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섬
(익명 방의 싸움을 보고...)
누구나 한 번 쯤은 가 보고 싶은 섬….
그러나…..
그만큼 왕래가 쉽지 않은 섬,
제약을 받는 섬,
일정한 주소도 없이 부유하는 섬,
어쩌다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면
함부로 해서는 절대 아니 될 섬,
누구랄 것도 없이 나, 자신에게도
오타가 나도 고칠 수 없음을,
뒤 늦은 후회가 묵살되는 섬,
그만큼 조심스러운 섬이다.
어떤 글은 표나게 누구 것인지 금방 알아도…
언제나 어림 짐작은 금물이다.
인생에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이…..
언제나 엉뚱할 수가 많다.
나의 추억의 기억에도 익명의 섬이 있다.
따로 분류하고 고립 시켜둔,
아니 그렇게 분류를 해 두고 싶은 섬 ? 아니면, 방 ?
절대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방이기에…
마치 옛날의 판자 울타리 나무 옹이가 빠진 구멍으로
남 몰래 드려다 보는 짜릿한 맛,
물소리가 나면 누가 마당에 나와 목욕하나? 궁금하던,
남 몰래 무엇을 저지르고도 그런 옹이 구멍 하나쯤
마련해 두고 봐 주기를 바라는 얄궂은 아이러니,
내, 기억 속의 익명방
이유없이 정지된 화면,
스틸로 남아있는 흑백사진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훔치던 빨간 지폐의 무서운 기억,
(쵸코릿이 너무 먹고 싶었다)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 돈,
감출 수없는 거스름 돈이 더 무서웠다.
아버지 멋진 가죽가방을 잘라내던 기억,
(가죽 한 조각으로 무엇을 절실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머니 빌로드 치마를 가위 집 내던 기억
(너무 신기하도록 보들 거리는 유혹에)
옆집 남자 아이를 흠씬 패 주어 기절 시킨 일,
(바보 같은 게 나만 따라다니니까)
구멍가게에 가서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없자
별, 필요도 없던 아무런 가치도 없는
실핀을 몰래 집어 나오던 기억,
그 후로 그 집앞을 지나치며 어린마음에
스스로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던 일,
애 써 아프다고 사 준 귀한 인형을 언니와 언니친구가
가지고 놀았다고…..
정말 나도 아깝지만 와락와락 뜯어버린 기억,
등겨를 탈탈 털어내어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기억,
실로 부끄럽고 창피스럽고….

그런 기억들만 모여 있는 방
후회를 아무리 해도 고쳐낼 수 없는 방,
언제든 그 일을 반추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방,
비밀의 방에 오면 우선은 자유스러울 수 있어 좋다.
뭘 해도, 위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변장술로 자기를 가릴 수 있어 더욱 매력 있다.
그러나…… 그 게
자유가 아닌 구속임을…….
눈에 보이지 않는 더 가중한 자율
임을……
어느 날 난, Y 談 하나 올리고
나 혼자 낄끼덕 거렸다.
그런데 그 게 거기서 끝나 주지 않았다.
내 마음이 그 좋지않은 흔적을 낳고 그리고
내가 낳은 그 흔적은 이상한 올가미로 나를 결박하고
난 기분 나쁜 끈끈함을 낳고
궁극적으로 죄 비슷한 게 발목을 묶고
혼탁해진 영혼이 결속되어 헤어나질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하루종일을 그 허접 쓰레기가 내 마음을 점령했다.
아니 잠식 당했다고 보는 게 옳다
우선 억울했다.
까짓 쓰레기 같은 글 하나에…..
남들에게….
순간 낄끼덕 거림을 주자는 목적이
무료해 할(?) 그 들에게 섬광 같은 말초의 기쁨을 주고자
악마의 가장 그럴듯하고도 통상적인 합리화로
고기 맛의 후추처럼 맛의 자극을 전파 시키고자 한다는 게
오히려 보는 쪽은 그저 보고 지나치므로
흘려 버리지만…
제공한 자는 그 것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지우지 못할 만큼 깊숙하게 각인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기억 속 익명의 방을 부끄러워 꽁꽁 닫아 건
만큼 나는 그 기억과는 먼---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가려고
어린 마음에도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렇듯
사이버 세계의 익명 방에서도 실패를 거듭한 뒤
(타산지석도 포함)
나도 내게 스스로 독이 되는 일은 삼가 한다.
그러나 또 어쩌랴?
아무리 정확성을 기해도 그 넘의 오타는 찍히고
나는 손 쓸 수도 없는….
이미 나의 한계를 벗어 난
흘러간 물인 것을………
그 내용이 설령 나 혼자의 모노로그가 아닐 때 그 일은
일파만파가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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