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더기 이불이 좋다.
새이불보다 헌이불의 촉감에 연연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베게나 강보에 애착을 가지는 것처럼...
혹자는 블로그 글들이 모두 다 자기자랑이라고 그런다.
맞다. 나도 누더기 이불 자랑이려나?
실은 오래된 묵은 이불의 감촉을 가진 누더기보다 시방은 내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려는 것이다.
<엥? 뭐시라?>< %$#@*&@!!!>
왜 아닐까? 블로그마다 아주 상품가치 정도가 아니라...자자손손 가보로 물려줄만한 예술품 퀼트제품이 얼마나 쏟아져 나오는지 모른다.
(ㅠ,.ㅜ);
사실은
나는 예리공포증이 있다.
바늘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바느질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내가 새댁일 적에는 왜 요즘처럼 편하게 배게나 이불깃에 지퍼가 없고 일일이 손으로 꿰매야 했던지,
늘 다니러 오시는 친정어머님과 시어머님께서 번갈아 베게나 이불 홑청은 그 때마다 손질 해주고 가시는 걸로 해결했다.
어렸을 적에는 두레상에 둘러앉아 형제들끼리 밥을 먹으면(특히나 뜨거운 밥) 다른 이들의 젓가락 뒤 끝이 달려와 내 눈을 찌르는 것 같아 밥을 먹다가도 눈을 감싸쥔 채 바깥 시원한 곳으로 뛰쳐 나가서는 냉수를 한사발 벌컥거리며 진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가사시간 수예 숙제는 언니나 이모가 도맡아 해주었으며 증상이 심한 날은 혼자서 더러 밥을 먹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언제부턴가(몇 년 되지 않았다) 바느질을 한다. 내고 여고생일 때 부산대 ,간호과를 다니던 언니가 의학책을 찾아 읽어 주었다. 크게는 공포증이 셋있는데.... 고소공포증과 폐쇄(밀폐)공포증과 예리공포증이 있단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약간씩의 그런 불안정한 구석이 있는데...아마도 내가 그 중 두드러진 한 예라고 했다.
그랬던 내가 이정도로 바느질을 즐겨하니 이 아니 자랑스러울까?
오래 전 라디오 방송중에 <손숙, 김승현>프로에서 손숙씨가 말하기를 김승현씨가 디저트로 과일이 나오면 이쑤시게를 얼른 죄 빼버린다는 것이다. (지금도 상상만으로도 눈이 감기고 손끝이 저릿거리긴 한다.)
그 때 그 말을 들으며 얼마나 반갑기도 하고 큰 위로가 되는지...행여나 증상이 나 같거나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 모방송극에서 주말연속극<황금신부>에서 신랑되는 이가 심한 공황상태에 빠진 환자다. 건강한 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KBS인간극장에서도 그런 부부를 다루는 것을 보았던 적이 있는데 그들만의 카페모임도 있다한다.
나 역시나 과일에 꽂힌 이쑤시게는 나를 위협해 오는 공포스런 존재였으며
나는 아직도 주방 칼질에 아이들처럼 매우 서툴다.
과일은 두껍게 깎고 ....무를 채썰거나 나박썰기에도 좀 힘들다.
특히나 손님으로 어느집에 초대되어 갔을 때,
쥔장이 자랑스레 앨범을 꺼내놓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 놓을라치면
사진의 네 모서리가 눈을 찌를 것 같아 설명하는 말은 커녕
머리는 혼란스럽고 고문처럼 나는 고통스러웠다.
간호대를 다니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상상조차도 싫었다.
(그 예리한 바늘로 사람들의 엉덩이를 마구 찔러 댈..$%#@)
일전에 블로거들끼리 만났던 자리에서
자기는 폐소(쇄)공포증이 있다는 XX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많이 나아진 내 이야기를 한 번 올려 보아야겠다 싶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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