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야기

 

 

 

날더러 사람들은 대체로 적극적이고 용감하다고 한다.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내 영어실력도 피차 바닥이지만)

그렇게 마트가 아닌 일반시장으로 장터로 잘 쏴 다니느냐고?

 

일반(재래)시장의 가게를 기웃거리면 일단 말을 못알아 듣는 손님이 등장할라치면 졸고 있거나 열심히 일하다가도

잠을 깨거나 일손을 멈춘다.

 

서로 손짓 발짓에 종이와 필기구까지 동원하다보면 자연스레 웃음보다 진한 폭소를 자아낸다.

 

뜻이 안 통하면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라도 기어코 내가 얻고자하는 것을 얻어 내고야만다.

실컷 웃고 얘기하다보면 옆가게 사람도 슬금슬금 모여들고 심지어는 더 놀다가라는 인사에다 정겹게 손까지 흔들어 준다.

 

지난 여름엔 바가지 상흔이 무서워서 주로 대형마트를 드나들었는데 그 것도 ..시들하니 재미가 사라졌다.

다니다 보니...그 곳(타국)이나, 이 곳(고국)이나 별 다를바 없어졌다.

 

그래 이 번에는 재래시장을 주로 다녀봤다.

역시 중국에도 물가는 재래시장이 많이 쌌다.

아니 싸다기보다 재미가 우선 쏠쏠했다. 그리고 그 지방의 특산물이나...문물을 접하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재래시장에서는 술이나...기타 여러가지가 가짜가 판을 친다는 주의를 들었다.

이젠 이상하게 생긴 것은 제법 맛까지 쩝쩝 봐가며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말린 고구마란다. 맛이 쫀득쫀득했다.

 

길거리표 玉으로 만든 각종 장신구들....

 

 물고기(담수어)를 좋아하는 그들....자라였나? 참게였는지? 흔들렸다.

 

그런데 좀 특이할만한 것은 어지러운 돈통이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돈을 받으면 구겨진채로 아무렇게나 던져넣고는 거스름돈은 역시나 죄다 뒤적거리며 거스름돈을 맞추어서 내어준다.

장사꾼들의 전대를 살펴볼라치면 한국인들 전대속은 칸칸이 나뉘어져 만원권 오천원권 천원권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중국인들 전대속은 그야말로 하나같이 뒤죽박죽이다.

시장상인들 말고는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들은 간혹 돈을 집게같은 것으로 꼭꼭 집어서 두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중국택시는 모두 뒷좌석과는 철창이 처져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별 도리가 없다.

무엇이 도대체 얼마나 하는지 도통 가늠이 가지않는 물건은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사고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얼만큼의 량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눈여겨 봐둔다.

뭐든지 저울로 다는데...저울이 우리에게는 박물관에나 있음직한 대저울이라 무게는 그냥 대충 눈으로 가늠하였다.

 

장터에 갔더니 이상하게 생긴 기계에다 고춧가루를 빻는다.

먼저 경계심을 풀어주려 사심없이 히죽거리며 몇 번을 웃어준 뒤 사진을 찍었더니 선그라스를 끼고방아를 빻던 아줌마가 제법 포즈까지 취해준다.

 

선그라스는 왜 꼈냐고 물어보니...고춧가루가 날리면 눈이 맵다고 그런다.

웃으면서 날더러 한국인이냐고 되묻는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가게 안으로 한사코 들어가잔다.

하던 일손도 멈춘 채 하도 간곡히 권유하길래 주춤거리며 가게안을 기웃거리자 의자를 내어놓는다.

그 곳에 앉을 이유가 없을 것 같은 내가 쭈볏거리자 의자가 더러워 그러는 줄 알았는지...의자위에다가 천을 하나 덧씌우더니 또 앉으라고 권한다.

두 손을 휘휘 손사레를 저으며 나오려하자 잽싸게 꺼내놓는 두 개의 자루!

그 속을 드려다보니...맙소사! '검은깨와 '참깨'가 아닌가?

한국관광객들이 얼마나 사들였으면 아예 소문이 나버린 '깨구매'

 

하다못해 소도시 장바닥의 상인들까지도 알고있다.

중국공항면세점에도 참깨 흑임자 참기름등이 있더니...

 

한국인들의 기호를 알고 권하는 중국인들의 상술, 어느새 이 시골장터에까지도 알려졌으니~~

나는 아직 여러날 밤을 자야 간다고 말하고 그 때 다시 오마고 그 자리를 일단 벗어났다.

 

 

 

 

 

 중국의 구공탄이다. 얼마나 작은지 티슈통만하다. 보다 조금 굵다면 굵을까?

