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폭풍우 그리고 난파선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은행잎이 제절로 다 떨어져버린
으시시 촙고도 흐린...

생각만 해도 따뜻해 오던
내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지금 이시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함께 마주하며 차디차게 얼은 손이라도 녹여줄만치
뜨거운 찻잔을 양손으로 받혀들고
오래토록 아무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데...
내 곁엔 막상 아무도 없다.

혼자만 유배되어 멀리 떠나온 것 같은 날...
제대 말년이 어렵다고들 하였던가?
퇴원을 곧 눈 앞에 다가 오는 것 같은데....
정말 더 지치고 곤하다.
물리치료실에 가서도 가슴에 무엇이 콱 막혀 치밀어 올라....
목이 꽉 잠겨 쉬어버린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어디서 잘못 됐을까?
그랬다면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어떻게 살면
그분 뜻에 합당할까?

아주 젊은 나이에도...
고혈압으로 쓰러진 사람들
저들에겐....
건강이 회복 된다면..
전과 같은 삶을 영위할까?
아님 전혀 다른 빛깔의 삶을 구현할까?

내가 이 유배에서 풀려나는 날..

내가 아닌
여전히 예전의 나였던 그대로...살아갈까?

이렇게 미리 보여주셨는데도
미욱하게
바보로 또,,그렇게 살아갈까?



영국 사람으로 기억하는 "터너"라는 한 화가는
폭풍우치는 바다를 그리고 있었답니다.

아무리 그려도 잘 그려지질 않고
어느날 '터너'는 바다가 몹시도 화가 난
폭풍우치는 어두운 밤 위험한 바다로 나갔답니다.

목숨을 건....무지한 행동이였답니다.
죽기를 불사한 행동으로 바닷가 벼랑 끝에서
폭풍우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되 살아난 '터너'는
그 밤으로 훌륭한 그림을 마쳤다고 합니다.

물론 터너의 그 그림은 유명해 졌다고 합니다.

(제 노트 어딘가에 더 정확한 자료가 있을 것입니다.
뒤에 년대와 보충설명 추가하겠습니다.)

그렇게,
직접 부딪치게 하신, 몸소 체험을 통해서만이
'참'을 알게 하시는...
가슴으로 느끼게 하시는....

나에겐 무엇을 느끼게 하시려는지?
왜 나에게 이런 힘들고 좁은 길을 주시는지?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아야할텐데....
할텐데...

이렇게 더욱 노곤해진 심사로,
아무런-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않은,
우울한 날,

따뜻한 차 한잔과,
날 위로해줄 음악과,
정다운이가 더욱 그리운...
이런 날,

마음이 오싹하여
괜스레
옷깃을 여며보며,

그래도,
내마음에 반듯하게
긋고싶은 평온한 수평선 하나-
사치같은,

그래도,
머리위로는
가을 하늘같은 파란
희망 한 줄 이고 살고 싶은..
기도같은,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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