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옆구리 시큰한 밤이
눈치없이 절뚝이며 또 다가서고 있었다.
어두움의 허리는 무섭도록 깊어서
새벽은 차라리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바람이 그립다.
새처럼 조롱에 갇힌지..벌써....
몇 날째인지 잊었다.
소슬한 날씨에 일찌감치 쓰러진것 같은 가을은
날 기다려 줄 요량도 없이
그렇게 스쳐보지도 못한 채 떠나 가버린채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바람 소리가 듣고싶다
왜 이렇게 차단된 곳에..
높다란 곳에...내가 서 있는지 낯 설다.
이 낯 섦이
두꺼운 유리벽 안에 갇힌
한 마리 잠자리처럼......
그러나 헛 날개 짓은 하지 않으련다.
병원에 오는 추석 전날부터 내처 하늘빛이 무거웠다.
그젠가 한 이틀 날씨가 조금 빤 하더니...
계속 무거운 날씨다
올 가을 내 정서는 이렇게 철저히 유린 당했다.
나의 하나님은
나를 어디로 인도하시는가?
끝 간데 없이 아득하기만하다.
병실 옆자리 베드엔
막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에서 올라 온
환자의 객담 뱉는 소리에
밤의 정적이 쓰러졌다가 저만큼 주춤 달아났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더란 말인가?
한낱 명주실보다 여리디 여린 명줄을 부여잡고도
이생을 연결하려는 모진 생명들....
꼬물대는 생명을 부여받은 날부터
오라고 부르시는 날까지....
우린 그 유통기한을 꿈에나 알고 있었던가?
탯줄에서 마악 떨어져 나온 핏덩이에게도
몇 오라기 보드라운 머리칼을 밀어내고
거기다가 바늘을 꽂는다.
겨우 피가 엉겨 연두부 살이 된
그 여린 살에 칼로 금을 긋고 수술을 한다.
그랬을까?
탯 줄에서 이미 떨어져 나올때....
모태는...
양육의 권리만 주어질 뿐...
주님의 자식이라 여기고
그냥 내 맡기면 될까?
집착,
그 집착만 끊는다면...
다른 것이 보일까?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그래,
나 스스로도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끊임없는 되새김의 화두,
모순
못남
모자람의 욕심...
나를 나무라고 자위도 해보지만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뿐...
"아바 아버지~~
이 나약하고
죄 많은 죄인에게
청맹과니 이 몸에
안개가 걷혀나듯
제게 확신을 갖고 살게 하소서,
모든 염려의 끈자락을
아버지께 들려 드리고
차라리 세살바기 어린 아이처럼
천진하게 사는
바보의 삶이게 하옵소서
그런 삶이게 하옵소서
그렇게 하옵소서
가을날
아바 아버지께 드리는 이 기도를
바람결에 그냥 흘려보내지 않게 하소서
아버지의 사랑이
산야에 흩나리는 낙엽처럼
풍성한 가을이게 하소서
아버지 말씀을 묵상하며 사색하게 하옵소서
그렇게
이 가을 느끼며... 살게 하옵소서"
2001년 10. 11 병원에서 요조
청맹과니 저를....
2001. 10. 13. 0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