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데이트 돌단풍
돌단풍/화천, 곡운구곡 물가에서

삶의 'Etude'

 

 

어제,모처럼 남자와 데이트를 했다.그러나 나는 그가 몇 년 생인지 정확히 아는 바 없다.


나이가 뭔 대수며 상관이랴~

정확한 건 남자며 내가 그를 알 때는 육군 고급 장교였다는(과거) 것 밖에,

 

나랑 한 살 차이나는 내, 이종 동생은 아직 현역이다.그 이종동생과 같은 부대에 있었는데,
이종은 직업군인(원사)이다.옛날 한 7~8년 전 어떤 일로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던,
남편도 해외출타중이라 내용만 익히 알 뿐, 그를 직접 대해보진 못했다.

 

아마 이 글을  읽을 우리 딸도 알 것이다.그는 간혹 공부 잘 하는 맏딸, 자랑을 하곤 했는데...

그 얘기를 전해들은 내 딸이 어느 날 물었다.(여고 후배)

 

"엄마, 그 아저씨... 딸, 어느 학교 갔대요?""으응..아마도 자랑 끝에 씨 실린다고
 좋은 학교를 못 갔는지.. 정말 연락이 없네..."

 

그는 아랫지방으로 발령을 막 받고 떠나고 동시에 나는 삶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랬던 그에게서 전화 연락이 왔다. 차라도 한 잔 하자며...
근데..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옷 벗었어요?""작년에..."

"큰애는?""XX 의대 갔어요...올해 졸업반인데..."

아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그 아이가 고삼이란 것은 알았는데...
벌써 만 육 년이 흘렀네...우리 집은 손님만 오면 모시고 가는 정해진 코스중 하나인 강원도 화천으로 향했다.


송어횟집이 있기 때문이다. '곡운구곡' 경치도 혼자 보기 아까운 장관이고.....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동안 왜 그리 연락이 되지 않았냐 묻는다.

"우리 집?"지금은 이사와서
사는 집을 비워두길 여러 해~ 아예 나도 내 딸아이 간병에 잘 가지지 않던 집, 전화마저 죽여놓고
나가 살기를, 이제사 다시금 그 번호 그대로 살려 두니 몇 년, 후인데 이제서야 통화가 제대로 된 것 같다.


전 재산 모두를 올인 해서 베팅 했더니, 몽땅 사기에 걸렸단다.

그것만하면 몰라도 오히려 덤터기까지 썼단다.

그래서 고급장교, 사기 운운하며 ...형을 살다가 집행유예로 나왔단다. 해서 지금 항소중이란다.

허망한 이야기들을 이 좋은 봄날에 들어도 좋단 말인가?

비 온 후 맑게 개인 산천은 새 잎을 내느라 푸름을 더 하는데..

이 봄 날,무슨 오동잎 낙엽 떨어져 뒹구는 소린지....


고급장교라 독방에 있었단다. 빵에서 책을 써 둔 게 있단다. 그 것을 변호사에게 넘겼단다.
변호사는 그 게 아주 좋은(도움이 될) 참고자료라고 하더란다.
난 그 내용을 컴퓨터 블로그에다 비공개로 저장하는 작업을 해보라고 했다.


"그러게.. 그냥 살지..뭐가 아쉬워, 욕심부리다가 그리 됐어?  잘 되면 나, 국밥 한 그릇만 얻어먹으면
 되는데...바보같이~"

"잊어버려!"

그 말밖에 달리 해 줄 게 더 없었다.

마지막 항소 재판을 앞두고 많이 불안한가보다.

잘 마시던 술도 꺼리고 뭔가 아주 조심을 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정상까지 올라가긴 형용 못할 만큼 어려운 것을 내려오긴 잠시 잠깐, 추락이 아니라..
'나락'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죄를 짓더라도 내 가족들만은 용서하고 품어주지만 세상사람들이나 지인들은 당췌 믿으려 하지 않는단다.

그 점이 너무 억울하단다. 왜 아닐까?
아무도 내 편이 없는 세상, 진실이 외면당한 세상의 끄트머리에 서 본 자만이 비로소 알 수 있을테지~


식당에서 돌아 나오며 보니 그의 등이 굽었다.

그의 휘어진 등 너머로 우수가 묻어있다.
산벚꽃 만개한 캐러멜 고개를 넘으려 돌아 나오는 길에

 "잠깐만 세워봐요 다래 순이 엄청 많아요 차를 돌려보세요" 해서 돌리고 다시 돌려 그 자리에 와서는 바깥에

먼저 내린 그가 어서 내리라고
백미러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난 내려서 좀 전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그냥 가자""
왜? 좋아하잖아요?""

그냥 가자니까..."

오는 월말, 참과 거짓, 두 개 중 하나로 가려질 마지막 재판을 앞둔 그와 함께 다래 순을 따는
천연덕스러움을 연출하고 싶진 않았다.

오는 길에 사뭇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차마 피우지 못하고 손가락에 내내 끼워 두고만 있던 담배 한가치,

그 담배에 불을 붙인다면..아마도 연기대신 눅눅한 슬픔의 습기가 피어 오를 것 같은, 부디..잘 되어서 실추된

명예 회복이나 되었으면,
바위틈에 꼭 끼어서도 잘 자라는 돌단풍..."저 봐, 저래도 잘들 살아 내잖아, 일단은 살고 보는 거야
 기운 내!".....아~우리 삶에도 연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슬아슬하게도 자리잡은 진달래.... 바위가 떨어지면 함께 벼랑으로 떨어지고 말,

강원도 화천...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모든 앞날은 주님만이 아실 터,'
 

진달래

 

아슬아슬하게도 자리잡은 진달래.... 바위가 떨어지면 함께 벼랑으로 떨어지고 말,

.

강원도 화천...돌아오는 길에,
 
 

 

 

돌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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