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어머니와 봄'
   
      어머니! ~
      오늘은 시장에 나가서 봄을 사 왔습니다.
      장 바구니 넘치도록 싱그러운 푸른 빛 담아 왔습니다.
      봄을 빗듯 정성껏 다듬고 씻어서식탁 가득히 봄을 펼칩니다.
      어머니! ~ 이전에 해 주시던 그대로 흉내 내 봅니다.
      봄 야채는 별 양념 없어도 좋다던 말씀대로
      살캉 데친 씀바귀, 원추리, 고추장에 넉넉히 무쳐놓고
      여린 햇 쑥은 항아리 속 된장 퍼와 잘 걸러서
      톡톡하니 들깨 갈아넣고 썰썰 끓여 두었습니다.
      입에 물면 향내 상큼 번지는 오이..
      얼음깡 깨고 자라오른 봄 미나리..
      썹싸름한 머위잎, 야들한 취나물 함께 쌈 싸 먹으렵니다.
      어머니 깊은 손 맛이 어우러진 그때 봄 나물 맛이
      제 손 끝에 날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제물에 겨워 그렁저렁 향그럽습니다.
      어머니! ~보이세요?
      묵은 신 김치나 올려 놓았던 시큰둥한 그릇들이
      일제히 눈빛을 반짝 대며 한 옥타브 높여
      맑은 종 소리로 탱~탱~ 부딪치며웃고 있어요.
      어머니!~~~들리세요?
            이요조2001/1/20(토)씀 수정/2004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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