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의 해탈, 태극도(太極圖)법 (거꾸로 보이는 듯)
◇ 오어사의 사립문
오어사(吾魚寺)
이름에서도 말해주듯이 분명 사찰은 물을 끼고 있으리라 상상은 했었다.
입구에서 대단한 저수지 물막이 방죽을 보고는 아! 역시~~ 하고 감탄을 했었는데,
막상 吾魚池 를 바라보니...대단한 큰 못이었다.
이 좋은 물을 끼고 앉은절이니 그 풍광이야 오죽할까?
오어사가 처음 길이지만 사찰은 아직 그림지도 비치지 않는데 오어사를 따라가는 물길만 보고도 나는 지레짐작으로도 벌써 반해있었다.
여기 오어사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듣고 가기로 하자.
오어사(吾魚寺)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34번지 운제산(雲梯山)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의 말사이다.
가는 길은 포항 시내에서 포항제철을 지나 929번 지방도로로 오천과 문충리 방면으로 24㎞ 정도 가면 오어사에 닿는다. 주변에는 1964년에 완공된 만수면적 12만 평에 수량도 500만 톤에 이르는 넓은 오어지의 초록빛 물이 눈길을 끌며, 운제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어우러져 승경을 빚는다.
『신라 원효대사가 요석공주와 사이에 설총을 낳고 실계(失戒)한 뒤 대중속에서 노래와 춤으로 교화를 이루던 때, 원효와 함께 신라 불교 10 성에 드는 혜공대사 역시 망태기 진 채로 거리에 나가 춤추고 노래하며 불교를 알리던 중이었다.
이 두 스님이 하루는 술병차고 냇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 안주삼아 한 잔 하고 있었다.
그 때 혜공스님이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명색이 중인데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으니 누가 볼까 두렵소.”
그러자 원효스님의 대답.
“다 먹고 난 다음에 그런 소리를 하면 뭐합니까. 정 그렇다면 산고기를 뱉어 내면 되지 않겠소.”
“스님께서 그런 신통력이 있소.”
“해봐야 알지.”
“원효스님이 한다면 나도 자신 있소이다.”
“그러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여기서 한 번 시험해 봅시다.”
이렇게 해서 두 스님의 신통력 대결이 물가에서 벌어졌는데 한 스님은 냇물 상류 쪽에서, 또 한 스님은 하류 쪽에서 고의춤을 풀고 ‘큰 것’을 보았다던가. 그러자 고기들이 생환, 불안에서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이다. 한데 섞인 두 고기떼를 가리키며 두 스님은 서로 내 고기라고 우겼다는 이야기인데, 그 물가에 절이 들어서니 ‘나 오’(吾)자에 ‘고기 어’(魚)자, 오어사가 됐다는 일화가 내려오고 있다.』
「동아일보 발췌」
해가 까무룩 지고도 아직은 밝고도 환한... 그런 저물녘에 춘색이 마악 번져나는 오어사에 당도했다.
남자같았으면 어떻게 하룻밤 유하고 갈 수 없겠냐고 물어보겠건만...괜시리 '아서라'싶다.
텅-빈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그 유명하다던 범종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때는 어스름녘 오후 6시 30분, 춘분을 넘긴지라 낮이 제법 많이 길어졌다.
동지섣달 같았으면 벌써 해가 저물고 캄캄할 것인데...
오랜만에 보는 엮인 대나무 사립문이 닫혀있었고 사람 겨우 드나들 정도로 쪽문만 빵싯 열려있었다.
나중에사 보니 정문은 오어지를 바라보고 있는 곳이었다. 옆문으로 들어간 셈이다.
사립문을 밀고 들어가자마자 처음 본 건, 복숭아 형태의 돌 허벅에 물이 가득 담긴 것을 보았다.
오래지 않은 석물이지만 정말 아름답다. 담긴 물에 비친 물그림자가 보태어짐인가?
저녁이어선지 돌부처의 투영한 물그림자가 맑은 물에 가득했다.
순간...'하루종일 돌부처는 자신의 물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하다가
가까이 다가가 마음속으로 조곤히 속삭여보았다.
"부처님은 내내 물그림자만 바라보시는데...그 속에서 무엇을 구하셨습니까?" 고....
물론 돌부처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나는 집에 와서 내 카메라에 든 사진을 캡처하면서 돌부처님 대신
나도 물그림자를 한 번 내려다 바라보리라는 생각으로 물그림자만 잘라내었는데~~
상하대칭으로 .... 돌부처님의 자리를, 그 위치를 잠시 빌려 보았는데...
아! 그림~ 양감이 도드라진 그 면경(面鏡) 속에는 성불한 물부처, 한 분이 정좌하셨다!
한여름 우기에는 절 마당 앞까지 물이 넘실댄다는데, 그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
장마 우기 철에 장대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오어사를 찾아들어서 물에 잠길 듯 넘실거리는
오어사나 실컷 바라보다가 올 일이다.
