碑木의 고장, 화천 산천어 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가 성황리에 롱런으로 마감했다.

1월 7일~1월30일 어제 폐막을 한 산천어의 뒷이야기를 하고자, 언제나 여행 마스터가 한 발 앞서 올려야

하는데, 한 발 뒤늦게 올리게 됨을 면구스럽게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화천 산천어 축제의 느낌,

뒷이야기 등을 나름대로 풀어보며...


친정 조카가 화천(군복무중)에 있는데, 명절 전날 나는 그와 함께 화천으로 향했다.
설날 전날이라 혹시나 교통이 복잡할까 싶어 여행겸 떠나는 길이니 교통체증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김화로 해서 북쪽으로 북쪽으로만 빙 두르는 듯 화천으로 들어섰다. 차량이 얼마나 뜸한지 별세계 같았다.

어쩌다 마주치면 반갑기조차한...인적이 드믄 산길, 지난번에는 춘천으로 둘러 화천을 갔었는데,

비목의 고장 화천에 다다르자 차 안에서도 느껴지는 기온부터가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

언제 온 눈인지 산에 쌓인 눈들은 녹지도 않았고 잠깐 내려서면 바람이 코끝에 쨍하다.



눈이 내린 설경을 찍어가며 쉬엄쉬엄 가다가 이런! 배터리 빨간표시 등이 들어 온다. 비상배터리를

가방을 뒤져 급찾았으나 빈 케이스만 있다. (어쩌나~)

면회 갈 조카늠 사진도 찍어 올려야지 동생이 보고 싶은 아들 얼굴이라도 볼 텐데..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로 가는 길이었다. 검문 검색하는 곳을 통과하게 되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차량을 기록하고...순간 옆에 있는 경고판에 지뢰가 달랑거리며 매달린 것을

찍었더니 남편이 그러지 말 란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아닙니다. 군사시설물만 찍지 않으시면 됩니다!" 했다. 나는 지뢰도 매달렸고 통행금지 시간도 있고

문구도 강압적인 명령어투가 워낙에 생경해서 찍었는데, 그냥 그렇게 느끼기엔

너무 안일한 그런 곳이 아닌가 보다. 우리 선조들의 피로 얼룩진 곳, 화천~ 산세를 훑어보니

가히 깎아지른 듯한데..그런 산들이 요새처럼 빙 -둘러쳐져 있는 강원도 비목의 고장 화천,

겨울 창공을 선회하며 가르는 까마귀떼들, 그 원혼을 대신하는 것 같은 슬픔이 서려보이는 것은 기우일까?

 

비목 (장일남 작곡, 한명희 작사)   




비목 (장일남 작곡, 한명희 작사)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되어 쌓였네



이 한 곡의 내력 / 碑木

1967년에 작곡된 곡으로, 6·25전쟁 때 작곡자가 전투가 치열했던 철원 부근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널려 있는 시체들과 이름 없는 비목을 보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작곡한 것이라 한다. 가사의 고난스런 배경이나, 단조에서 느껴지는 고독 ·우수 등의 감정이 공감을 일으켜서 널리 보급된 가곡이다. 적막에의 두려움과 전쟁의 비참함, 그 때문에 더욱 간절한 향수 등이 서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40년 전..

 

막사주변의 빈터에 호박이나 야채를 심을 양으로 조금만 삽질을 하면 여기저기서 뼈가 나오고 해골이 나왔으며 땔감을 위해서 톱질을 하면 간간히 톱날이 망가지며 파편이 나왔다. 그

런가 하면 순찰 삼아 돌아보는 계곡이며 능선에는 군데군데 썩어빠진 화이버며 탄띠 조각이 며 녹슬은 철모 등이 나딩굴고 있었다. 6월이면 반도의 산하는 비목의 물결로 여울질 것이다. 그러나 우직한 촌놈기질에 휴가 나와 명동을 걸어보며 눈물짓던 그 턱없는 순수함을 모르는 영악한 이웃, 숱한 젊음의 희생위에 호사를 누리면서 순전히 자기탓으로 돌려대는 한심스 런 이웃 양반. 이들의 입장에서는 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시퍼런 비수는커녕 어이없는 우 격다짐 말 한마디에도 소신마저 못펴보는 무기력한 인텔리겐차, 말로만 정의, 양심, 법을 되 뇌이는 가증스런 말팔이꾼들. 더더욱 그같은 입장에서는 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풀벌레 울어예는 외로운 골짜기의 이름없는 비목의 서러움을 모르는 사람, 고향땅 파도소리 가 서러워 차라리 산화한 낭군의 무덤가에 외로운 망부석이 된 백목련의 통한을 외면하는 사람, 짙푸른 6월의 산하에 비통이 흐르고 아직도 전장의 폐허 속에서 젊음을 불사른 한많 은 백골들이 긴 밤을 오열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들, 겉으로는 호국 영령을 외쳐대면서도 속으로는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가련한 사람. 아니 국립묘지의 묘비를 얼싸안고 통곡하는 혈육의 정을 모르는 비정한 사람, 숱한 전장의 고혼들이 지켜낸 착하디 착한 이웃들을 사복처럼 학대하는 모질디 모진 사람, 숱한 젊음의 희생 아닌 것이 없는 순 연한 청춘들의 부토위에 살면서도 아직껏 호국의 영령 앞에 민주요, 정의요, 평화의 깃발 한번 바쳐보지 못한 저주받을 못난 이웃들이여, 제발 그대만은 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죽은 놈만 억울하다고 포연에 휩싸여간 젊은 영령들이 진노하기 전에!( 발췌문)

