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시간 정보/ 2006:01:08  09::02:58

 

 

 

누가 우리나라를 조선이라 칭하였는가?

 

조선! (아침 조:朝 /고울 선:鮮)  정말 아침이 고운 나라임에  일러 무삼하리요.

 

참으로 서해의 갯벌은 매끄럽디 매끄러운 숨겨진 여인네 속살같은, 그 위로 햇살은 막 피어나고 있었다.

 

◎촬영 시간 정보/ 2006:01:08  09:03:29

 

 

인천공항에서 용유 무의로 거꾸로 접어드는 길에서 찍은 좀 늦은 일출 사진이다.

지난 번  글 '마실란 설원에 지는 석양'과 비슷한 이미지다. 허기사  둘 다 영종도 품 안이니 어련하랴~

나는 또 잠시 잠깐  흥분했었다. 이런..장관을 만나다니...그저 길 건너 갯벌이 궁금했을 뿐인데,

차를 타고 휙- 지나쳤으면 못 볼 것을....

길을 가로질러 뛰어 가서는 가슴높이 쯤 되는 방죽에 깨끔발로 딛고 선 순간,

아!!

................!!!!

 

 

사람들은 경포호에 뜨는 달이, 다섯 개라고 한다.

 

하나는 하늘에 떠있는 달,
두 번째는 출렁이는 호수 물결에 춤추는 달,
세 번째는 파도에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달,
네 번째는 경포대 위에서 님(벗)과 나누는 술잔에 담긴 달,
다섯 번째가 님(벗)의 눈동자에 깃든 달!

 

 

영종도에 뜬 태양은  그런 피상적인 것, 말고도 세 개나 떴다.

 

하나는 하늘에 뜬 해,

둘은 갯벌위에 어린 해.

셋은 갯벌로 난 水路에 빠진 해,

그리고...........

(말 없음표)

 

 

◎촬영 시간 정보/ 2006:01:08  09:03:58

 

 

갯벌은 비낀 석양에도 빛을 발하지만,

아침 쏟아지는 햇볕에 밤 새 누가 있어 이리도 매끈하게 잘 빗어 놓았는지...

곱게 미장된 갯벌은 물빛, 그리움에 뒤척이다 시방 떠오르는 태양빛에 뜨겁게 심장을 달구려 한다.

 

 

누구나 사람들은 얘기한다. 우리나라 전역을 여행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관광코스에 몸을 맡기고는 훌쩍 떠났다가는 훌쩍 되돌아 온다.

나는 그런 숱한 사람들을 만나면 여행은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땅도..물도...돌멩이도, 풀 한 포기, 바람마저도 사랑을 안다고,

그들은 낯가림을 한다.

그들은 쉽게 그들의 진면목을 함부로 드러내 놓지 않는다.

자주 오가며 낯을 익히고, 사랑이 익을 때 쯤이면 그제서야 그들은 숨겨둔 그의 아름다운 앞가슴을 연다.

 

 

구랍 25일에도  나는 이 곳을 찾아 들었다.

바다는 마치 성난 노도와 같이 거쎈 풍랑에 쏟아질 듯이 그 너울이 대단했었고

바로 이 곳에 처음 온 나를 받아들이기 싫어 거부하는 몸 짓으로 가히 체감 온도 -20도에 나를 바윗틈새로

밀어 자빠트리며 선녀바위를 채 찍기도 전에 카메라를 고장나게도 했다.

 

 

그 무시무시했던 바다가...

오늘은 양순하다. 마치 봄날의 오수에 빠져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세상이....일순 다 멎은 듯,

고즈넉한 모습이다.  참. 고.요.하.다.

 

 

작은 동산을 끼고 해안을 빙 돌아 나오자  추운 바닷가에  얼음모자를 뒤집어 쓴 바위들을 만났다.

무슨 연유로 이런 인고의 삶을 사는지...

"바위야 내게 말하려마!  내가  네 사무친 이야기에 귀 기우려 줄테니~"

 

 

천사들이 절대로 뒤돌아 보지 말라 당부에도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소돔과 고모라를 떠나며 뒤돌아 본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장구한 세월 이렇듯...

 

 

지역사람들 말로는 장군바위라고 한다는데

어디로 봐서 장군인지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투구를 쓴 근엄한 옆 모습 같기도...

"장군님, 모진 추위를 잘도 견디십니다"

 

 

아침 해가 장군바위 너머로 조금씩 피어나서는 을왕리 해변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자! 아침이다. 기상나팔을 울려라~ 너른 바다, 저 끝까지 울려 퍼지도록~

 

 

마지못한 듯,  부시시 잠에서 깨어난 바다는

어둠에 어룽졌던 얼굴을 햇살로 말그라니 금새 세수까지 마쳤다.

 

 

참으로 야속한 것이 시간의 흐름이다.

아니 빛의 흐름이다.

 

내가 이 해안에 다다른 것은 맨 위의 바윗사진을 찍기 전이니 09: 28분 정도에 도착했나 보다.

나는 멀리서 이 바위를 보고는 숨이 멎을 듯 했다.

붉은 태양빛을 상판에 받고 있었는데... 그 때 이 바위의 모습은 바위가 아니라 얼싸안은 두 사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는 모래사장을 뛰었다.

해변 이쪽에서 저쪽으로 더 자세히 보기위해...마구 달렸다.

 

달리다가 차례대로 바위 사진을 찍느라....그 모습 그대로 날 기다려 줄줄 알았다.

뒤 늦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니!  빛이 없다.

좀 전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도록 형형하던 두 남녀의 리얼한 포옹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분명 조금 전만해도 바위들은 살아서 숨쉬고 있었다. 빛 속에서......애틋하게 둘은 포옹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불과 10여 분도 못되어서....상황이 바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점차 바위가 체온이 빠져 나가듯,  혼이 달아나듯, 싸늘해져 갔다.

뭔가 애절해서 서로를 꼭 부여안고 있던 모습이...

그저 막내린 무대의 소품처럼, 불꺼진 등잔처럼 그저 그런 바위로 식어갔다.(09:37)

 

 

자연은 얼마나 오묘한지 ....

늘 다니던 숲길마저도 시간에 따라 그 얼굴을 달리한다.

태양의 조명이 어떻게 비춰지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사뭇 다르게 시시각각 옷을 갈아 입는다.

옷을 갈아 입을 때마다 매번 그 표정도 달리한다.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다.

 

 

너무도 아쉬워 뒤돌아 보고 또 보고했지만...

종내 그 모습은 두 번 다신 볼 수가 없었다. 모든 순간은 찰나인 것을,

 

 

심술이 뻗친 나는 카메라를 모래바닥 돌멩이 위에 얹어 두고는 보지도 않은 채 바다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어느새 내 심술을 눈치챘는지..., 바다 저도 삐딱하게 서서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ㅎㅎ~~

지금은 내가 선 자리에 드려진  이 그림자 한 자락도 산이 잠에서 깨면 곧 걷어갈 것이다.

영종도 겨울 아침 바다는 그렇게 기지개를 키며 또 하루를 열고 있었다.

 

 

 

 

 

 

 

글/사진:이요조

2006년 1월8일 아침 영종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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