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든 거북 / 김춘수 거북이 한 마리 꽃 그늘에 엎드리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조심성 있게 모가지를 뻗는다.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곤 머리를 약간 옆으로 갸웃거린다. 마침내 머리는 어느 한 자 리에서 가만히 머문다. 우리가 무엇에 귀 기울일 때의 자세다. (어디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일까,) 이윽고 그의 모가지는 차츰차츰 위로 움직인다. 그의 모가지가 거의 수직이 되었을 때, 그때 나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있는 대로 뻗은 제 모가지를 뒤틀며 입을 벌리고, 그는 하늘을 향하여 무수히 도래질을 한다. 그동안 그의 전반신은 무서운 저력으로 공중에 완전히 떠 있었다. (이것은 그의 울음이 아닐까,) 다음 순간, 그는 모가지를 소로시 움츠리고, 땅바닥에 다시 죽은 듯이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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