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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비추가 좋다.
그래서 몇 년째 이어 비비추를 키워오고 있다.
보랏빛 꽃이 층층이 맺혔다가 수줍은 듯, 등(燈)을 밝히면 수술은 마치 고전무용을 하는 여인의 손에 들려진 흰 비단 천처럼 부드럽게 휘늘어지듯 허공에다 곡선을 긋는다.
아름다운 조선 여인네의 춤사위를 닮아 보인다.
비비추....비비추....비비추 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 비, 비가 잦아진다.
비비비, 추,추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입속으로 가만히 되뇌어 보면 비비추에는 울음 같은 연약한 리듬감이 있다.
이런 우리의 야생화 비비추를 지천에 흐드러진 들꽃이라 무시하듯 눈길도 채 주지 않을 때, 서구사람들은 벌써 이 꽃의 아름다움을 알고는 종자를 몰래 가져다가 개량을 하여 세계 화훼협회에 등록을 해버렸다니 ....우리는 두 눈을 뻔히 뜨고도 외양간의 귀한 송아지를 내어준 꼴이 되어 버렸다한다.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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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만 해두곤 자주 들리지도 못하는 시조카페에서 멜이 왔다.
비비추에 관한 글이다. 추창호시인님께 이 글을 사용해도 좋으냐고 허락을 받고 비비추 꽃일지 에다 아름다운 시를 덧붙여 본다.
詩도 물론 아름답지만 추창호 시인님의 평론 덧글도 무척 아름답다.
글/그림/사진: 이요조
아주 오래전에 그려두었던 마우스 그림을 별로지만 붙여보았습니다. 춤사위하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비비추*에 관한 연상 - 문무학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분명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다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게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 백합과 다년생의 산초, 7~8월에 개화하며 산지의 어둡고 습한 암벽, 너도밤나무 등의 고목 줄기에 착생함
이 시는 읊조리며 읽는 재미가 일품이다. 백합과 다년생 산초인 비비추가 새가 되었다가 종이 되었다가 끝내 잊었던 얼굴 하나 떠올리게 되는 연상 작용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던져준다.
지고지순한 사랑에도 사연은 있었을 텐데, 비비추비비추 그렇게 울고 싶어지는 사랑은 대체 어떤 사랑이었을까?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랏빛 종을 매단 그리움은 또 어떤 그리움이었을까? 생각하면 지독한 열병을 앓던 사랑 같기도 하고, 어쩌면 비련으로 끝난 슬픈 사랑 같기도 하다. 어느 것이든 온 몸을 바쳐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
정이 메마른 세상일지라도 삶의 간이역 어디쯤에서 눈물 나게 연한 보랏빛 종소리가 울릴 때면 만사 제켜놓고 가만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추창호 시인
시조를사랑하는사람들 : 시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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