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는 올 해로 스무 다섯 살 꽃 띠(?) 아가씨 랍니다.
오늘 우리 엄마 얘길 하려고 해요.
우리 엄마 나이는요
쉰 하고도 더 되었어요.
어느날 인가 엄마도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 하시기에
한글자판 익히기 프로그램을 열어 드렸지요.
처음엔 켜고 끄기조차 제대로 못 하셨어요.
매일 한 시간씩 정해 놓고 잘 하시는 것 같더니...
어느날 그만 두시는 것 같았어요.
“뭐, 재미가 없어서 못하겠다”나요
그 말을 들은 우리 아빠가 그냥 계실 턱이 없지요.”
“그럼 그렇지... 그걸 재미로 하나, 니 엄마가 며칠이나 갈까 했다”
엄마는 아빠 말씀에 대답도 못하고 도끼 눈으로 째려 보시데요.
아빠의 비아냥거림에 약발을 받았는지 .....
엄마의 자존심이 많이 꾸겨졌는지 다시 결심하셨나 봐요.
.이제 재미없는 자판 연습은 걷어 치우고 워드로 진입하시데요
무언가 긁적이시더니....
어느날부턴지 인터넷 바다로 둥실 떠 다니셨어요.
전, 그냥 방관만 했지요.
저러다 관 두시려니......
그러던 어느날, 퇴근해서 집에 막 들어온 나를 붙잡고는 마구 흥분해서 말씀을 하시는데.....
상기되어 계시더군요.
“나, 있잖아 카페에 가입했따~~”
“엄마는 쓸데없이~~잘 못 들어 가면 안돼요”
“ 왜 어때서~~?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데...내가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니?”
한사코 말려도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데요.
역시 쉰 세대라 그런지....사이버의 감지 능력이 크게 저하 되더군요.
엄마가 외려 순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이버 카페를 우리 엄마는 무슨 계 모임쯤으로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엄마는 나이에 맞지도 않게 “은초롱” 이래나요.
내, 참~~ 아무튼 우리 엄만 아무도 못 말려요
거기다 더 웃긴 일은 거기가 죄다 꽃밭이래요.
수선화, 모란,채송화, 달맞이.....파도소리....
나이가 들면 동심으로 돌아 간다더니.... 아마 그래서 그런가 봐요.
어느날 드디어 우리 엄마는 용감하게 오프모임까지 진출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엄마 이야기가....
오프모임 가시다가 천철 안에서 엄마의 휴대폰이 울렸대요.
물론 오프모임을 약속한 카페 회원이었지요.
“은초롱님~~”
하는 얘긴 밖으로 새 나가지 않았겠지만
반복된 대화속에 엄마는 전철 안인 것도 깜빡 잊고는
“솔방울님~”
해 놓고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고 앞에 선 젊은 대학생들이 실~실~
웃고 있더랍니다.
한 번 상상해 보세요
그 분들이 다 모여선 “안개님, 구름님,물망초님...”하며 반가와 했을 모습을요.
그 이후로 엄마의 컴 중독증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셔도 우리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밖에서 돌아와도 엄마는 얼른 현관문만 따 주고는 원위치로 돌아갑니다.
배 고플 사이가 없이 간식마저 꼼꼼히 잘 챙겨 주시든 울 엄니가
이젠 배고픈 우덜이 눈에 들어 오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우린, 춥고, 배 고프고, 엄마 뺏기고,
급기야 엄마는 Mr 컴 이랑 바람이 나 버렸습니다.
김장해놓고 곰국 끓여 놓고..............
몇 날 며칠이고 그 것만 퍼 주는 것 입니다.
다행히도 할머닌 곰국을 엄청 좋아하시니까 괜찮지......
아빠가 돌아(국외 출타 중) 오시면 죄 다 이를 겁니다.
우덜 입 속에선 누린내가 다 날 지경입니다.
이 번 신정 연휴에 우연히 드려다 본 엄마의 카페.....
“세상에나..... 이거이 장난이 아니네...”
전 어른들 카페라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놀라운 태그력 구사,....
그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언제 배우셨는지 사이버 은어를 마구 쓰고 계셨습니다.
문장 내용만 자세히 읽지 않는다면 젊은이로 착각할 만큼
다들 열정적이셨습니다. 꼬리글에...또 꼬리를 물고.....
엄마는 처음엔 글만 올리시다가 태그 기교에 그만 안달이 나기
시작하셨나 봅니다.
저나 제 동생에게 물어 오셨지만 저희가 가르쳐 드릴리 만무합니다.
저희가 뭐 바봅니까?
지금도 엄마가 컴에 중독된 게 우리 잘못도 있다고 후회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굉장히 서운해 하십니다.
