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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찬 물에 엎디어 나신으로, 숨죽여 울고 있는 듯한 바위들을 보며......

       

       연민/憐憫

       

       

                                                                                    詩/ 이 요조

       

      가자.
      우리,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서둘러 가자꾸나!
      모진 채찍에 궁굴어진 네 裸身의 등을 보며 
      빙점이 아픈 세상을 미련 없이 버리려
      먼-길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이별'이란 두 글자를  주머니 속에 노잣돈으로 챙겨넣어,

       

       

      우직한  너럭 바위로 고집뿐인
      너는 항상 바보다.
      차라리 네가 엎디인 긴- 세월의  인고가
      그래 이제야 생각하니 바로 그거더구나 '연민'
      수 천년 아니 수 만년을 닦아 쓸어 내려도
      떠내려가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숨죽여 꿈쩍도 않고 엎디었다가

      어느 날  길 가던 나그네,
      나를

      문득 불러 세우고는
      뜬금없이 넌, 하늘빛이, 물빛이 곱지 않냐고 물었다.
      그 말에 가던 길 멈추고 퍼뜩 정신차려 고개를 돌려보니
      그제야 나는 끝없이 이어진 방죽 길 안에 갇혀있었고
      푸른 하늘의 눈부심에 핑글~ 주저앉고 만다.


       

      그러나

      넌즈시 말 건네준

      그 일이,  내겐 마지막...행운이었어

      주저 앉은 김에 쉬고있는 내게 비친 풍경화, 

      나는 그 두 가지 푸른빛을 동시에 다 본 게야
      정말 내 삶에 있어 진실로 감사할 행운이었지
      절망에 감염된 감옥을 그제야  부수기 시작했어

       

       

      그래 가자 우리 함께,
      떠나자 내게 지름길을 안내해 다오
      어둔한 내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물이끼를 걷어내고 흙이나 솔솔-뿌려다오
      희망이 두려운 자들은 지켜만 보면된다. .


       

      저기 강물과 아우라져 만나는 모롱이를 돌아 돌아가면
      그래 맞아 바로 거기 서서 늘 눈이 짓무르도록
      자유를 향해 기립해서 기다리는 '연민'
      나는 그를 꼭 만나야한다.


       

      바람이 차다.
      나는 알몸인 그에게로 가서
      내 체온이 녹아있는 속저고리를 벗어 입히고
      바람조차도 자유로운 하늘을 향해
      어린 새가 날개 짓을 익혀 하늘을 비상할 때까지
      우린 부둥켜안은 채 쨍하게 얼어붙은 시린 하늘을 이고
      스적 스적 걸어 떠날 것이다.


       

      내 따뜻한 손을 곧 네게 내밀 테니..
      차디찬 그대,

      잠시만..잠시만...견디렴,

       

       

       

       


      ' 곡운구곡(강원도 화천)에 누운 겨울 바위들'을 보며
      중얼거리다.   2003, 11월 30일  Photo by Lee yo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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