 


 

말 고개 부근의 까마귀 떼가 지천인 곳을 지나고(차를 세우지 못했지만)

눈이 쌓인 산은 점점 더 이 세상의 경치가 아닌 듯..마치 한 폭의 동양화속으로 들어 온 신선이 된 듯 하였다.

한적한 곳, 적요한 눈쌓인 산 중에서 희고 맑은 청정함 속으로 그 속으로만 하념없이 들어가는데 어찌 아니 그러랴? 기다리던 조카늠을 만나 싸 가지고 간 점심을 먹이고 용돈도 찔러줬으니 외출도 아니 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한강 상류의 청정지역인 화천, 화천댐을 마당앞의 연못처럼 끼고 있는 이 곳, 화천의 산천어 축제나 한 번

둘러보고 가자는 심산이다.

가기 전에 미리 검색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축제 중 성공한 두 개의 축제 중 하나란다.

 

인제의 빙어축제, 화천의 산천어축제,

그 정도만 알고 도대체 산천어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토고미 마을도 지나고(오리가 김을 매어 농사를 짓는) 강을 끼고 달리자 산천어 축제 현장이 눈 앞에 나타났다.

강을 막아 저수지로 만든 넓디 너른 빙판의 세계가 펼쳐졌다.

사람들이 예서제서 울긋불긋...멀리서도 즐거워 보인다. ....축제 맞구나!

나는 겁이 많아 빙판으로 내려서기가 두려웠는데,  내려서고 보니 신발에 얼음이 쫙쫙 달라붙는 듯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설, 전날인데도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 아이 어른 주부 할 것 없이~~

나는 카메라가 무용지물이 되었으니...핸드폰을 꺼내어서 궁하면 통한다고 폰카로 찍기 시작했다.

축제장엔 봅슬레이등 신나는 놀이공간도 훌륭하게 잘 마련되어 있었다.

아마도 타거나 놀이등은 거의 다 공짜였고 돈을 받더라도 끝난 후에 축제장에서 통용되는 축제권 쿠폰(농협)으로 되돌려 받아 식당이나 농산품을 사 갈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참으로 참신한 축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부도 이상한 차가 끄는 눈썰매 트레인을 타고 빙판길을 돌았다.


머리가 흰 아저씨도 추억의 감회가 이는지 썰매를 가져다가 어린 날 추억을 회상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낚시 장에 가서는 난생 처음 보는 얼음구멍으로 강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강은 40Cm가량 얼었고 수심은 2M가량 되는 것 같았는데...강바닥이 환히 보였고 산천어도 보였다.

말 그대로 물 반 고기반이다.

그런데 강 밑바닥에 보이는 고기는 죽어있거나 입질은 커녕 미동도 않는다.

잡혀 올라오는 넘들은 그래도 그중에 건강한 넘들 인가 보다.


외출 나온 군인들, 아이를 등에 업은 아주머니, 초등, 유치원 아이들까지 이상하게 생긴 줄 을 들고는

(루어낚시)때를 보았다가 순간, 잽싸게 낚아채기만 하면 된단다.


갑자기 와그르르 해서 보면 옆, 다른 팀들이 고기를 낚아 올리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아마도 강태 공들보다는 낚시라고는 모르던 사람들이 손 맛을 알고는 자지러지는 중인 갑다.


산천어란 연어목 연어과의 물고기란다. 어! 송어도 그런데 연어과에 속하며 시마연어라고도 불리는데?

그럼 송어=산천어?


송어松魚 [명사] 연어과의 바닷물고기. 몸길이 60cm가량. 몸빛은 등이 짙고 남색이며 배는 은백색임.

여름철 산란기에 하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감.

우리나라에는 경북 이북의 동해안에 분포하고 근래에는 민물에서 많이 양식함.

 

연어과 어류의 이해 ☞ http://isleboy.com/fly/salmon04.htm
산천어 ☞ http://user.chol.com/%7Ehdsjh/gangwon/fish/311.htm

 

슈베르트 음악 곡에 숭어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이 음악이 들여오면서 해수어 숭어로 직역되면서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두 숭어로 기억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차고도 맑은 물에 사는 송어는 음악에서 강에서 낚시를 하며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정경을 그려 삽입된

경쾌한 곡이라는데..송어는 선율울 주제로 곡 전체에 율동성과 경쾌함이 넘쳐흐르며,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

바스·첼로라는 변칙적인 악기편성에도 불구하고 실내악곡으로 널리 애호된다.

