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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 든 거북 / 김춘수

 

 

 

 

 

거북이 한 마리 꽃 그늘에 엎드리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조심성 있게 모가지를 뻗는다.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곤
머리를 약간 옆으로 갸웃거린다. 마침내 머리는 어느 한 자
리에서 가만히 머문다. 우리가 무엇에 귀 기울일 때의 자세다.
(어디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일까,)
이윽고 그의 모가지는 차츰차츰 위로 움직인다. 그의 모가지가

거의 수직이 되었을 때, 그때 나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있는 대로 뻗은 제 모가지를 뒤틀며 입을 벌리고, 그는 하늘을

향하여 무수히 도래질을 한다. 그동안 그의 전반신은

무서운 저력으로 공중에 완전히 떠 있었다.

(이것은 그의 울음이 아닐까,)

다음 순간, 그는 모가지를 소로시 움츠리고, 땅바닥에 다시 죽은
듯이 엎드렸다.

 

 

 

 

구토설화 (龜兎說話)

                                                        이요조

 

 

                                                   
뭍으로  떠나온 지가..

언젠지 하마 잊었다.

토끼에게 속은 후, 

다 잊고 살았다,

 

엉금엉금  느릿느릿

어슬렁 거리던 어느 날,  

간을 말려 넣은 토끼를 다시 만나   

말도 안 되는 경주(競走)에서  이긴 후,

말도 안 되는  설화(說話)는  토끼전으로

전생에서 이생으로 이어 꼬였고

용왕의 기억에서 

시효 말소 당한 신용불량자로

꽃 그늘에 엎드려 사는

별주부는 그 날 이후

영영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꽃밭에 사는 그 거북에게 소라 고동을 선물하다.

           - 분명 아무도 보지 않는 밤이면 고개를 가만히 숙여 

                            한숨 같은  바다소리를  기억해내듯 듣고는

                                          달빛 아래 슬픈 모가지로 주억거리고 있을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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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한 귀퉁이에 버리듯..던져져 있는 거북에게 서해에서 가져 온
소라고동을 갖다 놓아 주었습니다.

 

비록 모습은 숨쉬지 않는 돌거북 일지언정...
그, 靈은 거북이 임에 틀림없을 테니까요..................................../조

                                   


                                       Sojiro / 동경(憧れ,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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