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예,

마 이라는 것도 죄가 되능기라예?

 

울시어무이 가신지 얼추 일년이 되어가지만 추석은 처음 인기라예~

즈그아부지 친구가 울산에서 배농사를 짓는데예

울 어무이 잡수시라고 해마다 요맘때면  그리 A등급은 아니라도

자세히 봐야 마른 상채기 있을락말락한 거로

한 상자씩 늘 보내주능기라예~

 

울어무이 배를 엄청 좋아하셨는데...

어무이 가시고 올 해는 안 보내줄줄 알고 기대도 안 했는데...

방금 택배로 받고보이 눈물 먼저 왈칵 나능가라예!

 

살아생전 곱살시리 해 드린 것도 읍꼬

가끔 정신을 놓을 때,  저지리만 할라카믄 빽빽 고함만 냅다 지르던  왈패가튼 며느리~

솔찌키 울어무이 언능 돌아가시마....두 다리 뻗고 만사 내세상이 되어 편할 줄만 아랐어예~

 

<살아생전에 잘해 드려라~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한다>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이나  네 부모를 공경하라 (엡6:1-4) 아니라도 노상 듣던 소리...그 소리!

 나이만 먹었지 바보가튼 지는,

고부간에는 영판 씰데읍는 소리로 알았다 아입니껴...

 

근데...근데,

막상 가시고 낭께 뭔지 모를 허전함에

마....몇 년 더 살다가시도 될낀데....쪼메마 더 사셔도 될낀데 싶더라고예!

 요즘도 종종 함께 계시는 듯한 착각이 듭니더,

저 혼자 밥먹다가...빨래를 개키다가

마당을 쓸다가

문득 문득 어무이 생각이 많이나예~

 

귀도 잡순 어머이 땜새 안그래도 큰 목소리가  더 더 커진

며느리...목소리  내싸 지를데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을 저미는 후회가

가슴패기에다 소금을 내지르는 것처럼 쓰립니더.

 

.....

 

배상자를 열고예

어무이 드리는 거 처럼 깎았어예

 

어무이는

아니 아부지까지도 독실한 크리스챤이라예

아예 먼저 가신 시어른 유언 받들어

우덜은  1주기 추도예배만 드리고는 암것도 없능거라예~

철없는 메누리는 좋아라 속으로는 만세를 불렀는데...살다가 봉께..그 것도 아니네예.

 

배가 마악 도착했는데...

울어무이에게 배 맛은 꼭 쫌 보여드렸으마 좋겠고...

그래서 깎았씸더!

<어무이~ 말봉씨네 수확한 뱁니더! 그 중 젤 좋은 늠은 아니라도 올 농사지은 배 때깔도 좀 보시고, 맛도 좀 보시이소!!>

하고

어무이 쓰시던 방에 갖다 드렸어예!

 

꼭 그라고 싶은데 우얍미껴?

 

<어무이? 말봉씨네 배가 차암 달지예?>

 

 

 

 -바보, 메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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