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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겠습니다'


          나는 이 다음에 죽어서

          강가에 누운 돌멩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눈, 귀, 코, 입, 다 없지만

          속살거리듯 찰랑대는 강물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가

          밤이면 누워서 별을 헤다가

          그렇게...

          그대 기다려 보다가

          하늘이 그댈 부르시는 날에

          강물이 되어 내게로 온다면

          온 강물이 다 그대가 되어

          내 몸을 쓰러 안는다면

          그렇게 기다리던

          그대가 온다면

          백년을 기다려도

          아니,

          천년을 돌로 기다려도 괜찮겠습니다.



          나는 이 다음에 죽어서

          강가에 누운 돌멩이가 되리니

          그대 부르심 받는 날에

          강물이 되어

          강 너울로

          내게 찰싹이며 다가와

          내 오랜 잠을 깨워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강가에 돌로 누우면

          공중전화 부스도 보이지 않고

          그대, 전화를 기다릴

          핸드폰도 없이

          그저 마알갛게

          온전히 그대만 기다리며

          햇살과 바람과 물결 속에 누워

          하늘만 바라보다가

          언젠가 하늘이

          그를 내게로 데려다 주시리니

          행여,

          오랜 기다림도 주지 않고

          그대 갑작스레

          내게로 오신다면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아마 바스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냥,

          오랜 기다림 속에

          내 허리가 휘어도

          언젠가 만날 기쁨에 늘 젖어 사는

          나는..

          강가에 누운 나는...

          이름없고 못난

          하나의

          작은 돌이어도

          참 좋겠습니다.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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