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작년 이맘 때 쯤, 모처럼 우리집 막내가 원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 책이 있습니다.
연탄재???.... 라는 책이었는데.....
모처럼 어른이 접할 수 있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 책은 집에 있으므로)
어떤 기억나는 내용을 옮겨 보자면,
한 병실에.... 베드 두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창가에 베드였고 또 하나는 입구쪽에 있는 베드였습니다.
창가에 있는 아저씨는 늘 우울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아픈 아이는 일어날 수 없어서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이는 세상 밖 모습들이
몹시 궁금했지만....
창가의 아저씨가 너무 우울해 하는 것 같아 좀체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이 물었습니다.
"아저씨~~ 창 밖에 무엇이 보여요?"
"................."
한참을 있던 아저씨의 입이 열렸습니다.
"그러엄"
"뭐가 보여요?"
소년은 눈을 반짝이며 즐거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음, 학교가 보여......"
"그리구요"
"음....운동장도 보여"
"아이들도 있어요"
"그럼...공을가지고 노는 걸"
"몇 명이나요?"
그날로 부터....병실에 둘만 있게 되는 날은 아저씨가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 모습을
낱낱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축구시합이 있는 날은 숫제 축구중계까지 재미나게 해 주었답니다.
아저씨는 무슨 몹쓸 병을 앓고 있었고(?)
아무튼 그 방에서....그가 나가고 난 후(?)......
소년은 어느덧 몸이 나아서.....드디어 소원하던 그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저씨가 늘 이야기 해 주시던 상상 속으로만 보던 그 학교 운동장을,
늘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웃어대던 그 학교 운동장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창가에서 바라 본 그곳에는 학교는 커녕 운동장이란 없었습니다.
그 아저씨의 상상으로 전달 받은....
오늘...
아니 이젠 어제 일입니다.
물리 치료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마 외래로 오는 환자인지(입고있는 사복으로 짐작).....
종종 보게되는 한 소년이야깁니다.
소년은 오른 쪽 팔 다리를 전혀 쓸 수가 없어...보행이 불편합니다.
얼굴도 비뚤어진 것 같은 소년....
어머니가 보호하며 도와주는대로 겨우 보행이 가능한 아이......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엄만...."니나 잘해" 그러시며 웃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기분 좋은 일이 있나봅니다.
아이가 가르키는 쪽을 보니까........
그 곳엔...언제나 같은 시간대에 치료차 들리는 한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마치 무슨....페스트푸드..광고에 나오는 멋진 할아버지를
동양화시켜 상상하시면 됩니다.
얼굴은 온화하시고..눈썹은 눈사람 눈썹처럼 숯 검뎅이시고....
신체는 얼마나 크고 멋진지 모릅니다. 물론 배도 그렿게 불룩 솟았구요
누가 보아도...멋있고 참 좋은 할아버지로 느껴지는....
늘상 수평대위에서 서는 연습을 하십니다.
그런데 그옆엔 언제나 간병인 아주머니 한 사람이 그림자처럼 붙어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키가 아주 작아서....ㅎㅎ 제 혼자 속으로 별명을 붙여준 게 있답니다.
"쥐방울~"
그 아주머니 아시면 화를 내시겠지만,
그런데..정말이지..머리마저 아주 짧게 자르고....이상스레 작게 생긴 그 아주머닌
할아버지와는 상반되게 아주 얄미운 요정처럼...생겼습니다.
언제나 공중에 매달리듯..서 있는 할아버지 곁에서.....그냥 서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어깨를 주무르라고 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등도 두드려 달라고 시키는 것입니다.
아주 사이좋은 한 쌍의 커플처럼 말입니다.
에그.....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갈 것을... 저도 처음엔...한 마디 거들었지 뭡니까?
"할아버지가 어깨를 곧잘 주무르시네요"
"..........." 아주머닌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사 알고보니.....할아버지...손 끝의 힘을 불어넣으려는 운동이였음을.....
저 역시도 이런 아둔하고 황당한 질문을 몇 번 받았음을.....
물리 치료실에 아이를 휠체어로 디밀어 놓는 나를 한 아주머니가 내 옷깃을 가만히 당깁니다.
한 발 물러선 나에게 귀엣말로......
"밀어주지 마세요...제 스스로 하게.. 팔힘도 길러주어야지요"
그말에 전 빙그레 웃어주기만 하였습니다.
또,,,남편이 고혈압으로 쓰러진 젊은 부인은.. 우리를 상상만 하다 못해...
제 곁으로 와서 살짜기 묻습니다.
"아가씨도 고혈압이예요?"
"아니요" 하고 웃어 주기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다 견주어 곧잘 상상을 하다가 불쑥 이상한 말이 되버립니다.
참.....
하던 이야기 계속해야지요
그 소년이... 앉아 있는 제 앞으로 왔습니다.
세련된 표정이 무척이나 밝은 소년의 어머니가 웃으며며...
