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엄마의 서푼짜리 경제철학 】

                       서귀포 용두암 부근에서 (돈나무)2004,11-13 오전 8시

 

 

* 남자와는 약간 다른 여자의 경제상식과 개념*


대다수 여자들은 아주 알뜰하다. 

너무 알뜰해서 탈이다. 돈 씀씀이는 남자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이번 라면가격 한 봉에 100원이 오른다고 전국의 여자들은 라면 사재기를 했다.

재래시장에 가면 콩나물 한 웅큼이라도 덤으로 다 얹어 와야지만 제대로 샀다고 느끼고

줄서서 사은품 받아 챙기기를 즐겨한다.

그런 여자들이 남자와는 다른 점이 큰돈에 대해서는 통이 큰 건지 감각이 없는 것인지 그렇게 대담해질 수가 없다.

부동산투자도 여자들이 더 잘한다. 오죽 <복부인>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한 두푼을 아끼던 여자들이 명품을 사서 몸에 두르고 집안 꾸미기에 서슴치 않는다.

적은 돈은 피부로 느껴지지만...큰 돈에는 너무 둔감한 것은 아닐까?

길에서 잃어버린 돈 몇 만원은 두고 두고 아까워하며, 친구에게 빌려줘서 되돌려 받지못한 적은 돈은 평생 머리에서 지우지 못한다.

그러면서 그런 푼돈 따위는 견줄 수 없는 큰 돈을 떼였거나 주식실패로 낭패를 보고는 속상해 하다가  일이년 지나면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그 돈은 손으로 만져지는 돈이 아니라...머릿속 장부속에서만 존재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리는 게 아니라  돈에 관한한 남자보다 마술에 더 잘 걸린다.

주로 돈을 버는 쪽인 남자들은 돈의 쓴 맛을 잘 알고, 소비를 담당하는 여자들이 돈의 단 맛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돈이란 벌어보지 않은 사람이 더 잘 쓰게되는 법이다.

그래서 옛말에 <버는사람 따로, 쓰는사람 따로>라는 말이 생겨났다.

여자는 큰 돈에 무뎌지고  뒤에 숨겨진 함정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배팅도 크게하고 <큰손>이 되어 자칫 실수의 늪에 빠지는 것도 일부 배포가 큰 여자들이다.

 

 

어렸을 적에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지겨웠다.

붉은 고추를 사도 일일이 찢어서 살피두께며 냄새까지 확인하던 엄마,

참깨 구입에도 (그 당시에는 수입산이 없었다) 이집 저집 것을 비교, 몇 알을 꼭꼭 씹어 보시고는

구입을 하셨다.

참기름집에 가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참기름이 다 나오도록 자리를 지켰다가 들고 오시던 엄마~

김치를 담을 때마다 고추를 쇠절구공이에 일일이 빻아서 김치를 담구시던 엄마~

그래야만 김치가 한결 맛난다고....

시집간 두 딸의 음식맛을 보시고는

<양념을 이렇듯 아끼지 않고 펑펑 쓰면 누군들 맛이 안날까?>라며 나무라셨다.

 

그제는 기름집에서 참기름을 짰다. 대보름 나물을 맛있게 무쳐 먹으려 함이다.

<참기름 한 말 짜는데 얼마예요?>

<5만원이요!>

<국산? 수입산?><국산이요/그렇게 들은 거 같다.>

<짜주세요.> 그리고는 지갑을 확인하는데....시장을 본 뒤여선지 현금이 조금 모자란다.

부근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오마며 나섰다.

30분이 걸린다니 공기 나쁜 곳에서 앉아 기다리느니 쉬엄쉬엄 걸어서 다녀왔다.

<아차차!! 대충 볶다가 나물거리 산뜻하게 무칠 만큼만 덜어내 달라고 할껄...>

부지런히 왔으나 이미 참깨는 까맣게 볶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1.5리터짜리 패트병으로 딱 두 개가 나왔다.

고추씨 기름을 한 병 사고는 가격을 짐짓 모르는 체 다시 확인하며 묻는다.

<중국산이예요~ 53,000원>  야무진 구석없이 참으로 헛점이 많이 보이는 엄마의 가사생활이다.

