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꽤 무덥구나,
넌 또 바깥에서 뭘 먹고 지내는지 참으로 걱정스럽구나, 하기사 <요즘 젊은이들이란...참!.... > 이런 류의 말이 스핑크스 내벽에도 씌어있다는데, 너희들 역시나 이 엄마 나이가 되면 네 아이들에게 또 그런 식의 표현을 빌려 쓰겠지만 말이다.
엄마도 네 나이때 외할머니께 걱정들어 본 말이 듯, 마찬가지로 네 나이때는 아니지, 결혼하고 네들 다 커도록 외식이 좋았으며 한식요리엔 무심했단다. 네 역시나 그러는구나 <엄마!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주방일은 단순노동이예요. 전 사먹고 말거예요> 그러는 널 잡고 내가 무슨 말을 더하랴?
엄마가 외할머니 이야길 해볼께, 잘 들어보렴! 가능하면 가족들에게 외식을 멀리하고 주부가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이는 방법은 한 집안 가족의 건강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하단다. 그러자면 주부가 달라져야 하고 주부는 가사일을 즐겨 계획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단다.
외할머니께서는 늘 저장음식을 많이 마련하시더구나, 육이오 동란이란 난리를 한 번 치르신 어른들의 자연스런 습성인지도 모르겠더구나. 아마 노아의 홍수가 나더라도 근 한 달간은 별 변동없이 먹고 지낼 음식을 비축하시는 걸 난 늘 보며 자라왔다.
겨울대비, 여름 장마전 대비, 가을이면 갖은 야채를 말려 저장하고 봄이면 장아찌들을 마련하시고, 요즘 사람들은 나트륨 수치만 높인다고 투덜대겠지만.....좀 더 들어보렴, 궁극적으로는 그 게 아니란다.
가족들에게 가능하면 한식을 먹는 습관을 물려주는 것이....까짓 나트륨 수치보다 바깥 외식의 믿을 수 없는 재료(산지와 신선도), 청결 위생문제를 다 비교해 볼 때, 그래도 홈메이드 요리가 제일 낫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홈메이드 요리는 요즘 웰빙시대의 지향점인 슬로푸드와 연관지어진다. 맛을 위해서 숙성되도록 기다림의 시간이 바로 홈메이드 요리다. 그 슬로우푸드를 요즘 시대에 발맞춰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안에 조리할 수 있을까?
그 점만, 그 요령만 익힌다면 요리란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주부들의 진정한 놀잇감이 아닐 수 없단다.
여자는 결혼을 하게되면 우선 갖가지 기본 양념을 넉넉히 비축해두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자면 너희들은 각종 양식 소스를 더 비치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신토불이란 말이 굉장히 고무적으로 들리겠지만 네 아이들에게 아예 달콤한 케이크나 기름진 핏자나 그런것들로 부터 보호하려면 순수한 고유의 입맛을 다치게 하지말고 키워줘야만 한다. 그러자면 엄마의 입맛부터 신토불이에 대한 기본이 되어있어야 한단다.
어렵냐? 엄마는 널 첫아이로 낳고는 네가 얼른 커서 달디단 케이크나 쵸코렛을 먹길 바랐지만...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무지한 엄마는 안달이 났지, 네가 아장 아장 걸어다니자 돈을 손에 들려 과자를 사오게 가게에도 얼른 보내고 싶었구나 참으로 넌 내 의지와는 달랐다. 그랬던 네가 언제부턴지 쵸코렛을 무척 좋아하는 아가씨로 바뀌었더구나,
초코렛 뿐이냐? 핏자 햄버거....성인이 되고는 아예 식사마저 외식의 달인이 되어있었지. 가게에 들락거리는 네가 보고싶었던 엄마의 소원이 성취된 것이다. 미국에 가서 일년 동안 기숙사 생활에 넌, 아예 서구인들 식성을 닮아왔고 몇 년 후, 넌 듣도 보도 못한 병을 앓았고
엄마는 참으로 많이 후회했단다. 너희들을 잘 못 먹여 키웠다는 막급한 후회에 가슴을 쳤지만... 이제사 제법 신토불이 입맛으로 돌아오고, 건강도 되찾았지만 너나 엄마나 고생한 세월이 얼마냐? 참으로 억울하고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 그럼 이야길 시작하자!
1/준비된 모든 재료
이 말은 모든 재료를 많이 준비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주식의 중요한 재료는 쌀이다. 작곱밥이 좋으니 잡곡을 여러 종류를 골고루 두고 요령껏 바꿔가며 혼식을 하라!
부드러운 이밥(쌀밥) 보다야 거친(잡곡) 음식이 바로 참살이 음식이란다. 옛 속담에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하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먹을 게 없어 거칠고 조악한 것을 먹었는지 짐작할 일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그런 질병은 얼씬도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야 안다. 요즘 어린이들은 대부분 입에 사르르 녹아드는 부드러운 음식만을 즐겨 하다보니 씹을 일이 드믈어 치근마저 발달되지 않는다는구나!
한식의 반찬은 갖은 양념의 재료가 늘 마련되어서 누가 언제 어떤 식재료를 갑자기 들고와도 훌륭한 요리를 쉽게 만들 준비가 되도록 하여라! 부식의 주제는 대체로 김치다. 푸성귀는 다 때가 있다. 제 철인 때를 맞추면 쌀 때도 있는데 언제든 채소만 있으면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소금, 젓갈(여러종류면 더 좋다) 생강, 마늘등 그외 양념이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 것 하니...저 게 모자라고 저 것 하니 이 게 없어서 마트나 시장을 을락거리다 보면 요리가 힘들어지고 흥미를 잃기 싶다.