대충 이야기를 흘립니다.
그 소년은.... 물리치료실에 들어오면 언제나 할아버지의 할머니를
학수고대 기다린다고 합니다.
왜냐면....간병인 아주머니가 할아버지를 뺏어간다고...늘 걱정이랍니다.
그 때, 정말 할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할머니가 아닐 정도로 멋쟁이셨습니다.
간병인 아주머니를 걱정 안해도 될 정도의.......
그 젊은 할머니가 또 나가시려하자.... 소년은 뭐라고 뭐라고하면서 일르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를 잘 지키지 않으면 뺏긴대나... 그러면서....
알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뒤집어 지도록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걷기연습을 다 끝내고 소년이....우리 있는 곳으로 와서 앉았습니다.
" 얘야... 넌 상상력이 풍부하니... 소설가가 된다면 아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구나"
했더니 계면 쩍어하다가...
엄마더러....그러고 싶노라고 얘길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호강시켜 드리겠노라고도.....
누워서 다리 근육 운동을 하는 누나를 돌아 보았습니다.
걔 엄마가 "누나야" 그러니까..... 날 바라보더니...."아냐 딸이야"
그럽니다. 우린 웃었습니다.
누나 나이를 알아맞추길래... 난 엄지 손가락을 펼쳐주었습니다.
"넌 몇 살인데?"
"스므살요"
"에게게 니가 어째 스므살이니... 18이지"
엄마가 면박을 줍니다.
에이 낼 모레가 크리스마쓴데.... 벌써...한 살 더....."
"쳇~~ 그래도 19이면서..."
엄마 말씀에 계면쩍어 합니다.
누나 앞에서......어른이고 싶었는데...엄마는 그것도 몰라 주십니다.
지금...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를 주절대는 지금은
한 밤중입니다.
옆자리.....할머니의..투정에 잠이 달아난 저는 이렇게 그냥 잡다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3시 42분이군요.
다시 올라가서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참 ......
일전에 제가 잠시 이야기한 지혜라는 소녀가 있었지요
늘 잠만 자는.....
차마 그 어머니에겐 물어볼 수조차 없었던 이야기....
지혜는 열여섯 살이랍니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한 달 뒤.. 머리에 종양이 생겨 뇌 수술을 받은 후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럽니다.
그런채로 2년여의 세월....
호흡만 하면서도 계속 그녀는 자라나서 키도 엄마보다 더 커 버렸고....
소녀의 상징도 나타나는....
목으로 유동식을 넣어주는.... 그 지혜가 요즘은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어찌보면.. 흰 피부가.... 분홍빛을 띄는.......
아마 숲속의 잠자는 공주를 상상하는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보니....
한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소아과 환자복(알록달록해서 예쁜)을 입은 멀쩡해 보이는 예쁜
예닐곱 살의 계집아이를 만나서....
도대체 어디가 아플까 싶어 그만 물어 보았습니다.
" 얘, 넌 어디가 아프니?"
"내일 뇌 수술할꺼예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그 아이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수술이 잘 되었을까요?
아마도 잘 되었을 것입니다.
그랬을 것입니다.
자다가 일어나 나와서 단숨에 쓴 글이라...... 앞 뒤 문맥이 맞는지나 모르겠습니다.
참 제 딸 아이는 이제 목발로 잘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약간의 잔통이 남아 있지만요.
.......................
날씨가 많이 차졌습니다.
감기에 유의하시기를.....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랍니다.
아무튼 바이러스가....체내에 잔류하면,,,,,다른 곳에서..다른 모습으로
엉뚱한 자리도 잡는다기에..... 그냥 가겠거니...미련 피우지 마시기를,
항상 조심하세요.
이요조. 새벽 3시 58분
덧붙임: 12월 3일
그 자칭 스므살이.......먼저와서 열심히 치료사 선생님께 짓눌려 아프다고 고래고래
괴성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이 곳 우리들 사이에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걷기연습을 하고 있는데.....
뭐라고 꿍얼거려대며 엄마에게 거부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쉬가 마려운 모양입니다.
엄마는 그넘을 일으켜 다시 화장실로 다녀 오기가 까마득한가 봅니다.
뭐라고 그래쌌는 그넘을 무시하듯 쥐어박고는 엄마가 이리저리 감싼채 누워서 용변을 보게합니다.
웃읍지만 사람들은 그저 못 본체 못 들은체 하고들 있습니다.
열 여덟살이라 다리에도 털이 시커멓게 숭숭 났습니다.
마음만은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지만.....
엄마도 참......
그넘...아마 잠깐 비참했을 터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지요.
모자가 벗어진 걸 보았는데.....
머리에 지혜처럼 수술 흔적이 자란 머리카락 사이로 흉하게 보였습니다.
왜 아이들이...
자라나는 아이들 뇌에 혹이 생기게 하나요?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