집으로 오는길에 옛날 참깨를 고르고 또 고르시던던 할머니를 떠 올렸다.

 

딸아!

이렇듯 네 엄마도 할머니에 비하면 아주 덜렁쟁이란다.

니네들 한참 키울적에 또래 엄마들이랑 수다떨고 놀다가

시장에가면 10분만에 양손가득 장을 봐서 나오는 엄마가 나였다.

마치 춤바람난 아줌마가 신랑 퇴근시간에 맞춰 꼬랑지에 불 붙은 것처럼.....

그랬던 내가  엄마라고 ....딸인 네게 잔소리를 한 마디 하고 넘어가려 한다.

엄마는 콩나물 한 웅큼에 연연하진 않지만...쓸데없는 소비는 않는다.

 

어제 네 짐이 집으로 들어오는 날이다.

무슨 짐이 그렇게나 많은지....

기숙사로 여섯번을 승용차로 가득 실어서 날랐다더만...

전자제품은 공용으로 쓰고자 네사람이 쓰는 연구실로 다 날랐다는 짐이 줄줄이 사탕?

<아직도야?> 했더니..... 씨익- 웃기만 한다.

 

엄마도 나름 집안을 이사하는 것처럼 버리고 비우고 근간에....손이 트실거리고 허리가 휠 정도로

준비했거늘....

집안은 늘어놓은 짐들로 다시 빼곡하다.

오늘은 나도 널치가 나서 집안일 잠깐 포기하고는 넉장거리로 컴텨를 잡고 앉아  너스레다.

 

포장이사비 말이다.

오피스텔 살림살이 뻔하지

기숙사로 수태 실어간 나머지 살림이 평일날 35만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지~

어제 넌 팁으로 그들에게 오만원이나 주더구나. 에혀 애초에 계약할 때 야뮤지게 해두지 않고

여타 가정집 이삿짐에 비하면 자다가도 얼떨결에 덜렁 옮길수 있겠구먼 고까짓 걸 가지고...

<왜 그랬니?>

<엄마, 그 사람들  힘들게 벌잖아요~><...말...없음..표....>

 

얘야!

남을 돕는 거 하고 알뜰한 것과는 다른 것이란다.

싱글이니 다행이다만 혹시 남친이나 아니면 시가 어른들이 계셔 보셨다면 그 또한 흉꺼리가 될성부르다.  

이종 현주언니는 말이다.

의사, 약사 살림에 이사가면서 10만원가지고 실갱이 하더란다.

보다못해 네 아빠가 얼른 10만원을 내주었으면 싶었더라는....

아마도 몇 해 안있으면 개인병원도 차릴 것이다. 내외가 둘 다 그렇게 알뜰살뜰하니~

 

우리 조상들은 절약을 미덕이라며 늘 아끼라고 강조하였다.

그것을 자녀교육의 기본이라 생각하며 늘 가르쳐왔다.

 

넌 늘 그랬지.

<차암  엄마는~ 절약이 미덕일 수는 있어도 반드시 현명한 일은 아니라고요>

물론 펀드매니저를 바라보는 금융공학도 다운 말이겠거니 하지만 차마 건너지못할 gap이 생기구나!

 

그러나 얘야!

두 가지 다 병행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네가 낭비를 한다는 게 아니라 조금은 더 아껴쓰는 생활이 몸에 배었으면 한다.

나 역시나 못 그랬기에 미처 어렸을 적부터 습관적으로 길들이지 못한 내 탓도 있지만....

거의 한 갑자를 살아 온 엄마로서 경제적 소비 개념에 뒤늦게라도 유연한 브레이크를 장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돈이 귀한 줄 모른다는 것은 불행하기도 하고 위험도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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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몇몇 여자들,

100원 오르는 라면에는 줄을 서도 100만원대의 명품 사기엔 주저치 않는 여자가 있는 이상

남자들의 삶은 고달프기 마련이다.

최근에 피부로도 아프게 느껴지는 생활물가는 다락같이 오르고 허리 동여매고 사는 알뜰 주부들에겐 하등 필요없는 사족같은 말이지만.....

 

 

 

널 보내놓고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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