슈베르트의 숭어라 칭하지 말고 바르게 고쳐서 슈베르트의 송어라 해야만 옳다.


아무튼 잡아 올린 산천어도 그 모양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었다.

얼음바닥에 누워 펄더덕 거리는 산천어 한 넘은 아주 노오란 황금빛을 띄고 있기도 했다.

어느 문헌에는 바다로 회귀하지 못한 송어의 숫놈들을 일컬어 산천어라 한다 라고도 되어있었는데...글쎄~ 


화천군 행사장에 있는 산천어는 전량을 춘천댐에서 양식한 것을 실어 나른단다.

그러나 그런 게 뭔 대수랴? 빙판위에서 얼음을 지치고 얼음구멍에서 즐겁게 짜릿한 손맛을  느끼는 데야~


산천어 회를 먹으러 갔었는데, 그 식당이 운영조직위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제법 큰 뷔페형 식당이었는데

산천어 1Kg에 20,000원~  연어목 연어과라 해서 대충 그 맛을 기대하고 갔었는데...그 육질이나 색깔, 그리고

칼질이 시원찮는지....냉동된 물옥쟁반에 올려져 있더라마는 칼질도 그랬고 맛은 흐믈거렸다.

다른 곳이라면 신선도까지도 의심해 보겠지만...설마 고기 반 물 반인 이 곳에서. 그 것도 운영조직위가 설립,

영한다는 식당이고 보면 아마도 산천어 맛이 본시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먹을 도리밖에,

값이야  송어와 같다고 치고 맛은 송어에 비해 특유의 쫄깃거림도 떨어지고 연어 특유의 붉은 맛도 덜하고 입에

살살 녹는 부드러운 감칠 맛도 덜하다.
배가 불러서 맛보지 못한 구이를 한 마리(5,000원) 어머님도 드릴 겸 사왔으나  이도 역시 별로였다.

 

앞으로 정월대보름도 있어서 잡곡을 여러 종류 사고 도라지. 호박찐빵,등 조금만 샀는데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농수산물을 직거래로 매출을 오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상호간에 유익한 상생의 교류인가?

인구 3만 명 좀 넘는 화천은 기껏해야 면회 온 군인 가족들의 외부 객이 대부분이었다는데

2003년 산천어축제를 개장하고 20만 명이 다녀갔었고 2006년 올 해는 무려 100만이 넘게  다녀갔단다.

그 많은 관광객들이 저마다 주머니를 열고 간 매출액만 해도 농산물만 2억이 넘는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끓다가 간 뒤끝에 어찌 불만인들 없겠냐마는 내가 보기엔 그만하면 만족한 축제라고 생각하며

흡족해 했다.


화천 머루와인을 10병에 45,000원 하기에 맛만 보고 싶어서 한 병은 팔지 않느냐고 물어봐서 한 병만 사왔다.

한 병은 5,000원이란다.

집에 와서 와인처럼 잘 밀봉된 병뚜껑 껍질을 벗기기 까진 기분이 괜찮았는데...

세상에나 모 유명 소주병이 아닌가?


이 병으로 5,000원이면 싼 와인은 아니다.

맛은 그냥 그저 집에서 어머니가 담은 포도주, 그런 텁텁하고 단 맛인데 와인맛이라 하기엔 좀 뭣한

우리네 정서에 맞는 그냥 집에서 담그던 포도주 그런 맛이라고 쳐도 공병 사용은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구려 보졸레누보도 병이 이렇진 않았는데...좀 생각해 볼 문제다.

내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걸까?

그냥, 우리끼리 고장축제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일일지 몰라도, 거시적인 안목으로는 좀 그렇다는 점이다.

적은 량에 5,000원이면 가히 싼 가격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거나 잘 놀고 잘 먹고 나오니 해가 어둑어둑 져 버리고 사람들은 다 떠나고 텅-빈 빙판만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기온은 뚝 떨어지고 말 그대로 빙판은 유리알처럼 다시 미끄러워졌다.

산천어로 만든 썰매가 혼자 빙판에서 큰 눈만 끔뻑거리며 홀로 있기에 우리는 조심 조심 다가가서 외로움을

타는 것처럼 보이는 산천어 썰매랑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핸드폰 카메라라  건물위에서 빛을 발하는 산천어 탑을 찍었지만, 불빛은 떡처럼 한데 엉겨붙었다.

축제를 둘러보고 되돌아 가는 기분은 모처럼 즐겁고 산뜻하다. 결론은 참 괜찮았다는 후한 점수를 매긴다.

 

어두워서 춘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춘천호의 물그림자가 희끄무레한 뱀처럼 띠를 띠고 한참을 내처

우리를 소리없이 따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말로 섣달 그믐밤이다.

 

 

2006,1,28 이요조

 

 

.  

'여행발전소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월 장릉 보리밥집  (0) 2006.02.01
화천으로 옮겨 앉을 이외수의 `감성마을`  (0) 2006.02.01
태백산눈꽃축제  (0) 2006.01.20
겨울 태백은 지금...  (0) 2006.01.20
춘천현리 물안개  (0) 2005.12.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