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참으로 특이한 버릇이 하나있다.

여행을 떠나면서 대개는 여행할 곳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가는데....난 그저 무턱대고 따라나서는 일이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그만큼 신선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알고가면 ...요즘 정보검색은 놀라워서 ..미리 알고가면 나의 느낌은 송두리채 예습하면서 저당잡혀버리기 때문이다.

섣불리 남의 글을 읽고는 그 사람의 느낌이란 글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나만의 느낌을 오롯이 담아오려면 전혀 모르고 길을 떠나는 게 내겐  여행의 기대치는 신비감 그 자체로 안겨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팸투어시에도 프로그램은 그닥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 날도 버스에서 내려준대로 시간을보니 대충 점심시간이 늦은지라 아 점심먹으러 가나보다 하고 줄레줄레 경치나 담으며 나섰는데...

들어선 곳은 아직 공사중인 그런 시골집이었다. 피죽으로 지붕을 이은 흙집이다. 집의 정면은 찍질 못하고 숲길을 내려오며 후면만 찍혀 온 셈이다.

그래도 석가래나 기둥은 이 지방의 금강송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 흔한 이정표 간판도 하나 없는 심심산골 하고도 산길 초입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니....그리고 보니 좀 전에 <야생초 샐러드>로 밥을 먹는다는 말에

주로 채식위주인 나는 살짝 기대했었다.

 

 이집을 들어서며 처음 찍은 사진이다. 창문이 있는 이 방은 이래뵈도 신식 주방겸 홈바이다.

 들어설 때 날씨는 쨍쨍했었는데... 점심식사 도중...천둥 번개에 소나기가...

 아직 공사중이었다.  아마 대나무 살강을 만들 모양인가보다.  대나무 사이로 옷을 접어 걸어도 옷이 주름지지 않고 좋겠다.

 매미때 쓰러진 나무들을 영양군청에다가 말해서 장승촌을 만들어주고 그 나머지를 얻은 것이란다.  5년 말린 금강송이다.

 손을 씻으러 들어간 화장실 내부도....근대식으로 세련되었고,

 아주 오래된 나무 의자도 만나본다.

 실내 바닥재입니다.

 식사를 하고 있군요.

 오 이런....이런 산골짜기에서!!!

 연어 카나페입니다. 맨 아래는 칼라감자같고요. 새싹, 연어, 복분자, 달맞이꽃입니다.

 민들레와 달맞이꽃 야생초샐러드입니다. 소스는 ,,머스터드가 새콤달콤합니다. 쥔장에게 소스를 물었더니 직접 담근 효소로...만든 것이라는군요!!

 편육과 명이김치입니다. 명이김치와 편육을 민들레잎에 싸서 먹으니 절묘한 맛입니다.

 먹으니 또 채워주고 하셔서...

 호박죽만 먹고도 배 부릅니다.

 저장된 두릅나물도 아직 있군요,

 산나물과 된장찌개

 밥이 또 들어갑니다. ㅎ~

 아직 덜 짜여진 창틀이지만...창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한국적입니다.

 창틀 프레임이 멋진 그림도 되고...

 피죽너와집에 연기가 오릅니다. 이번 겨울은 머물어도 될 것 같습니다. 한 채 빌리는데 일박에 10만원이라네요.

 비가 내립니다. 비는 보이지 않고 비맞은 장독에 비 흔적이 보입니다.   쥔장님께 방값 물어보느라...힘? 들었습니다.

 풀누리/권용인님(www.pulnuri.com)☏ 054-683-6832

산골까지 들어와 귀농을 하게된 이유를 묻자 ...

98년 24일 항해끝에 숨진, 발해뗏목 (블라디보스톡에서 부산까지)에 친구 네명을 동시에 잃자 도시에서 떳떳하게 살수가 없어서 시골로 숨듯이 찾아들었다고 합니다.

귀농한자 10년차, 처음부터 요란스럽게 터를 사고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이제서야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 게 진정한 귀농법이라면서 귀농에 대한 소신을 피력합니다.

 집옆을 흐르는 반변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부엌 싱크대가 아니라 여기 내려와서 푸성귀를 씻으면 더욱 맛나겠습니다.

 이층으로 올라가봅니다.

 이층 난간을 정감있게 다락방으로 꾸미는 중입니다.

 이층방입니다, 꽤나 너르군요!!

 비가 많이 옵니다.

 비가 멎었습니다. 가시여뀌에 빗방울이 보석처럼 달렸습니다.