그런 크기니 연탄을 사용하는 난로가 아주 앙증맞다. 석탄난로 또한 작다.

중국인들은 뭐든 무지 절약하고 산다.

전기료는 한국보다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아파트는 우리처럼 그렇게 환하게 불을 밝히지는 않는다.

 

절약정신의 발로일까? 한국 구공탄의 1/3 크기다.

그러자니 난로 크기가 한국 구공탄만하다. 온돌난방이 주가 아닌 중국에서는 현대식 아파트에는 미지근하게 중앙공급식으로 들어오는 온수형 라디에터가 있다.

 

온수는 급탕기로 사용을 하고, 농가주택에선 온돌비슷한 구조로 온가족이 몸을 녹이고 아니면 이런 난로에 의지한다.

전기요를 대체적으로 침상에 깔아 사용한다.

 

`

지름이 12cm도 채 안 되어 보이는 무연탄

 

 

시장을 돌다가보니 행인도 거의 없는 으슥한 골목길이다.

서둘러 빠져 나가려다말고 땅콩이나 해바라기씨를 볶는 기계를 보았다.

무슨 해바라기씨는 그렇게들 많이 먹는지....눈이 뱅뱅 돌 지경이었다.

(이 많은 해바라기는 대체 어느 땅에다 이렇게 많이 심었던게야?)

 

또 다시 먼저 웃으며 다가섰다. 땅콩을 달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이만큼이 13원이다. 우리돈으로 환산하자면 대략 1700원쯤이니.....바가지가 분명하다.

이만한 량이면 한화로 1000원~1500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아니 2000원을 한다고쳐도....농산물이 엄청나게 싼 중국이 아닌가?

 

울며겨자먹기로 빽을 열어 땅콩이 든 비닐주머니를 집어넣고 카메라를 들었다.

이방인을 속이고 물건을 팔았다는 기분인지 웃으며 맘껏 사진을 찍도록 해주었다.

 

 

 

 

 땅콩이나 해바라기씨를 볶는 기계

 

 

 

 

장터를 돌아 마트가 있는 길목으로 나오니 군고구마 장수가 있다.

인적이 있는 큰 길이니 마음은 한결 수월했다.

보이는 고구마를 전부 7원에 샀다.

이 곳 택시 기본요금이 6원이니...그에 비하면 싸지만....좀 비싼편이다.

 

 

 

시장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을라치면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구매를 해야만한다.

시장구경을 더할까...망설이는 중에 어디서 다급한 단발마의 소리!

 

깨깽~~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네 재래시장같던 모습의 생닭을 파는 곳이다.

닭털을 뽑는 원형틀의 기계도 있고 대충뽑힌 거위를 올려놓고 깨끗하게 잔털을 뽑아 손질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길바닥을 붉은 피로 흥근히 적시고 있는 매달린 ...견공들, 

벌겨벗겨진 고깃덩이로 아니면 그냥 숨통이 끊긴 채 덜렁덜렁 거리에 내어 달려있다.

순간, 그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철창우리를 바닥에 내려 놓은 채 개의 머리통을 큰 망치로 친 모양이다.

퍽퍽 망치 소리가 세 번쯤 났는데도 개는 죽지 않았다.

 

충혈된 눈으로 아직도 두 다리로 버팅기고 있다.

막상  좁은 같은 우리에서 그 개의 엉덩이께에 쪼그리고 앉은 또 한 마리의 개는 잔뜩 겁에 질려

숨도 못쉴 듯...사색이 되어있다.

 

거리를 좀 두고 몰래...(실은 나도 겁에 질렸다. 사진을 찍고는 세 남자들이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사진을 찍고는 다시 다가가서 보니  남자들은 무슨 집게 같은 것으로 개를 억지로 머리통을 으스러트려 숨통을 끊고 있는 중이었다. 

 

경악한 나는 황급히 그 곳을 벗어났다.

"orz,  프랑스의 할매 여배우 b,b는 더-한 중국을 모르나보네~ 한국만 딴지를 걸고 넘어졌으니~"

 

 

 

 

.....

 

기분이 이상하다.

속이 메스껍기도하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냉장고를 뒤져 마트에서 사 온 철없는? 수박을꺼냈다.

마트가 좋은 점도 있긴하다. 청결한 점이...

우리의 제주도같은 중국의 최남단 하이난(海南)섬에서 올라온 아열대과일,

추운 겨울에 이불 덮어쓰고 앉아 흑미인(워터메론)을 껴안고 그 속을 파 먹으니 무지 시원하고 달고 맛있다.

그제야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진정되는 듯하였다.

 

글:사진/이요조

 

 

이 글은 Daum 지역정보 시티N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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