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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詩와 함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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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깻잎을 묶으며    유홍준


추석날 오후, 어머니의 밭에서

동생네 식구들이랑 깻잎을 딴다

이것이 돈이라면 좋겠제 아우야 다발

또 다발 시퍼런 깻잎 묶으며 쓴웃음 날려보낸다

오늘은 철없는 어린것들이 밭고랑을 뛰어다니며

들깨 가지를 분질러도 야단치지 않으리라

가난에 찌들어 한숨깨나 짓던 아내도

바구니 가득 차 오르는 깻이파리처럼 부풀고

무슨 할말 그리 많은지

맞다 맞어, 소쿠리처럼 찌그러진 입술로

아랫고랑 동서를 향해 거푸거푸 웃음을 날린다

말 안 해도 뻔한 너희네 생활,

저금통 같은 항아리에 이 깻잎을 담가

겨울이 오면 아우야

흰 쌀밥 위에 시퍼런 지폐를 얹어 먹자 우리

들깨 냄새 짙은 어머니의 밭 위에 흰 구름 몇 덩이 머물다 가는 추석날

동생네 식구들이랑 어울려 한나절 푸른 지폐를 따고

돈다발 묶는, 이 얼마만의 기쁨


                     Franz Liszt / '연습곡 No. 3, Un Sospiro'
 
 
[엄마의 요리편지]
 
 

얘야, 철이 좀 지났다만 들깻송이 튀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들깨송이가 여물기 전
따서는 튀겨 보아라 들깨송이를 따서
잘 씻어서 냉장고에 며칠 두어도 쉬 무르진 않는다.
 
아주 쉬워~~
그냥 튀기면 되니
엄마는 오징어와 짝을 지어서도 튀겨 보았다.
괜찮더구나.
들깨 알이 오도독 씹히는 맛!
 
많이 만들었다면 냉동실에 보관해 두거라
된장을 끓일 때...
각종 섞어찌개에도
튀긴 들깻송이를 몇 개 넣으면
맛이 달라질 만큼 좋고

전자렌지에 딱 1분만 돌려줘도
 
스낵과자처럼 아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물론 급할 때 맥주안주로도
아주 그만이고,
 
오징어도 과자처럼 바삭해지더구나...
 
[오징어 들깨깡~]
 
ㅎㅎ 엄마가 만든 신종 스낵의  이름이다.
 
들깨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서
몸에 좋다고 하니 많이 먹거라
 
좀 넉넉히 튀겨 두었다가
저장한 뒤.
다용도
쓰임새도 괜찮더구나
들깨라서,
맑은 장국은 좀 그렇지만
꺼룩한 강된장 같은 데엔...
그저 그만이구나.
 
옛날 부각처럼...
밀가루를 묻혀 쪄서 말려두었다가
나중에 튀겨도 물론 좋다.
그러나 예전에...
보관이 어려웠던 때의 저장방법이니,
손쉬운 것을 택하려면
아무래도 엄마방법이
간단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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