장독 뚜껑도 빗물을 이고 있네요.

 이집의 마당에 있는 생태계 연못입니다.

1,2,3 단계로 나누어  생활 폐수를 자연정수로 만들어 내보내는 방식이랍니다. 1차 정수에도 개구리 올챙이가 산다네요. 수생식물도 물론 정수를 돕지요.

 해가납니다. 이제 우리는 숲길로 갈 것입니다.  쥔장님이 몸소 숲해설도 훌륭하게 해주십니다.

 정말 흙에다가 지푸라기를 썰어만든 흙벽돌로 지은 흙집입니다.

언젠가 눈 펑펑내려 길이 막힌 겨울밤을 이런 집에 갇혀서 꼼작없이 사나흘만 지나다가 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제 몸에서 풍기는 온갖 도시의 잡내가 사그리 사라질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제나 동동거리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불안증에서 해방되는 자연치유도 얻어오겠지요.

 

글/이요조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467  풀누리

☎ 016-471-4716

 

 

 

 

 

 

영화세트장 같지요?

윗 대티마을을 지나쳐서 아랫대티마을까지 오가며 <어라 저게 뭐지?>했습니다.

자생화공원이라는 말을 듣고는 ...국내 내놓으라는 꽃공원은 죄 섭렵 다녀본 바로는 공원으로는 입맛이 별로 내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다들 그랬습니다.

그런데 내려보니 ....달랐습니다.

주변경관이라든가 눈에 보이는 모든것의 자연적인 조화가 천혜의 장소로 빼어났습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이 장소가 일제 수탈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더군요.

 

이 부지는 과거 1930년대부터 8.15해방때까지 일제가 광물 수탈을 위하여 일월산에서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하여 이곳에서 제련소를 운영한 후,
폐광석 찌꺼기를 방치하여 토양이 심하게 오염되어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고 인근 계곡은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채로 30년간 버려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9월중순 일교차가 심한 일월산 야생화들은 스러졌지만  아름다운 그 곳을 구경해보실래요?

 

고즈넉한 곳이 더욱 정겨워보여요!!

 

온갖 약품으로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던 제련소 마당이 이렇게 변했군요.

 옛 사원의 흔적같아보이기도 한 이 곳!!

 데크목으로 계단을 만들어...제련소위에까지 올라가도록 되어있네요.

 왼쪽 산그늘 보이시지요? 산첩첩인곳입니다.

 꽃은 없어도 그냥 좋더군요.

 

 앞으로 흐르는 川의 물을 끌어다가 아궁이에는 불을 지피고 가마솥같은 대형솥에 약품을 넣고 제련을 했던가봅니다.

인근주민 500여명이 이 일에 매달렸다고 하네요. 주민이 1200명이니  대부분 가장들이 농사일 제쳐두고 제련소일에 매달렸나봅니다.

등짐으로 이 높은 곳으로 수없이 물을 길어다 올렸을 것 같은....노예와 다를바 없는...

 

 

꽃들이 다 지고 없어도 ...상상할 수가 있어요!

 

1930년대였으니 이제 80년이 흘렀습니다. 이 곳에 와보지 않았으면 모를일입니다.

비끼는 노을빛에 허물어져가는  녹쓴 콘크리트 건물이 더욱 붉게 보입니다.

선조들의 눈물바람이었을 이 곳이 웬걸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건 격세지감인가요?

여행동료 아가씨 둘을 모델로 세워보았습니다.

 

황혼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웁니다.

 모든 피사체는 비끼는 각도의 조명을 받아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빛과 그림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마주 보이는 저 산이 일월산입니다.

 저만 감탄인가요? 스포트라이트를 잘 받은 무대같습니다.

 단풍나무는 벌써 울긋불긋~~

 코스모스가 한창이더군요.

 

 오염토 밀봉 매립 단면도입니다.

 

낙동강의 지류인 반변천 발원지인 일월산이 있는 생태마을 대티골

이 맑은 물이 흘러 낙동강의 지류를 이루는데요.  일제 강점기때 이 물로 제련소에서 사용하고는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었다고 하네요.

제련소마당에는 여적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곳이었는데...오염토를 매립 야생화공원이 2004년에 조성되었다는군요.

낙동강물은 또 얼마나 오염되었을까 싶은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어요. 왜냐고요? 제 부모님 고향이 모두 낙동강주변이거든요.

 

참으로 평화롭고 고즈넉한 일월산 자락아래 야생화공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옛 일을 다 잊은 듯...반변천 맑은 물만 소리없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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