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이야기 **
매미 이야기
뭔지 모르지만 부부 싸움을 했다. 며칠째..그냥 말을 않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둘 다 함께 하는 불가피한 외출이 생겼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몸을 외로 꼬고 괜시리 창 밖만 바라 보고 있었다. 주유소에 들어갔다. 그래도 여전히 반대쪽으로 틀어져 앉아 있는데….. " 바라바라 저그 매미바라" 반갑고 즐거워 좋아 죽겠다는 들뜬 목소리로.. 내가 토라진 것도 잊어버리고 날 마구 흔들면서… 기성을 지른다. 나도 남편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여 쳐다보니 급유구에 매미가 한 마리 붙어있다. 주유하던 아이가 갑자기 기름 장갑 손으로 잡으려고 한다. "야 죽이지마" "안돼 그냥 둬" 아무튼 이런 짧은 소리를 동시에 큰 소리로 합창을 하니 아이가 멈칫한다. 매미는 날아가고…… 뭔지 모르지만… 주유소를 빠져 나오면서부터 나는 몸을 외로 꼬고 앉지 않았다.
며칠 전에도 나무사이 거미줄에 걸려 죽은 매미가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한 여름이 되면 거미가 극성이다. 저녁상머리에서 남편에게 거미줄에 걸려죽은 매미이야기를 하니 대뜸 "그 거미 죽있제?" 하고 거미 안부부터 묻는다. 나는 그 눈길을 피하며…… "실은 죽이려고 그런 것 아니다 뭐~ 거미줄에 걸린 매미도 걷고 거미줄도 걷고 하려는데 그 큰 거미가 막대기를 타고 내 손등에 떨어지길래 무서워서 얼떨결에 걷어냈는데….. 그만 지가 땅바닥에 뒹굴었지……" 대답이 기어들어가는 궁색한 소릴 하고 …….. 그리고 보니 좀 안됐다. 거미에게 미안도 하고……. 그나 저나 거미란 넘 저도 나도 못할 짓이다. 저는 거미줄 치느라 바쁘고 나는 걷느라……바쁠테니……
잠간 우리 남편은 흉좀 보고 지나가자 언젠가 집안에 벌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난 아이들이 다칠세라(벌 알러지 있는 넘 있음) 파리채로 냉큼 때려줬다. 그리 심하진 않았는지 버둥거린다. 난 마침 옆에 있는..물이 약간 담긴 컵에다 넣어버렸다. 그 것을 가만 지켜보던 남편….. 나를 천하에 몹쓸 여자로 치부하는 눈짓을 하며 일어나더니….(평소 일어나기도 싫어하는 사람) 마당으로 나간다. 아마 물을 붓고 벌을 살려주겠지…… 바퀴벌레를 잡았다 하면 우리들의 호들갑에 마지못해… 작은 한 마리를 살짝 기절만 시키고는 신문지 몇 장이든 접어진 채로 가져와서는 싸고 또 싸서……휴지통 뚜껑이 헤벌쯤 열리도록 쑤셔 박고는 마치 대단한 임무를 수행한 것처럼 의기 양양이다. 그러나 다음 날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하다가 신문지 뭉치를 살그머니 펴 보면 없다. " 여보 ~!!! 여기 한 번 나와 봐 바~!!!" "왜?" " 당신에게 편지 왔어요" "무슨 편지?" " 당신에겐 이 편지 안보여? 난 너무 잘 보이는데…….내 읽어줄게…" 난 신문지를 들고 편지를 읽는다. " 아자씨~~ 고마우세요 …아자씨가 요 이불 잘 깔고 덮고 해 주셔서 잘 자고 떠 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미쓰.바.....올림." "…………………." 머쓱해진 남편 뒷머리만 긁적이고………
작년 8월 9일 아침 이였다 (이 기록은 작년 것을 베껴다 씀) 청소를 하는데 갑자가 잠자리 날개 짓 소리가 들려왔다. 또 잠자리가 들어 왔구나…. 유리 문을 못 나가서 안간힘이구나.. 그래서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웬걸 잠자리가 아니라 매미였다. 매미는 온몸이 거미줄로 감겨서 몸부림 치고 있었다. 왼손으로 살그머니 쥐고 오른 손으로 꼼꼼하게 걷어내 주었다. 보기보다 하얀 막 같은 거미줄이 엉겨 붙어 있었다. 다 떼낸 다음 날려보냈다.
8월 10일 아침 10시 23분 마루 방충망에 시커먼 게 들러붙어 있다. 큰 나방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자세히 보니…… 세상에나 매미들 이였다. 지금 목하 짝짓기 열애 중이였다. 조심스레 다가간 내가 코를 바싹 들이대도 꿈쩍도 않는다. 너무 신기했다. 자세히 관찰하니 숫 매미가 훨씬 크다. 숫 매미의 배 끝 꼬랑지 부분(penis)이 암 놈의 배 가운데랑 맞닿아 있다. 암놈이 왼쪽 숫놈이 오른 쪽으로 90도 각도로 ㄴ 자로 가만히 있다. 시간이 꽤 흘렀다. 난 시간 체크를 하고………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 시작은 나도 모른다. 10시 35분 숫 매미가 날아갔다. 나무숲에서 숫 매미의 우렁찬 울음 소리가 들린다. "맴-맴-맴- 나는 내 임무를 완수했노라….맴-맴-맴……." 우렁차게 탁탁 끊어지는 소리를 낸다. 마치 개선가를 부르는 듯….. 승전고를 두들기는 듯…………….
암놈은 전혀 미동도 않고 있다. 뭘 하는 걸까? 수정란이 많이 만들어지게 모성의 기도를 드리는 걸까? " 우리 아가들 건강하게 많이 태어나게 해 주세요…하나님~~" 10시 40분 정확하게 5분 후 암 매미도 날아서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암 매미는 울지않는다고 되어있는데….. 이 울음 소리는 또 뭔가? 좀 전 숫 매미의 울음과는 달리… 高音이되 슬프게 애잔하게 들려왔다. 다른 매미였을까? 지네들끼리의 사랑의 밀어였을까?
그런데….. 그 이야기를 잊고 넘어갔다. 그 암매미가 체구가 작고 동글막한 게… 어제 내가 거미줄을 걷어내 준 그 매미와 흡사하다. 색깔도 그리 검지 않고….. 그래 그 매미 맞을 거야 그래서 내가 다가가도… 가까이 쳐다봐도 도망가지 않았을 거야 "어떡해? 우리 그만 자리 옮길까?" "아냐 어제 날 구해 준 엄마 같은 분이셔…그냥 있어" "그래도 불안한데….." "아니라니깐…..날 믿어봐.." " 그래 그러지 뭐….." 그러면서 그 넘들이 다시 무아경으로 들어간 걸까?
아~~ 이제 저들은 나무에다 알을 낳고….. 그 알 유충은 땅속으로 들어가……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후
7년쯤 후 나만을 위한 매미 가족들의 합창으로 내 창가에서 보답의 음악회를 가지겠지…….
글/黃眞이 요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