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장수
아침 출근길
미아리 돈암동길은
유난히 정체가 심한 곳이다
어느날 아침
버스가 제 차선이면서도 제대로 가질 못하고 빌빌댄다.
오히려 승용차선이 더 빠른 기이한 현상이 생겨났다.
그 이유는........
수박 리어카를 끌고가는 어느 부자(父子)때문이었다.
리어카는 스무살 남짓한 젊은 아들이 앞 서 끌고 있었는데
몸은 퉁실해도 파리한 얼굴에 병색이 완연했다.
뒤 따르는 아버지는 오십대 후반이지만
삶에 찌들어 멍한 표정이였다.
리어카위에 수박 여나믄 개.... 때깔을 잃은 채
주인을 닮아있었다.
이 이른 출근길에......
아무런 생각없이 버스차선을 간다.
버스는 경적음 한 번 사용않코 다 들 말없이 비켜서 간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승용차들도 버스에게 자연스레 길을 터 준다.
그 수박 장수를 며칠 있다가 또 보았다.
얼굴이 창백하던 젊은 아들이 끌어다 놓고 갔을까?
오늘은 아예 약간 들어간 버스 정차장에
아버지는 리어카를 두고 멍하니... 있다.
이 이른 출근길에 누가 수박을 산다고...
그나마 복잡한 출근 길... 더구나 버스차선에서......
부인과 사별했을까?
이 여름에 반바지가 땟국에 한참을 쩔었다.
딸은? 누나는?
있었는데.....가출해 버렸을까?
아픈 남동생은 어이하라고.......
아버지 빨래는 어쩌라고...
............
장사를 내처 했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새로 장만한 리어카의 은빛 타이어가
아침햇살에 눈 부셨다.
리어카에 실린 수박들도 은근히 걱정스런 얼굴들을 하고 있다.
저 수박들을 신나게.....해 줄수 없을까?
기가 죽어있는 저 수박과 아저씨에게
......................................
"용기들 내요~~~"
글/그림/이요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