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를 세상 밖으로 내 보냈다.

처음엔.. 건강이 좋지 않아 출퇴근의 힘듦과 시간을 줄여보려...

이별 후 처음엔 애틋하게 msn메신저로 주고받다가 그 것도 해가 바뀌니 시들해졌다.

그런대로 잘하니깐..믿거라 해서겠지만...

어떤 연유에서건..독립해서 나간 지...어언 이년 째,

가까이 곁에 두고 가르칠 시간도 없고

이렇게 사이버 글로 띄워놓으면 아이는 엄마 글을 찾아 읽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내게서

손쉽게 요리를 전수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해서 짬짬이 써보는 엄마의 요리편지~

한참을 뜸했었다.

뭐하느라 그리 바빴는지....

 

 

 

.

9월 11일 주문진항/딸의 홈페이지에서...

 

 

[딸에게 쓰는 엄마의 요리편지]

 

 

딸아,  너는 이 엄마 근황을 내 칼럼을 드려다 보고 안다만

난 얼마전에 네가 알려준 미니홈피를 드려다 보곤 네 친구서부터...네 모든 생활의 행동반경을 심지어 스케쥴까지 이제야 환히 다 드려다 본다.

 

너, 주문진항 다녀왔더구나...친구들이랑... 9월 둘째 주라면....

벌써 한 달 전 일이다.

그 며칠 뒤 내가 네 오피스텔에 갔더니...

냉장고속에..오징어 회가 있더구나...한 사흘 지난...

"헤~~엄마...이거 버려요 못 먹어요~~"

"세상에나...이 맛있는걸...에구 에구 언제 철들래...엄마 갖다 잡수세요 하면 밤이 열둘이라도 쫓아올텐데...꿍시렁 꿍시렁..."

 

하며 열어본 오징어....

얼른 소금을 잔뜩 뿌렸다.

"엄마 뭐하게요?"

"뭐하긴...엄마 먹을라 그런다."

"못 먹어요. 근데..소금은??"
"못 먹으면 젓갈로 만들어 먹으면 되지"

 

냉장고를 청소하다보니...페이스트 훈제(연어) 열빙어알도 그대로 있다. 언젯적 건데...

"이건 안 먹었니...?"

안 먹는다기에 오징어 젓갈에 한데 몰아 쏟아 부었다.

 

너? ....기억나니? 근 한 달 전쯤에...엄마가 네 집에서 가져온 것~

그날 밤 비닐봉지에 소금 넣어서 비벼 주물대던... 바로 그 것!

 

그 젓갈이 삭아서 얼마 전부터 먹고 있는데... 그 날 엄마가 (너무 아까운 김에)놀라서 소금을 많이 넣었는지...

아니면 함께 넣어 만든 페이스트 열빙어알이 짭짤해선지... 아무튼 좀 짰다.

해서 그냥 두면 하릴없이 염분섭취만 될 것 같고 무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요즘 채소 값이 좀 내렸다 하나 아직은 좀 비싸다.

추석 전에는 무 한 개에 5,000원까지도 했었다.

무 한 개에 1860원,

두 개를 샀다. 좀 크긴 하다.

 

.

 


그냥 깍두기는 크게 깍둑썰기로 한다만
젓갈과 함게 버무리는 깍두기는 나박썰기로 해야한다.

참... 엄마의 깍두기 노하우는 절이지 않고 바로 담는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시원한 국물이 많은 깍두기 김치가 된다.

역시나 이 젓갈 무김치도 나박썰기로 해서  고춧가루에 버무려 둔다.
 그래야 무에 고추 물이 곱게 들거든....
실은 더 잘 하려면 고춧가루를 미지근한 물에 개어서 무에 치대면 더욱 곱지~~

 

 

.

 

물이 곱게 골고루 들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우리 식구라... 남들이 보면 웃겠지만...

깍뚜기라면 소금을 살짝만 뿌려두었다 이내 담지만...

나중에 짠 젓갈이 보태어질 것이므로 소금은 다 버무린 다음....맨 나중에 간만 조금 맞추면 된다.

 

,

 

엄마의 일이 좀 남다르게 재빠른 것은 늘 준비된 재료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은 다져논 마늘이 똑 떨어져서 깐 마늘 냉동한 것을 꺼냈다.
돌멩이처럼 데굴거리는 소리를 낸다.

물에다 씻으니..해동이 빨리 된다. 해서 블렌더에 갈았더니...
ㅎㅎ 마늘 샤베트가 되는구나,

 

.

