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마음에선지 어린 날 울 엄마가 하시던 그런 모습의 김장을 한다. 내 나이 쉰 또 절반을 넘어.... 오늘 배추가 대문간에 도착했을 때는 호두락바람(돌개바람)에 눈발마저 펄펄 날렸다. 무지 추웠다. 아..나, 어렸을 적 "배추들 날라라."는 어머님 말씀에 (부산은 김장이 대체로 늦은 편 크리스마스 전 동지쯤이 적기) 방학중이라 구둘목에서 놀던 오 남매가 줄줄이 추워서 어깨를 옹송그리고 마지못해 나서면 어머닌..줄창 어깨를 구부리시긴 커녕..씩씩하기만 하셨다. 드럼 깡에다 따갠 배추를 소금 쳐서 차곡차곡 절여 넣으시던 그 옛날처럼 오늘은 정말 추웠었다. 여러 날 나누어서 일 할 요량으로 시작한 김장, 그러나 실내에서 배추를 욕심내어 많이 구입한 절반의 30포기도 못되게 절이는 동안에도 바깥 날씨는 묘했다. 볕이 났다가 흐렸다가 ...바람이 불다가 마치 어린 기억에 남겨진 그날 김장날과 흡사했다. 창문에 어리는 나뭇가지 그림자가 어지러이 흔들리다가 선명하다가 흐릿하다가... 배추를 따개며 유리창 그림자 그림을 망연히 쳐다보다가 그 옛날은 왜 그리도 혹독하게 추웠을까.. 김장량이 많아 정지간에라도 들여 놀 수 없었을까? 하기사 수도는 자랑삼아 건듯 마당 한가운데 버티고 섰고 그나마 하루에 두세시간 잠깐 물을 주는 게 고작이었으니 따듯한 우물물로 배추를 씻자면 ... 가장자리 얼음이 꽁꽁 언 우물가에서 우리는 차례대로 낑낑대며 두레박질을 하던...
몇 날 며칠을 한데서 얼음처럼 찬 소금물을 만지시며 그 추위에도 흔들리지도 않고 척척 일을 잘 해 내시던 년중 행사처럼 신중히 치루시던 엄마..그 엄마가 그리워~~ 나는 배추를 절구는 한 켠에 시퍼렇고 뻣뻣한 내 그리움 한자락도 슬그머니 묻어두었다. 200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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