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jo

 

아랫글 초가집에 그려진

 

 "아랫목에 묻어둔 밥주발을 쓰다듬으며 기다린다는 그 정서는 바로 우리 어머님 때의 기다림이다"

어제 뉴스로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냄비들이  다섯시간만에 일반인들에게 출시되어 백화점에서 북새통을 이루고는 금방 다 팔려나갔다 한다. 


미국과 북한 우리의 삼각관계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미국 측에서 그런 남북 간의 상호 우호적인 일에 우선 존중 해줘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는 역설적인 발표를 했다한다./뉴스에 의거하여 원문 그대로

(....대체로 다각적으로 애매모호한/제 생각)

 

리빙아트에서 만들어 롯데백화점에서 어제 제일먼저 선보이게 된...그 냄비들, 금새 동이 났다는데...

시중 가의 절반이라서 사람들은 대거 몰려들 갔을까?

아님..요즘 수입품이나 화려한 법랑냄비도 많을 텐데..좀 덜 세련된 옛 을 찾아서 몰려들었을까?

한 실향민은 무려 열 세트를 구입했다고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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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인즉슨

 

아랫글 [초가집]도 무관하진 않지만 그 아래 글...[닭살]의 동대문외출 이야기도 실은 꼭 구입하고자 하는 게 있어서 염두에 두고 나갔던 것이었다.

집안에 크리스마스 트리랍시고 동촛대(대문사진)를 꺼내놓고 보니..지하실에서 아랫부분(삼발이)에 녹이 많이 슬었다.
'기름칠을 좀 해서 넣어둘걸...신문지에 감아서라도 둘걸' 하는 후회만 했다.
아마 지난 해 장마 습기에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겸사겸사 집에 녹이 나서 보기 흉한 유기그릇도 있고 해서 닦아줄 약을 사러 갔던 것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유기그릇이 금그릇 처럼 반짝반짝하던 기억에서
그런 게..동대문 운동장 부근 거리를 걷노라면 길거리 노점상에서 구경 삼아 눈에 잘 띄기에, 그래서 혹시나하고 갔더니 역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수세민데..2장에 5,000원 하던 것을 3장을 5,000원이라길래 서슴없이 샀다.
아저씨의 손길에 까맣게 찌든 프라이팬 밑바닥도 새 것처럼 반짝반짝하게 된다.
별 힘들이지 않아도...신기하게 헌 것이 새 것으로 바뀐다.

"아저씨..유기그릇 녹난 것은 어때요?"

"녹이요? 녹은 더 잘 닦여요"

믿고 샀다. 집에 와서 닦을 것은 죄다 내놓고 전을 벌렸는데..

"이런..??"

사기였다. 하나도 닦이지 않는다. 보통 스카치수세미랑 똑같다. 에구..
스텐그릇도 새 것처럼 되던데...그래서 난 얼른 집에 가서는 금그릇 은그릇의 호사를 부려봐야 쓰겄따는 기쁜 맘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약품으로 구입해봐야겠다.
해서 모처럼 그릇 내 논 김에 밝은 날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세상에도 요술 같은 아저씨의 손놀림에 빠져 막상 그 사람의 얼굴은 정작 기억에도 없다.
아마도 이웃 아저씨였대도 몰라보고 물건만 사왔을 터이다.
그만큼 정신이 쏙 빠진 주부들이..나 혼자가 아니었다.
그 아저씨..오늘도 거기서 그 물건 팔고 있을까?

 

 

은그릇 금그릇


스텐그릇이 은그릇 대용이라면  금그릇은 유기그릇이다.
요즘엔 혼수용품으로도 방짜유기를 많이 해간다고 한다.
유명 한 식당에서 간혹 유기그릇을 만나면 아주 기분이 좋아진다.
중후한 멋에 귀빈이 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님도 유기그릇에 밥을 담아 아랫목에 싸두신 것을 기억한다.
어머님 말씀에 밥을 해놓으면 따뜻한 온기가 스테인리스 그릇 보다 오래갔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스텐그릇의 유행이 물밀듯 밀려왔고 그나마 일제 하에 공출하고도
몇 점 숨겨둔 유기그릇들은 미련 없이 스텐레스-스틸 그릇들로 바뀌어졌다.