“자식넘, 아무 짝에도 씰데 없다” 시며
여기 저기 손수 태그사냥에 나섰습니다.
어느날 또 희색이 만면하셔서
“ 봐라~ 봐라~~”
하시는데... 웬걸 ....솔직히 저도 안 써보았던 어려운 문자 태그를??
쓰시는 겁니다.
“암튼, 우리 엄마는 못 말려~~”
지금 현재
우리 엄마는 그 놀라운 정열로 홈피도 삐까뻔쩍(??)하게
꾸려 나가고 계십니다.
얼마전 그 워타 실력으로 혼신을 기우려 썼던 방대한 글들을 다 날려버리고...
(그 때는 솔직히 우덜이 그란 것도 아닌데.. 좀 미안 했어요~~ )
며칠을 망연자실하시더니.....
(포기하고 안 하실 줄 알았지요 내심 짝~짝~!! )
또 다시 낑낑 대며 매달리십니다.
이젠 우리 가족 아무도 못 말립니다.
아니 숫제 안 말립니다.
이젠 한 술 더 떠서 마우스로 그림까지 그리시는데요.
"이 것 좀 봐라, 캔버스 값 안들어, 물감 값 안들어, 게다가 저장만 제때에 하면 실패해도 괜찮지
세상에 뭐 이리 신기한 게 다 있노~~,"
울엄니는 마냥 신기해서 어쩔줄 몰라하십니다.
그 연세에 너무 좋은 장난감을 얻으신 모양입니다.
마치 세상을 다 얻으신 모양입니다.
거의 매일같이 아빠에게 국제 전화를 하시더니 이젠 아예 전화도 않으십니다.
어제는 제 핸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빤 제 건강을 물으셨지만 전, 다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요즘 이상해 지신 낌새를 아마 아빠도 느끼시나 봅니다.
"이참에 고자질 해버려~" 싶다가 참았습니다.
"우리 가정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서~~"
"아빠도 참, 별 일은 무슨 별 일,여긴 아무 걱정마세요~"
그 얘길 컴퓨터 두들기며, 들으시던 울 엄니는
"엄마에게 무슨 일 있다하지 그랬어" 하며 되레 큰 소립니다.
"뭔일 있다고 그럴까? 엄마?"
"으응, 꺼진 불도 다시보자. 구"
이러시는 울 엄니를 누가 말리겠어요. 글쎄....
마우스 그림요?
실은 웃기지도 않죠.
그러나 뭐, 그 연세를 감안 한다면야 그럭저럭 하시는 것 같아요.
어차피 우덜은 엄말 포기 했습니다.
암말 않고 있으니까 요즘은 어쩐 일이신지 되려 잘 챙겨 주시네요.
에-고~ 이왕지사.........이리된 마당에........우리 엄니, 홈피나 많이 사랑해 주세요.
< ??? >
저도 이렇게 파이팅~!!! 해 드릴밖에요.
저, 이쁜 딸 맞죠?
( 글쓴이/ 얄개에미/상상으로 쓴 글임 )
지금 딸이 이 글을 읽어 보곤 확실히 하라네요. 누구 글인지... 이 정도론 어필이 안된다나... 뭐라나...
엄마, 이 요조가 썼음. 인쟈 됐냐? (등 뒤에서 보고 웃고 있음)
에이그.....
쯔쯧~!!
죽으믄 늙어야지....
날씨도 무던디..... 님들에게 시답잖은 소리로
앞의 글, 폭풍인가 뭐시긴가.....
더욱 더 무덥게 스트레스만 좍좍 끼 얹었나봐여~~
이 글은 지가 올 신정쯤에 쓴 것같그만유
딸은 제가 쓴 줄 알겠다고 팔짝대고..
밑에다 그렇게나 밝혔는데도
홈피에 온 어떤 손님은 당신 대신 용돈 좀 주라네요.
ㅎㅎㅎㅎㅎㅎㅎ
이글은 앞에다 부쳐야 쓰는디.....
근디...님들 기만하기 싫었는디
그래도 ...
아무래도 뒤로 빼 냈어유....
님들~~
더위는 잡숫지 마서유
지는 먹을 게 좀 모자라서 어제 쬐끔 먹다만 것 같네유
후 아 후~!!! 아직도 조끔 상태가.....불량.....
다들 즐거운 여름이 되시기를.....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어머니 (0) | 2001.08.05 |
---|---|
어느 父子 (0) | 2001.08.04 |
서울대 국문과 박동길 교수님의 일화 (0) | 2001.08.03 |
아름다운 주례사 (0) | 2001.08.01 |
"풀을 갉아먹는 애벌레" (0) | 2001.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