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가지
#-1
땅에 묻어둔 동치미를 꺼내다 말고 인기척에 놀라 후드득 날아가는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까치도 아니고 제법 큰 새, 두 마리가 삐익 삑...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감나무에 까치감으로 몇 개 남겨 두었더니 그 것을 보고 찾아오는 우리집 귀한 손님들입니다.
추운 오늘 아침에도 또 그 녀석들이 들렀습니다. 삑~삑~~ 우는 고 녀석들 말이예요.
안방 창문을 살그머니 열고 내다보았지만... 우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 몸체는 보이지 않네요.
맞아요 요즘 까치가 떠났는지 뜸한 틈을 타서.... 눈치껏 찾아주는 드물게 귀한 손님들이예요.
삑~~삐삑..아주 애처롭게... 불완전한 새 울음소리를 내는... 덩치만 큰 울음소린 아주 애달픈 가녀린 새들...
오늘 감나무 부근 담장 위에다 먹다 남은 밥이라도 올려 놔야겠어요.
#-2
집 뜨락에 살짝 댕겨 가는, 까치가 없는 날이면 찾아오는 넘,
좀 전에 다시 삐익 삑- 소리가 나길래 안방 커튼을 젖히고 보니 바로 눈 앞에 나뭇가지위에 앉은 잿빛 새...까치보다는 작고 제비보다는 두어 배쯤 큰,
해서 충전하던 배터리를 얼른 끼워 카메라를 챙겨보니 이미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현관으로 내려서니 분명 새소리는 들리는데, 그 몸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현관문에 매단 모빌, 뎅그렁~ 소리내는 문을 열면 분명 날아가 버리고 말텐데...
눈에 선한 그, 새...이름이 대체 무엇인지?
응석난 병아리처럼 우는 울음소리를 내는 덩치 큰 이름모를 잿빛 새,
뭘까?
#-3
1월4일 일요일
주일예배를 드리고 막 교회를 나서는데... 듣지못했던 귀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뭐랄까? 어릴적 우리들이 입에다 꽈리를 물고 꽈르륵, 꽈르륵 불던 것처럼, 입에다 아주 고운 구슬을 물고 도르르륵, 도르륵, 즐거운듯 명쾌한 이, 새소리는?
대체 어디서 어떤 새가 그러는지 궁금해하면서 위를 올려다 보는데...
키 큰 은행나무 裸木위에 잿빛 새 한마리, 첨엔 울음소리가 너무 고와 차마 그넘이라곤 상상조차도 못했는데...
내 눈앞에서 귀에 익은 그 "삑-- "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 오르기 전까지는,
은행나무가 아무리 크다지만 말갛게 잎새 다 떨어져 나간 가지뿐인 나목인지라... 육안으로는 새가 아주 아주 잘 보였지요.
얼마 전, 창문으로 내다 본 회색 새는 너무 가까운 곳에서... 가까이서 처음 만나보는 희귀한 새라서 그 두근거림의 허둥댐과.. 카메라 준비만 바삐 하느라 .. 급한대로 눈에다가 라도 채 담아두지도 못했는데... 그러다 그만 날려 보냈는데, 오늘은 운 좋게도 별로 좋지않은 시력이지만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
아주 멋진 gray color 연미복을 입은 제비보다는 두어배 쯤 더 크고, 까치처럼 배가 부르진 않아도 제법 둥그스름한 흰 배에는 회색 dot(물방울 점)무늬가 있었지요.
마침 가방에 디카가 있다는 걸 안 순간 가방을 땅바닥에 내려 놓고 높은 나무를 보느라 고개를 한껏 젖히고 두 팔을 위로 뻗은 채 줌인으로 당기고 뷰파인더로 보려니.. 정오의 밝은 햇살에 잘 보이질 않았지만,
셔터를 몇 번 누르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제사 생각난 어머님은 띄뚱 띄뚱 지팡이를 짚고 앞 서 가십니다.
바로 그 때, "후드득" 깃터는 소리와 동시에 그넘이 휙-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그런데.....날아가면서 우는 소리가? 쀼~ 쀼쀼유~~~ 하고 들리는 게 아닙니까?....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맨 처음 제가 들었던 삐익 삑, 소리보다는 더 흡사한 의성어라 생각되어져 정정해서 표기해 보는 "쀼유~~ 쀼쀼유~~" 울음소리는 네이버 백과사전에 씌여진 표현 그대로 옮겨봅니다.
제비처럼 아주 날렵하게 유연한 곡선을 그리듯이 나르는데...
아! 제가 요근래 가슴에 묻어놓고 늘 생각하는 바로 그넘인 것을 알았습니다.
집에 와서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요.
텃새는 분명 맞긴한데... 새의 크기는 어디서 어디까지 재는걸까? 크기에서부터 혼돈이 오고, 색깔도 틀리고...
날면서 우는 소리와 곡선을 그리면서 난다는 말은 딱 맞는데, 그렇게 뒤적이다 "이 건 아니야" "이 것도 아닌데.." 하며 갸웃거리기를 여러-번 하고 많은 새 중에서 그나마 제일 비슷하던 그 새를 두 번 다시 찾으려니 어려웠습니다.
곡선을 그리며, 쀼, 쀼우~~ 울면서 나른다는 표현은 아주 적절하긴 한데..., 분홍깃이 어쩌고 하는 바람에... .............. 내 머리에 각인 되다시피한 새와는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재차 검색을 해봐도 비슷한 새라고는 어치, 때까치. 직박구리, 섬개개비등이..... 후보에 올랐지만 글쎄요.
새들이 참 희안해요. 찾다보니.. 남의(다른 새)울음소리도 곧잘 흉내내는 새도 있네요. 그러니까.. 더 헷갈리나 봐요.
다음 작업으로 카메라를 확인한 순간, 어찌, 이런일이! 한결같이 빈 나무 가지들만 여러장 찍혀 있었습니다.
분명 새가 날아가기 전인데... 빈 가지만 찍히다니...이렇게 허망할 데가...
#-4
해서 오늘 밤,
잠은 오지 않고 머리에 각인된 그 넘을 손 끝으로 불러내어 인화하듯
크로키 해봅니다.
이제 구태여 이름은 알려고 하지 않으렵니다.
그냥 빈-가지의 허상만 내게 남겨주고 날아간 새, 한 마리!
그렇게 가슴에 그저 새겨 두리라고.....
파랑새라 이름지어...
글:그림/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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