잦은 변색으로 인해 힘들게 닦던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지금은 외면 되었던 그 유기 그릇이 요즘은 방짜유기로 다시금 각광을 받으며 혼수품목으로도 비중 큰 몫을 차지했다.

얼마 전 방송에서는 유기그릇의 효험에 대해 나온 적이 있다.
유해물질을 판독하는 기이한 그릇이라면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해독까지 해 준단다. 농약이 묻는다거나 다이옥신으로도 유기그릇이 변색된다는... 그리고 유기그릇에 수경재배로 식물을 키우니 훨씬 잘 자라난다는,
조금이라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에는 그 얼룩이나 앙금이 서린다는 유기그릇의 신비,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스님들이 삭도로 머리카락을 자를 때 꼭 방짜로 만든 칼을 쓴다는데..
사용하다 머리를 베이더라도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 한다.
자주 삭발을 해야하는 스님에게 덧나지 않는 칼은 방짜 밖에 없단다.


또한 은제품 역시나 이에 못지 않다.

은도 유기 못지 않게 유해한 것에 금방 변색을 해서
왕실에서 독약이 들었는지 먼저 은수저로 알아보게 했다.
아주 옛날에는 은이 금보다도 더 비싸고 귀했다 한다.
은행이란 말도 그래서 금행이 아니고 은행이라는 말이 있는데...

 

 

은 예부터 알려진 금속이지만 이용 면에서 금보다 뒤떨어졌던 이유는 자연 은으로 산출되는 경우가 자연금에 비해서 적고 까다로운 정제법을 거쳐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대에서는 금보다도 귀중하게 취급되었다고 하며 구약성서에도
은화(銀貨)로 거래된 일이 여러 군데에 씌어 있다.
이렇게 은을 애용하게 된 것은 은을 갖고 있으면 잡귀를 물리칠 수 있고 상투의 동곳에 사용한 것은 은을 꽂고 있으면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여 옛날 선비들이 애용품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잡귀를 물리친다는 개념은 서양에서는 뱀파이어를 물리치는 도구로 은 송곳이나 마늘이 들어간 은총알이 애용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동서양이 은에 대하여는 거의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데.
(이 부분 이야기는 인터넷 검색접목)

 

 

나는 스텐그릇을 생각하면 은그릇이 생각난다.
역시 잘 변하는 은제 그릇의 대용으로 늘..반짝이는 흰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릇~

[레 미제라블]에서 '밀리엘' 사교가 가 '쟝발잔'에게 내어주던 은촛대, 옛날에는 은의 가치가 귀했다 한다.
그 은제의 수저는 요즘 수세미가 좋아 늘 사용하는 수저는 괜찮아도 티스푼이나 포크는 이내 잘 변색이 되어서 불편했다.
내가 즐겨 쓰는 차 스푼으로 아이들 돌잡이 수저로 쓰이던 작은 스텐 수저가 그리 만만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우리 아이들이 쓰던 스텐 도시락 그릇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찬통 역시,
그리고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가 사주셨던 작은 아주 작은 스텐 냄비,

"김서방 퇴근 전에 여기다 국을 퍼서 연탄 뚜껑 닫은, 그 위에다 얹어 두거라" 시던..
그리고 스텐 밥통?  지금 현재는 [ bowl ] 대용으로 잘 쓰고 있다. 뚜껑이 있어 바로 냉장고에 보관도 용이하고


내가 왜 이리도 해묵은 구닥다리 그릇에 연연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 지하에는 그릇이 더 있다. 옛날 그릇으로만,
오래전에 명화를 보았다. 무슨 영환지..무슨 제목인지도 잊었다.
시녀들을 많이 거느리고 사는 걸로 보아 귀족 집안의 이야기 같았는데.......

