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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사람

 

 


언젠가 쓴 글에서 나는 죽어 다시 태어나면 [못 잘 박는 남자]에게 시집을 갈 거라고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못질 못하는 내 남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눌의 고자질(흐, 스스로 고자질 잘하는 이상한 할줌마)로...진주에서 살 때, 서울로 이사를 오는 친구를 따라 왔던 적이 있다.
그림도 알아 잘 걸어주고..가구도 잘 배치해주고  중요한 건 못을  자기 남편보다 잘 박는다는
점이다.
그랬던 나도 한계가 있었는지..물론 개집을 만든다 거나 전문적인 목수 일은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살아가면서  늘 그 점에 갈증이 났다.

"여보 지하실에 물이 새~~"
"왜 나보고 어쩌라고~"
적어도 이런 남편은 아니었으면 하는 소망이지만 내 팔자소관이니 어쩌겠는가.

왜 이 이야기를 서두에 꺼내나 하면 드라마 같은 남자를 두 눈으로 실제 만나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MBC 주말 드라마 [한강수 타령]에서 주인공 최민수는 존재할 수 없는 남자였다.
실은 드라마 주인공 설정이란..존재치 않는 황당한 픽션임을 차제하고라도,

자상하고 능력 있고 여자를 잘 배려할 줄 아는... 최민수를 바라보는 대리만족으로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다.
여자는 큰 데서 감동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쉬운 그 것도 모르는 바보들이다.

물론 이 분도 두 군데의 럭셔리한 별장과 개인 박물관과 그런 건 우리 할줌마들의 입에 붙은 부러움만 자아낼 뿐,  현실관 무관하다.
그냥 부자 친구를 둔 지인 덕분에 잘먹고, 잘쉬고, 즐거웠을 뿐..

경제적인 능력만으로 어림반푼어치도 없을 자상한 배려에 우리는 모두 시쳇말로 뿅~ 갔다는 점이다.

많은 골동품 수집, 그 건  취미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흉내 낼 수 있는 일이다.
별장? 그 건 돈만 있으면 되고.. 인테리어? 그 건 자연히 그레이드 따라 몸에 붙는 이력일 테고..

할줌마 부대들이 기차에서 내리자 이미 준비된 차로 옮겨간 곳은 예약된 식당이었다.
모두들 아침을 거른 터라 아주 잘 먹었는데..

이제 차에 오르자 껌을 주시는 거다.
그냥 식당에서나 얻은 껌이 아닌..많은 량의 통 껌을, 뭔가 세심함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옮겨간 곳 건물의 (그 곳 경관은 앞의 글 말보르에 보이는 사진을 찍은 곳이 마당 전경이다.) 레스트랑을 운영하는 처제 분 역시나  조신하게 멋진 접대를 잘 해 주셨지만

숙소에는 과일이든 뭐든 준비해 놓으신 배려, 화장실엔 일회용 칫솔까지...

매사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분이셨다.  물론 그의 삶까지도,

 

또 다른 경관 좋은 곳의 별장에 다다랐을 때(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이 곳에서 1숙소로 변동하셨다는)...그 곳 역시나 준비된 과일, 그리고 들기 좋게 종이컵에 전단지를 오려서 붙여
호츠키스로 찍어 만든 손잡이, 물어봤더니 직접 만드셨다 한다.

아마도 미리  손수 마련하신 듯...
그리고 여기 저기를 구경시켜 주시는데..그 프로그램이 머리에 정연하게 들어 계신 듯,

정원을 보며 누구에게 시켜서 만든 건가 했는데..직접 나무를 자르다가 다치셨다는 얼굴,
그렇다고 직업이 전혀 무관한 전문직에 종사하신 다니, 더 더욱 놀라울 따름...

.....................

여행을 마치고 각자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화장실에서 난 그 해답을 발견했다.
해서 볼일을 잊고 엉뚱하게 셔터를...내 마지막 사진 찍기에 피리어드를 선물한
그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행복의 원칙

 

어떤 일을 할 것
어떤 사람을 사랑 할 것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

 

-칸트-


이 행복의 원칙을 지키기에 준비된 사람이라 해도 가히 틀린 표현은 아니리라
내가 일박이일의 환대에 그 숙박비로 아부성 글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제 글은 연이어 안 읽으셔도 좋다.
단지 언뜻언뜻 비치는 습관 하나에도 부지런함과 즐거움과 희망과 그 모든 것이 밝게 비쳐왔기 때문이다.
복 받을 사람,  행복한 사람은 바로 자기가 만든다는 것을 ...
그 많은 애장품도(현암 민속박물관) 사회에 헌납하시겠다는 말씀~~ 그런 마음으로 즐겁게 수집하신다는...

 

하나님도 너무하시지..

이제 생을 서서히 마감할 나이에 이리 좋은 말씀과 결과를 현장 답사하게 만드시다니,

 

심은 게 없으니 거둘 것도 별로 없고,

남들은 추수할 곡식이 백만석~~ 할 때.. 나는? 나는?

그래 가녀린 생이라도 탓하지 말고 물 잘주며 가꾸는 희망이라도 갖고 살자.

내 앞에 떨어진 알곡 몇 낱알이라도 감사히  먹고 남는 게 있으면 하는 생각이 아니라.. 곁에 있는 나보다 못한  사람 있거든 함께 따뜻하게 보듬어 나누리라는 그런 주제넘는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여생을 살아가노라면  그러노라면 내, 인생의 여정길 산모롱이에 좋은 일이  까꿍! 하며  튀어나오려고..날 반기려 숨어 기다리고 있을거야......그럴꺼야~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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