마음의 번뇌가 장대비에 녹아들어 오어지에 흘러 들어가면 그 번뇌는 절로 사라지고
마음 속 가득 카타르시스를 불러 올 것만 같다.
실컷 울고 난 사람처럼 스스로 정화되어 한결 맑아질 것만 같다.
좁은 마음에 송곳같은 번뇌가 너른 물에 합류하면 그저 다 녹아져서 융화(融化)될 것이다.
◇ 오어지(吾漁池)
태극도법!(太極圖法)
비록 그림이 아니고 사진이지만...그 사진의 상하대칭으로 얻은 결과물 그림에다가
꾸어다 대는 이 표현이 과연 합당할지 잘 모르겠으나...
실제 태극도 화법은 바라보이는 대로 그려진다는 담양 소쇄원, 광풍각에 걸린 소쇄원도(1755년 제작)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풍각과 너럭바위 아래쪽으로 집이며 사람이 거꾸로 그려져 있고 오른편으로는
나무나 담장이 옆으로 뉘어져 있지만 그 그림은 잘못 그리지도 않았고 잘못 건 것도 아니라는데 이런 걸
태극도법 화풍이라고 한단다.
무지한 내가 부연하자면 어린아이의 그림에서 자주 접하는 그런 풍경이다.
어린아이의 그림은 어른들이 보는 시야와 차이가 많다.
사람들이나 집은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편안하게 누웠거나 기울어져있는...그런,
편지를 쓰려다가 모자라면 위에든 옆에든 여백이 있는 곳이면 글을 마저 쓰는 그런 太極圖法
편히 보이는 대로 그려지고 빈 여백이면 연결해서 글을 쓰던...
그래서 천지간에 우주만물 삼라만상이 다 닿아있다는...
글/사진: 이요조
주요문화재 : 경북문화재 제89호인 대웅전,
국가보물 제1280호인
범종,
원효대사 삿갓,
그 외
다수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이용시설 : 유물전시관 - 매일 오전10시 ~ 오후5시 사이에 개방
현지교통 : 시내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 이용(12분간격 운행)
오천 구종점에서 하차 후
오어사행 버스 탑승(1일 11회)
도로안내 : 경부고속도로 - 경주IC - 포항 - 31번국도 - 청림동 청림초등학교 앞 삼거리-14번 국도 오천읍 방향 - 문충리 - 오어사
인근 밥집,찻집: 산하촌 다향원-절에서 차로 5분거리 이갑종씨로 전통 도예를 하시는
분인데 식당과 맞붙은 도자기 작업실을 구경할 수도 있고 이층에는 도자기 및 전통 의류등의 전시실과 겸한 온돌식 전통 찻집
복숭아 모양인 돌로 만든 물허벅
문화재 89호인 대웅전, 흰 코끼리가 그려진 주련과 연꽃 무늬 문살이 아름답다.
▼일주문 양쪽으로 있는 것인데, 한 쪽은 아예 비워져 있었고 검색으로는 연꽃봉우리도 있던데 없어졌다. 이 게 뭘까 하고 궁금해서 찍었는데...나의 상상에는 마치 악어의 날카로운 이빨 같아 보이는, 그 위에 귀한 무엇을 올려놓지 않았을까 하는... 그러고 보니 목어의 이빨 형상을 닮아있다.
처음에는 일주문인 줄 몰랐다. 오어사는 큰데,,일주문이 어찌나 작고 소박한지...뒷문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분, 바로 그 앞에 물이 넘실거린다.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지 나는 가슴이 저릿해왔다. 정말이지 호수와 격리되지 않은 상호 조화된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자연 속에 들어앉아 함께..자연이 돼버린...
그림이 무섭다기보다 정겨워서 찰깍! 칼라 채색이 아주 재미있는 그림이다.
반짝 반짝 윤이나는 장독간 뒤로도 물이....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그런 노래가 갑자기 흥얼거려지는 곳!
춘색이 번져나는 오어지....
▼저 산길을 올라가면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자장암을 왕래 하기가 힘들어 구름다리를 만들어 오고 갔다 하여 구름운(雲), 사다리제(梯)자를 써서 이름붙인
운제산 !
주련 아래에 그려진 흰 코끼리가 퍽이나 인상적이다. 흰 코끼리는 석가모니의 화신으로 취급되며 신성시되어 왔다. 대웅전 내부의 천정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다는데 세세히 살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국가보물 제1280호인 범종이 있는 범종각 단층일 경우 각(閣)이라 하고 중층일 경우 루(樓)라고 한다. 범종은 절에서 조석 예불 때 사용하는 사물(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대표적인 법구(法具)를 이름이다.
법고과 목어 물가에 늘어진 수양버들이 봄을 연둣빛으로 잣아 올리고 있었다.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절벽에는 진달래가 붉게 번져나고 있었다.
▼오어사지
기막히는 오어지...물비단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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