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대표 작
거꾸로 흐르는 江
말을 잊은 강이 있다. 거꾸로 흐르는 江
부드럽게 감싸며 볼 부벼 토닥이던
모래톱 휘감아 돌아 쪽빛으로 흐르던 江
햇살 받아 반짝이던 잔잔한 너의 눈빛
첨벙대던 정강이와 흰 이마의 네 모습은
찌들은 스모그 하늘과 헤프게 몸을 섞고
등돌려 돌아눕는다 여기는 욕스런 땅
소태같이 절여진 한 자락의 분노까지
그렇게 가고 있었다. 입을 다문 항거로
봄이 오면 풀리고 추워도 얼지 못할
시퍼런 소름 돋은 무거운 몸짓으로
걸쭉한 늪이 되어서 거꾸로 흐르는 江
(95년 계간지 봄호 "시조생활"로 첫 문단에 발을 내딛은 대표作)
당선 소감
“왜 구름이 흘러가는지
왜 꽃잎이 지는지
그 때는 몰랐었다
가슴의 아린 딱지가
벗겨져 나갈 즈음
새론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빈센트 반고흐’를 열광한다.
그의 그림은 강렬한 흡인력과 프로방스의 따가운 햇빛, 나무 꼭대기를 스치는 바람마저도 느끼게 한다.
끝없이 서걱대며 벙그는 밀밭, 태양을 닮아 이글거리는 해바라기, 슬픔과 극도의 고독,
무한한 절망의 까마귀 떼들…….,
상쾌한 詩情과는 거리가 먼 듯 광적인 격정과 야릇한 흥분을 전달하는 ‘고흐’의 그림,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했었다.
모든 이로 하여금 강렬한 상상의 깊이로 끌어 낼 수 있는………..
언제쯤 내 언어의 노래는 절제되어 응집력 있는 詩로써 승화할까?
막상 당선 소식을 접하고 나니 너무나 부끄럽다.
내 내면의 세계가 이제 겨우 입술 끝에 머무는 리듬도 채 갖추지 못한 옹알이에 불과한데
감히 신인상이라니…
흘러 간 물은 다시 돌이킬 수 없고 잘 맞지 않는 옷이나마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그저 하이얗게 웃을 수밖에….
지금 밖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 빗속에 진달래는 지고 보다 더 성숙할 것 같은 철쭉이 잎새와 꽃봉오리를 함께 키우고 섰는데, 아직도 역부족인 나는 꽃 빛을 풀어놓는 봄바람 한줄기를 정작에 맞닥뜨려도
습관처럼 또 그냥 그렇게 보내야 할까 보다.
등단시 잡지에 게재된 사진./95년 봄에/현재 한국문인협회원/시조부문
2004년 즈음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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