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장조림
엄마는 6.25 사변둥이다. 아마 부산 충무동 5가 였었지 ...지금은 수산센터가 들어선 매립지에 피난민 판자촌이 밀집해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그 곳으로 피난 온 아이들과 함께 공부 했었는데 그 아이들은 변변한 집이 없어도 쇠고기 장졸임이나 돼지고기 장졸임, 계란 또는 가자미식혜 이런 것을 도시락 반찬으로 곧잘 싸왔다.
이야기를 가만 들어보면 거의가 북한에서 금송아지를 기르던 부잣집 후손들이었다.
지금에야 안다. 이북사람들은 아이들 월사금(학비) 낼 돈이 없어도 돼지고기를 덩어리 채 사와서는 늘 고기반찬으로 먹는다는 것을,
모든 먹거리는 기후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 게 기후에 따라 변하는 요리방법이었다. 부산같은 날씨에 이북식 김치는 금방 무르고 시어터지기 마련이다.
그들의 김치는 싱겁고 물이 많았으며 우리김치는 짜고 물없이 뽀드라시 양념만 발라논 것 같은 김치였다.
그러나 입맛의 습관은 어쩔수 없는지 자꾸만 시어터지는 김치만을 고집하며 담그더구나~~
도시락 반찬을 네 외할머니는 계란은 커녕 비린내 나는 생선만 자주 넣어주셨다.
그 게 뭐냐면 지금은 백화점 가서는 엄두도 못 낼 가격대의 큼직한 굴비였다.
예전에는 굴비가 흔해서 쌌는지 손바닥만한 굴비의 가운데 토막 알이 밴 굴비를 도시락 찬으로 넣어주셨는데 남 그 게 창피스러웠다.
반찬 바꿔 달라고 떼를 쓰면 장아찌류나 기껏 고기는 건성 들어간 버섯 잡채볶음 또는 수루메덴뿌라(오징어튀김)정도면 그나마 최상의 멋진 반찬이었다.
네 외할머니는 고기요리보다 해산물요리를 잘 하셨다. 생일날 미역국에도 도다리나 광어를 넣으셨으니~
참말로 어쩌다 만들어 내는 장조림은 말 그대로 장졸임이라.... 먼저 고기를 삶다가 물이 줄어들면 간장을 부어 말 그대로 장졸임을 만들어 나중에야 고기를 찢어내는데....고기는 딱딱하고 결이 살아있어서 마치 칡등걸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냉장고가 없을 때니 보간이 용이치 않아 그렇게 만든 것이었구나!
나도 은연중에 보고 배운대로 새댁때는 그렇게 만들다가 그만 흐지부지 해버렸다. 구태여 장졸임으로 짜게 먹을 이유가 없었단다.
불고기나 갈비등 맛있는 고기요리법이 널렸는데 말이다.
예날에 한 자린고비가 살았는데 밥상위에 매달아 논 굴비 한 번 쳐다보고 밥 한 숟가락 떠 넣곤 하다가
두 번 쳐다 본 아들에게 호통을 치더란다. <굴비를 두 번이나 쳐다보다니~ 짜게스리!>하며....
.....
엄마는 그런저런 연유로 식성이 육식성인 줄 알고만 있었는데....어느날 채식주의자로 바껴있더구나.
음...완전 채식주의자는 물론 아니지~ 그런데도 살은 자꾸만 찌는데 갱년기라 그런지 시름시름 이유없이 앓길래 작년 한의원에 갔더니
본래 육식판데....채식만 먹으니 그렇다고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하라는구나~
아무튼 약을 좀 먹은 후 몸을 추스리고 중국에 들어가서 두 달을 머물면서 기름진 중국요리를 가리지 않고 먹었더니....
몸은 다이어트가 아니고 다이너마이트 폭발 일보직전이었다.
얼마전 보건소에 비만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첫째 운동부족과 단백질 부족이란다.
일주일치 식단을 적어 오라더니...단백질을 보충하면서 운동을 하잔다.
해서 단백질 보충하느라...부지런히 고기만 먹고 시키는 운동은 생략했더니... 정말로 순수한 <비만프로그램>이다.
틈만나면 우유도 많이 마시고.....ㅎㅎ 정말이지 황제다이어트, 아니 황제비만 프로젝트다.
이야기가 어디로 흘렀냐?
아무튼 그 때의 잘졸임은 아주 짰지만 요즘 장졸임은 시대에 맞춰 싱거워야 잖겠냐?
냉장고에서 꺼내면 이렇게 젤라틴 성분으로 응고되어 있어서 국물도 수저로 떠 먹어야 되니....정말 싱거워야 한다.
만든지 좀 되어서 재료를 기억하기에 가물거리는구나!
장졸임용고기를 샀다. 호주산이다. 두 근 가까이 되는 량이다.
물에 담궈서 핏물을 빼다가 여름에는 30분만해도 된다, 겨울에는 1시간 쯤 요즘 실내온도는 겨울 여름이 따로 없으니~
펄펄 끓는물에 담궜다가 거품이 부그르르 올라오면(10분가량) 따뤄내 버리고 다시 물을 붓고 끓여준다.
다 끓였으면 윗물을 넉넉하게 걷어내어 식힌다음 냉장고에 두면 기름을 완벽하게 걷어 낼 수가 있다.
고기가 찢어질 정도로 무르면 꺼내어서 식힌 다음 손으로 뜯어둔다.
그 사이 메추리알을 삶아서 찬물에 담근 후에 건져내어
빈 냄비에 넣고 뚜껑을 닫아 아래위로 흔든 다음 껍질을 가면 아주 잘 까진단다.
순식간에 깔 수가 있다.
메추리알 2판, 꽈리고추 4~500g
삶아낸 물이 적으면 물을 더 붓고 ....고기 두 근 양에 간장 1.5컵을 넣은 것 같다.
메추리알을 넣고 손질한 꽈리고추도 넣고 찢어놓은 고기도 넣고 생강도 두 쪽을 넣어 은근하게 끓여준다.
약간 매운 맛이 감돌아도 개운터라!
식힌 다음에 통에 넣어 냉장보관한다.
응고가 좀 풀린 모양이다. 완전 얼음처럼 사각이었는데...
시원한 단백질 젤리를 떠먹는다 생각하면
아주 아주 싱겁게....
명심해 두거라!!
ㅎ` 보영아줌마 보라고 급히 만든 글이라 나도 내맘에 들지 않는다만
새겨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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