는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사람도, 情도 곰삭은 것이 맛깔스럽나니... 하물며 음식인들, 서구유럽에서도 우선 1차적인 재료는 너무나 너무나도 그 값이 저렴하지~ 그런데 2차 가공을 거치고 3차 수공이 들면 들수록...그 가격은 말도 못하게 고가의 음식으로 매겨지는 거,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 만큼 음식이 고가로 매겨진다는 건 동서고금을 통털어 당연한 이치다. 농약이라곤 구경도 못하는 유일한 채소거든, 그런데 모두들 기피하는 이유가 그 줄기의 껍질을 까야 해, 그래야만 부드럽거든 그 걸 까자면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손톱밑에 물이 들고, 그 물든 손가락이 잘 지워지질 않아, 예쁜 손이 망가져~ 나이든 주부들도 기피할 정도지... 얼마나 맛있고 몸에 좋은 무공해 웰빙 식품인데,
은근과 끈기 인내, 그런 불같은 성미가 화학조미료에도 기인한다는 말도 있고... 오신채(불교에서 금기시하는 음식)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가 사람의 마음이 평정을 잃게하여 분노를 잘 일게 한다는구나 본시 이들 음식은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강장제로 알려져 있다만,
이, 엄마가 정의하기엔 말이다 슬로푸드라는 건...'가마솥 음식'이다. 계절마다 맛이 다른 장아찌를 담아 해를 넘기고, 제 철에 많이나는 채소를 말려 보관하고, 명절날 한과를 만들기 위해 봄부터 기다렸다는 듯, 송화가루를 따내는 준비를 하고, 장작불을 지펴 찹쌀과자를 빚어 구둘목에다 말려두는 준비과정을 끊임없이 하는, 우리네 조상들이 술독을 묻고 술이 익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 바로 그 게 '느림의 미학'이 가미된 진정한 '슬로푸드'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서구식 패스트푸드 식당은 시간엄수,일정한 맛,깔끔한 인테리어 등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원래 햄버거와 샌드위치 등으로 한끼를 때우는 패스트푸드의 원조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로 알려져있다. 19세기말 월스트리트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돈"이었던 딜러들과 뱅커들을 대상으로 점심 장사를 한게 효시라는 것. 패스트푸드 식당은 그렇게 시작돼 지구촌을 무대로 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패스트푸드는 더 이상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와 더불어 미국의 효율성,미국의 힘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격상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이면에는 환경 파괴,동물 학대,소비자 건강 위협,음식문화의 획일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숨겨져있다는 지적이다. 패스트푸드는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집합된 "모순 종합선물세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엄청난 양의 육류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환경파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각종 인공 조미료를 듬뿍 집어넣는 조리법은 소비자 건강을 위협한다. 패스트푸드는 또 지구촌을 무대로 장사를 하면서 각기 다른 나라.인종.민족들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맛의 제국주의"를 팽창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반 패스트푸드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얻어 유럽을 중심으로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86년 맥도날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한 지난 86년 시작됐다. 미각의 즐거움과 전통음식 보존을 기치로 내걸었다. 현재 전세계 45개국에 7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패스트푸드의 발상지인 미국에도 50여곳의 지역 본부가 설치됐다. 패스트푸드는 "효율"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면 황홀하지만 그것 때문에 보지못하는 것,잃어버리는 것도 적지않다. 인간을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느림의 미학"은 먹을 때도 반드시 필요하다. 슬로우푸드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만드는 전통음식들을 빼놓을 수 없다. 포도를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와인과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치즈가 주재료인 퐁듀 그리고 영국의 피시 & 칩스 등이 그 주인공이라 할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음식들도 슬로우푸드에 속한다. 콩에서 메주로, 다시 된장으로 몇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된장을 이용해 갖은 채소와 함께 보글보글 끓여 만든 된장찌개, 발효 과학의 대표주자인 김치, 그리고 쌀을 빻아 쪄서 만든 떡 등이 바로 슬로우푸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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