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감★












*** 물도 못 넘기다던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많이 좋아졌노라는****

형님
산골 마을엔 눈이 많이 왔습니다
여왼 나뭇가지에도 밤새 눈이 쌓여만 갑디다
앞집 감나무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까치둥지가
내내 마음에 걸려서
날이 밝기가 무섭게 거실로 나가 확인했습니다
모진 북풍한설 잘 견디고 있었습니다

산다는것
별거 아니지 욕심이지 해도
그 욕심이 때때로 절 울게 합니다
올해 까치집처럼 잘 견디면
내년 일월 보겠지요
새로운 일월을 보기위해 오늘도 희망의 약을 먹습니다


****************************


눈보라가
제 아무리 몰아쳐도
나뭇가지 엉성한 그 곳에도
까치들은 깃을
드리웁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하늘이 주신을 다하는 날까지...

이렇게
모질게 삭풍 에이는 날에도
서로의 깃털을 부벼대며
할딱이는 작은 가슴으로도
추운 겨울 밤을
잘도 녹이면서
살아 갑니다.

오헨리
"마지막 잎새"의
환쟁이 아저씨가 아니라도

못 두어개와
철사 몇 가닥과
사닥다리로

그녀가 잠든 사이
그 위태한 까치집을 나무에다
영원히 묶어두고 싶습니다.

그녀의 편지에
차마 답글을 할 수가 없어
기껏 황망히 남긴
중언부언한 말 한마디,

"쾌유를 빌어요"


*********************************

그 까치집요?


"잘 견딜 수 있어요
견뎌내고 말구요.




질 듯
위태로워
보여도
하나님의 소중한 생명을 담은 그릇은
그렇게
소홀이
만들어
지진
않았
답니
다.

염려 놓으세요.

쾌유를 빌어요.

쾌유를 빌어요."








님~
해 지고
밤이 오면
유리창에는
성에가 끼이고
입김이 하얗게 폴폴거리는 강추윕니다.
얼마전 이 삼동에도 이사를 한다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어쩔꺼나 싶어
나도 모르게 그냥 화가 났지요.
그리고는.....글 한자
써 보질 못했지요
한적하고 공기 맑은 곳으로
갔나보군요.
어느 곳에 살든
건강하기만 한다면,
아니 건강을 위해서라면
얼음강 속에선들 못 살겠습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고물고물한
귀여운 세마리 내 새끼들 자라나는 것을
곁에서 지켜 볼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부디
건강해야지요
부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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