 

파,마늘 넣고 할머니께서 단 것을 좋아하는지라 감미, 신화당을 조금 넣었다.

전에도 일렀지만...음식엔 설탕을 넣지 말아라, 특히 김치에 설탕을 넣으면

점질이 생겨 질쭉해져서 못 쓰게 된다. 꼭 기억해둬라.
아직 소금은 전혀 넣지 않았다.

 

.


준비된 젓갈을 부었다. 봐~ 제법 많지?  짠채로 좀 먹었는데도,

ㅎ~ 엄마도 빼먹은 게 하나 있긴하다. 생강....조금만 넣으면 되니까.. 늘 쓰고 남겨두는데...냉동실에 없자너..ㅎ

.

 

양념을 골고루 치댄 후 간을 보았다. 소금은 아마 큰 스픈 하나 정도만 더 들어갔나 보다.

.

 


얘야~
만약에 내가 그 날 가지 않았다면 네가 사정없이 내버릴 오징어가 이렇게 맛있는 오징어 무김치로 다시 태어났다.

입안에서 아삭대며 씹히는 열빙어알 맛도 곁들인.... 


좋은 재료 귀하고 비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반드시 훌륭한 요리는 아니란다.
버리기 아까운..아니 먹기에 좀 그런 재료로 또 다른 음식을 만든 다든지...
하는  전혀 다른 요리로 만들 수 있는 재창조 적인 생각들...

 

네가 그 걸 터득할 즈음이면 아마 너는 행주치마 두르기를 즐겨하는
귀여운 아이들 한 둘을 거느린...엄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밤이 깊었구나

잘 자거라...
내 딸!

 

 

엄마가

 

 

만 하루가 지나..물 난 깍뚜기

.

 

 

모짜르트의 자장가

 

 

 

추신: 엄마가 딸에게 주는 37가지 당부



하루시작은 30분쯤 앞당겨라
자리에서 일어나면 침구를 반듯하게 정리해라
욕실 거울은 맑게 닦고 젖은 신발을 그대로 두지 마라
화장을 하고 나면 주변은 처음처럼 정돈해라
눈은 맑게 닦아라
몸은 청결하게 해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치마를 입어라
앉을 때는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라
기쁠 땐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라
자신을 아끼고 예삐 여겨라
방은 오늘 가장 귀한 손님이 오시는 것처럼 정돈해라
볼일이 끝난 뒤엔 화장실에 추한 냄새를 남기지 마라
외출에서 돌아오면 신발을 정리해라
남보다 조금 더 밥을 잘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라
이십대를 전후하여 평생 머리맡에 둘 책 한두 권을 결정하고
그 외엔 일주일 이상 같은 책을 머리맡에 두지 마라
책상 위에는 컴퓨터만 고집하지 말고 시집도 두어라
하루에 한 번은 자신을 정직하게 투시해라
함께 먼 밤길을 동행해 줄 친구를 만들어라
어른들 말씀 중에는 무릎을 꿇고 눈빛을 낮추어라
마음이 시키는 것은 용기 있게 도전해라
귀는 열어두더라도 혀는 함부로 쓰지 마라
일상 속에 예술적 감각을 끌어들여라
자신감과 열등감을 무기로 삼아라
세상이 가르쳐준 손익계산서에 집착하지 마라
완전한 어른을 기대하지 마라
마음의 병은 자연으로 치료받아라
지식은 머리에만 두지 말고 몸으로 끌어내라
부자를 꿈꾸되 많이 가지지 마라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어라
남는 것으로 베풀지 말고 있는 것으로 나누어라
높은 것만을 고집하지 말고 때로는 즐겁게 낮추어라
큰 것을 볼 땐 작은 것을 놓치지 마라
교과서를 탐독해라 그리고 버려라
결과에 집착하지 마라
자신 안에 신을 모셔라
하루의 끝은 감사기도로 마쳐라

 

. 

 

 

♣열빙어 [ capelin/candlefish , 熱氷魚 ]
 일본명은 Karafuto-shishamo이다.  알래스카 바다 빙어 일명 시사모


♣페이스트란 말은 (갈아서 만든 걸쭉한)소스류에 속한다.

 

♣고로 열빙어 알이 연어 페이스트로 버무려졌다는 말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요리편지 > 김치와 맛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해보셔유~  (0) 2004.11.28
김장하는 날  (0) 2004.11.27
촌스럽지만 더 없이 정겨운 반찬 [무말랭이]  (0) 2004.05.22
묵은김치는 본처 맛,  (0) 2004.03.20
우엉김치  (0) 2004.03.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