단지 그 집 주방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며 걸려있던 수많은 냄비들..

그 냄비들은 예쁜 문양이 있다거나 반짝이는 제품들이 아니었다.
적당히 그슬리고 적당히 찌그러진 냄비들의  질서 정연함,
왜 그 장면이 내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었는지...나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오래된 물건들이 그릇들이 좋다.

 

물론 사람도 오래된 사람들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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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돌때 선물로 들어 온 그릇/요렇게 앙징하고 예쁜데..어찌 버릴까?/요리 사진 중에서

 

 

 

재질이 스텐으로 만들어진 그릇은 은그릇에 비해 불변이지만 오래
사용하다 보면 처음 샀을 때의 반짝거림이 탁해지고 묵은 때가 끼어서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불에다 얹는 냄비 주전자로까지 발전했으나 불에서 그을린 자국은 다른 재질에 비해서 웬만해선 잘 닦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때 수세미로 닦다보면 처음의 광택을 더욱 상하게 하는 결과가 생기므로 큰그릇에 담아서 빨래를 삶듯이 한번 푹 삶아 보시기를 권한다. 놀랄 만큼 깨끗해지고 처음 샀을 때의 광택이 살아난다.

요즘은 노란 알루미늄 냄비도 많이 기피하여 꺼리더니..다시 복고풍으로  라면 냄비로 잘 팔린다고 한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열전도가 좋아 주방식기로는 좋다. 단지 짠 것을 오랫동안 담아두어  방치했을 때, 삭았다거나, 한국의 주부들..노랑냄비를 흰 냄비로 닦는 그 것이 잘못된 점이다.
부지런히 닦아 제끼던 그 냄비나 주전자에 물을 끓이거나 행주로 닦아보면 검게 나오는 그 것,
바로 깔끔을 부리노라  부지런히 닦아대는 것이 유해한 것을 갉아먹는 꼴이 되었으니....

사진에 있는 작은 알루미늄 주전자는 간혹 생각나면 찻물을 팔팔 끓이는 주전자로 쓴다.
가열되어서  손잡이나 뚜껑부분의 플라스틱이 녹아 내렸지만...나는 버리지 못하고 간혹 곁에 두고 즐겨 사용하고 있다.

 

술은 못하지만..알루미늄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왼편 작은 종재기에 막걸리를 부어 마신다면??

또 그 오른편 하얗고 작은 사기 종재기는 나의 찻잔이다.
촌스런 듯 순박한 꽃그림이 앙증맞게 얼마나 예쁜가?

아마도 어머님 쓰시던 간장종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아무튼 이야기의 골자는 요즘엔 그 밥주발을 싸고 또 싸서 묻어두던 아랫목도 사라지고 그런 기다림마저도 사라져 가는 건 아닌지...

남편이 돌아와도 전기밥솥엔 누우렇게 변색된 밥에
그나마 아내마저도 외출중이라는 작금에 웃지 못할 현실을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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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column1.daum.net/dist/commentLogin?sid=02GYe&eid=0H8W3&skin=t02&color=yl&view_fldid=0066v

↑ 일전에도 썼던 글, 유기그릇

 

**카테고리[가까이 더 가까이] 로 분류하려다 [엄마의 요리편지]로 분류합니다.

 

 

 

 

사기그릇 사진도 부록으로 덧붙입니다.

혹..중년을 넘으신 분이시라면 눈에 익숙한 그릇들일 것입니다.

가만히 드려다보면 사기 그릇에 그려진 그림들이 굉장히 정겹습니다.

그 당시엔 그림이 그려진 필림 같은 게 없었을 텐데 작은 접시 하나에도

일일이 손으로 그려넣은 그림들이 친근감을 줍니다.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작은 접시 가격을 물어보았습니다.

7,000원이라네요. 그 게 3년 전입니다.

저희집 꺼 다 이고 나가 팔면... 저, 한 달간 해외여행할 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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