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
고장남 컴퓨터처럼 잘 못 저장된 게 아무리 애를 써도 지워지질 않는다면? 사람의 일이란 참 묘하다 한 번의 선입견이….. 그 걸 만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 모습이…… 사이버 식구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그 건 나도 모른다. 어쩜 시답잖은 글로 괜히 너스레 떠는 내가 영 마뜩잖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태어난 고향을 벗어나 객지에서 아이들 교육을 시킬 때 일이다. 물론 학교 어머니들이랑 교제 범위가 한정되어 좁혀졌고….거기다가 사는 곳이 같은 아파트임에 더 더구나 몇몇은 아이가 고만하니… 엄마들도 응당 비슷한 나이였다. 그 중 한 이가 계속 나랑 매사에 어긋났다. 취향도 정 반대였고…… 하여튼 만나면 그저 불편했다. 두 번 다시는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소원했었다. 그러구러 세월이 흐르고…… 나는 그 중간 과정은 다 잊어 먹었다.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금 그 꼬마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고…. 그 후 그 집과 우리 집은 형제간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그래서 배운 것 하나….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커플이라고………
그런데 사이버에선 그 극복의 과정이 없다. 그냥 등 돌리면 그 것으로 끝이다. 바깥 세상은 미워 하면서도 필연적으로 부대 껴야 한다. 그러노라면 어느새 상대방의 속성을 이해하게 되고 처음에 보였던 결점이 나중에는 사랑의 트리거 포인트로 다가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발을 디려 놓았을 때….. 어줍잖을 때 맨 처음 손을 잡아 준 이가 풀꽃이다. (님은 생략) 나는 그녀의 글에서 풀꽃의 유별난 감수성을 사랑하게 되고…….
어느 날, 드디어 만남의 기회가 다가왔다. 제일 궁금한 게 풀꽃 이였다. 아마 풀꽃도 느꼈으리라~ 예민한 그녀니까…….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녀의 미모에서 실망한 게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일로……. 나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고주알 메주알 나오는 것은 생략하자. 집안일로 아주 나쁜 기억에 있는 어떤 그녀랑 너무 흡사해서 나는 그 날 내내 우울했다. 풀꽃의 본연의 모습은 이미 지워지고…. 나는 내심 그녀를 거부하고 있었다. 풀꽃의 모습에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왔다. 나는 오프라인 모임 후로도 풀꽃과 그녀의 합체에 메스를 가하지도 못한 채 내내 그녀에게 냉담해 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느낌이 덜 좋았을 풀꽃, 아마 영악한 그녀는 그 당시 뭔가 모를 눈치를 챘으리라. 그 게 잘 못된 허상의 관념이라는 걸 나도 모르는바 아닌데…..
우회하여 다른 이야기, 한 10년 전 교회의 한 성도가 자기 올케가 부산 여자였다고…. 내 목소리가 어쩜 그리 같으냐고…… 그녀는 나만 보면 그 올케를 떠 올렸을 테고 그 올케와는 사이가 원만치 않은 시누인 걸 알았다. 역시나 그녀와의 사이는 잘 될 턱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누구든 사투리를 들으면 거의 똑 같거나 비슷하게 느낀다.. 그 걸 들으므로 해서 각자 나름대로의 연상효과가 다르다는 것 뿐, 나는 전라도에 살면서….너무 좋은 이웃이 있었기에… 지금도 거기 사투리가 그립다.
사람들은 살면서 사랑을 한다. 그 사람이 모양새가 잘 나지 않았어도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귀한 사람이 된다. 그 사람과 사별이든 이별이든 또 다른 상대에게 문을 열 때는 그 사람과 어디 닮은 구석이 없는지 애타게 찾는걸 보게 된다.
그 상대가 만약에 글래머 였다면 그 사람의 취향은 글래머로 흐른다. 그 사람의 헤어진 애인이 말라깽이였다면 뚱보는 혐오스러워진다. 또는 뚱보랑 알게 된 사람은 귀염성과 너그러움, 등 그런 매력을 또 다른 뚱보에게서 구현하려 애쓴다. 노래를 잘 불렀던 사람을 사랑한 사람은 다음에도 역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에게 이끌리게 된다. 아무튼 나는 한 동안 애 먹었다. 나는 나의 잘못된 인식을 꾸짖기도 하면서….
벌써….. 수 개월이 흐르고…….. 나는 풀꽃의 자라 오름을(?) 눈 여겨 본다. 처음엔 그냥 꼬리 글이 이젠 제법 철학적이 되어 가고……의젓해졌다. 나는 배웠다. 부지런히 봉사(?)하고 베품이 다 자기에게로 돌아감을…… 풀꽃은 이미 많이 받았다. 나는 종종 풀꽃의 글을 대하며…빙그레 웃음 짓는다. 그녀의 시간을 할애한 품의 댓가가 그 글의 모양새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풀꽃으로 하여금 나의 나쁜 인식의 버릇을 탈피했고… 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빚을 진 것 같았다. 언젠가 짧은 메일로…… 진작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고 아리송한 내용만 남겼을 뿐 차마 이 얘기는 꺼 내어 보지도 못했다.
마침 그녀가 아프고 나는 빚을 항상 지고 있는 것 같아 이참에 나도 시간을 할애해서 그녀만의 카드를 만들었다. 그 게 내 카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다른 이들이 이해 할까?
사이버 에서 배운 교훈은 부드럽게 대하면 모든 이가 햇 솜처럼 다가서고 자기가 가시를 지니면 다가오는 모든 이가 두더지로 보이고 오해를 부를 소지가 많은 사이버의 말, 글이 자칫 남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 남을 꼬집은 말, 그 게 바로 부메랑이 되어 자기에게로 돌아 간다는 것이다. 요는 누가 무어랄 것도 없이 제 스스로가 그렇게 서운해진다는 것이다. 자기가 설령 아니면 꿋꿋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오해가 풀릴 날이 올 텐데…. 너무 성급한 나머지 도중하차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들도 갈라서게 되는 원인이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데…… 하물며…사이버 공간에서랴,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만나보고…… 따스한 사랑을 느끼고…. 사이버란 연줄이 좋게만 연결된다면 좋은 사람들, 그렇다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떠나 보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 날 한번 본 님들을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냥 산보처럼 가볍게 나왔다가 갈 때는 언제나 배우고 돌아 가는 나였기에 오늘은 부끄럽지만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글로 보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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