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그릇
곤궁한 사랑은 무임승차로
도둑처럼 스며와 새벽이 오는 밤처럼
슬그머니 미명에
퇴조해 갔다.
뭐가 더 중하고 뭐가 더 무거울까?
이 생명 담은 그릇 깨어지고 나면 그 뿐인 것을,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 사금파리 통증,
그리고 무수한 반복,
어금니에
묶어둔 인내
그 한가운데로 시리디 시리게
뿌리 발 내리는 고통에 미친 척,
봄비에 젖어 낙화한 처연한 흰 꽃잎도
눈물로
주워 머리에다 꽂아보자.
세상이 빨리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더 커지는 원심력과 구심력,
있는 자는 더 가지고 없는
자는 더 뺏기고,
가벼운 건 더 가볍게 무거운 건 더 더욱 무겁게,
외로운 건 더 외롭게
고독한 건 더 고독하게
아픈
상처는 더 더욱 깊게..
달 밝으면 더욱 더 가찹게 내려와
드리워지는 창살 그림자에
욱신거리며 감겨드는 마음자락
저리다.
상처 깊숙히서 일어나는 혼(魂)
밟히면 밟힐 수록 곧게 서는 내 魂의 작두여~
글/이 요조
달빛,그리고 목검/photo: 이 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