너희들이 얕보는 콩나물 두부도 기본 식재료다. 검색을 해보렴, 콩나물로 몇 백가지의 요리가 탄생하고, 두부로 얼마나 많은 요리가 만들어지며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지를....절대로 무시하지 말거라 이 두 가지만 능통해도 프로다운 주부가 되는 관문이다.
봄철에 마늘도 두 번 나눠서 구입한다. 마늘장아찌를 담글 여린 것과 저장마늘, 저장마늘은 부지런히 까두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저장마늘이래도 보관이 시원찮으면 여름서부터 썩기 시작한다. 마늘은 많이 먹을 수록 좋으니 듬뿍 넣으면 요리도 맛나고 몸에도 좋다.
언제나 까두어서 잘 갈아두는 준비가 요령이다. 대파도 반 단은 썰어 냉동보관하고 반 단은 두고 날거로 먹는다면 매사 일이 용이하다.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 양념간장, 다싯물까지 미리 뽑아 둔다면 요리가 겁 날 이유가 없다.
(라면을 끓여 달라는 가족들에게 국수로 변환시킨다. 양념간장이 있고 다싯물이 있으니...겁날 게 없다)
양념장은 숙성이 되면 훨씬 맛있다. 그 기간이 지날 것 같으면 조리용으로 사용하면 더욱 좋다.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 넣어야만 짜다는 말을 명심하자!
된장, 간장, 고추장, 쌈장, 양념장까지 골고루 만들어 둔다면 프로의 경지에 오른 거다. 새우젓, 멸치, 다시마, 그외 늘 일상 반찬이 되어주는 오이, 감자, 양파,호박. 부추. 당근등의 채소는 늘 준비되어 있으면 좋다. 소시지 햄, 통조림 등은 준비되어 있지 않는 게 좋다.
김치를 담을 때도 양념을 넉넉히 풀어 남은 것은 다음 요리시에, 빠른 겉절이를 무쳐낸다거나 생선조릴 때 양념장을 만들때 섞어쓰면 시간도 빠르고 맛도 좋다.
2/스피드를 익혀라
예를 들어보자. 젊은 맞벌이 부부가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영화관람을 하고나니 시장끼가 느껴졌다. 거리의 식당들, 맛있는 요리, 그 냄새들이 유혹을 한다. 가계비에서 문화비도 겨우 뺐는데..예상치 못한 외식을 하게되면 지출뿐 아니라 외식을 하고 들어와도 집에 오면 뭔가 허전하다. 그 게 바로 한국사람인 것이다.
그 때 신랑을 얼른 설득시킨다. 남자들은 대체로 허기를 못 견뎌한다. <집에가서 얼른 라면 끓여줄께~>
그 얼른이란 말과 라면이란 말에 남자들은 대개가 동의한다. 집에 와서는 라면대신 밥을 준비한다. 남편은 당연 배고픔에 찡그릴테고,
그럼 누가 빠른지 내기를 하여라, <옷 갈아입고 씻고 나오는 동안, 라면대신 밥주면 더 좋잖아?>요즘엔 밥솥이 좋아 바로 씻어 쾌속도 가능하지만 밥솥을 정리할 때 남아도는 밥을 냉동 보관했다면 전자렌지 2~3분이면 갓지은 밥과 진배없는 밥을 만들어 낸다.
된장 끓일 그릇에 미리 준비된 다싯물(냉동된 얼음)을 넣고 그 물이 끓을 동안에 냉동실에 썰어둔 파, 찧어진 마늘을 넣고 호박 송송썰어넣고 아니면 먹던 김치나, 콩나물, 두부넣고 마지막에 된장을 넣든지 하면 금새 바글바글 끓지~ 콩나물은 끓을 때 뚜껑열고 끓이면 비린내도 없고 더 아삭거린단다. 정말로 라면 끓일 시간안에....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앞에 두고 천천히 식사를 즐기며 영화를 본 느낌을 도란도란 누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 편은 아내 길들이기 나름이라잖냐? 사람은 학습효과가 높은 동물이다. 저 좋자고 위하는 그런 아내를 타박할 남편은 없다.
3/ 즐겁게 요리를 만들어라
음식을 만드는 게 그저 일이라고 생각하면 댓가없는 노동처럼 맥빠지고 힘들어진다.
요리란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고 그렇게 습관하 하면 요리가 즐거워진다. 요리의 재료가 장난감 정도로 보여져야 비로소 참 주부가 되는게지~ 요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창조하는 솜씨도 늘어나게 된다. 작은 사진은 엉뚱하지만 가을 전어에 된장을 발라두었다가 구워본 사진이 있어 올려 보았다. 가족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만드는 기쁨이야말로 여성들만의 전유물인 기쁨이자 행복이다.
요즘 들어서 매우 맵고 얼큰한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데 원래 우리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슴슴해서 처음엔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가 구수하고 들큰하고 개운하고 담백한 것이 우리의 맛이었다.
외국인이 우리의 백설기 맛을 보고는 아무런 맛을 못느낀다고 했다한다. 우리들 입맛에는 정말 담백한 깊이의 떡 맛인데...
어린아일 적에 너무 강한 맛에 길들여 지지 않아야 맛에 대해서 섬세해진다.
요즘처럼 화끈하고 맵고 칼칼하고, 간식은 달달하고 기름져야만 하는 맛이 아니다. 바로 밥맛인 것이다.
기름진 음식은 몇 끼만 거듭 먹으면 지겹지만 늘 먹는 밥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이땅에 태어난 우리들에겐 이 땅에서 길러진 모든 제 철 음식들이 다 약이 되는 것이다.
그냥 마구잡이로 쓴 글이라...
낼 다시 정서해 보마!
잠이 쏟아지게 오네~
엄마가,
정서가 되지않은 이유로 일부스크랩을 전체스크랩으로 전환 열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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