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에 대하여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향수병에 달뜬 이에게 더 부추긴 꼴이 된 것 같았다.
봄~~
봄 이야기를 주책 맞게 흐드러지듯 늘어 놓다가
기어이 한 망향가의 아키레스건을 건드려 버렸다.
본의 아니게……
삼월 삼짓날이 지났다고 다시 온 제비가 얼어죽게 생겼다.
처음엔 희끗희끗 뭔가 날리더니…..
난 꽃인 줄 알았다.
다시 생각하니 아직 꽃은 피지 않았는데….
아~~ 산 벗 꽃처럼 날리는 춘설 이었다.
오전만해도 하늘이 황사로 뿌옇게 보였다.
고국의 봄이 그리워 목이 메인다는 절규,
해서 난 줄곧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띄우고 싶었다. 어제생각.★
★봄★
그 봄이라고
와 본들
하늘은 황사로 뿌우옇습니다.
지난 겨울은 눈으로… 추위로 유난스러워서
이렇게 봄을 기다림도 유난스러운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 봄을 기다리는 마음, 그 것만이 진정한 봄이랍니다.
바로 그 것이 봄입니다.
어느새 봄이 오는 듯 싶다가 여름 속으로 곧장 직진합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린 휙-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봄을 느끼기도 전,
“실종된 봄”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그런 봄이라도 찾아보면 다행이지요.
제가 일을 가지고 있을 때는 봄조차 느낄 수 없었답니다.
어느날 문득 봄인가 싶다가도
어느날 문득 또 여름입니다.
그러다가 이내 낙엽이 떨어지고….눈이 펄펄 내렸습니다.
요즘은 팔자에도 없이 되게 한가해져서
이렇듯 나에겐 유독
늘어진 봄 타령으로 봄날이 느릿느릿 어기적 거리며 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시멘트 블록 안에 갇힌 도시인들은
일주일을 참고 견디기 힘듭니다.
집 분위기를 전원풍으로 비슷하게 꾸며 보아도….
아무리 베란다엔 갖가지 화분에… 비싼 조경을 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시골 축사 구석재기에
고이고 썩은 개울가 만큼도 신선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냄새 나는 썩은 물이 섞여 흐르는 시냇가에도 파릇파릇
파란 풀이 돋아 나긴 합니다.
따뜻해서 소름 돋을 봄볕도 마냥 내려 쬡니다.
깨어진 병 조각,
찢어진 폐비닐로 둘러싸여도 흙만 있다면…
무거운 돌 틈 사이로도 얼굴을 내 미는 새 싹들…..
더러움과 새 생명의 대비,
늘, 아니,
아직도 이런 풍경인데… 무에 그리 좋다고 조국 산천을
그리도 보고싶어 하는지요.
하늘은 늘 스모그로 우울하고….
江은 늘 앓으며….. 신음소리로 뒤척이며 흘러 가는데…
내리는 눈도,
내리는 비도,
한 번 맞고 나면, 차가 엉망이 되는 나라…….
세차를 밥 먹듯 해야 하는 나라….
하루 입은 와이셔츠 깃이 새카매지는 나라…..
자고 나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나라…..
뭐가 그리 볼 게 있고,
미련 둘 게 있어 그리도 향수병에 목이 메이는가요?
러시아워 때의 교통 지옥…..
명절 때마다 겪는 민족 대이동의 교통대란…….
뭐 그리 궁금해서….. 뭐 그리 대단해서…………
그래도 그런 고국이 더 그리워지는 것을……
더욱 연민으로 가득해지는 것을 …….
도무지 어쩔 수 없다 구요?
잊으세요.
다 털고 잊으라 하십시오.
옛날을 모질게 그리워 하는 잠재된 기억들에게,
망각도 때로는 큰 위안이 됨을……
허나,
못남으로 인하여 더 더욱 가슴에 안겨오는
끈적한 그 연민을…..
아무도 어쩌지는 못합니다.
3월 끝날 시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