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급한 볼일이 있어
비오는 날 밖을 나갔다.

집에서 얼마 안 가도 되는 곳이지만 처음 가는 곳이라
풍경이 생경스럽다

물 먹은 푸른 녹음이 너무 좋다.
약속한 사람과는 뭔가 어긋나고
난 차 속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장마전선 탓으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내렸다.
금새 차 안이 내 하나의 온기로 뿌얘졌다
성에가 끼여 바깥 풍경이 필터처리 된 것 같으다.

미루나무가 휘어질 듯... 비바람에 흔들렸다.
개망초가 하이얗게 흔들리고......


아무리 찾아도 펜이 없다.

급하게 나오느라.......
정작에 지갑만 달랑 들고 나왔으니.......

글로버 박스를 다 뒤집어 놓고.....
허겁스레 뒤로 넘어가서......
시트 주머니랑 다 뒤져 봤지만......철저하게 없다.

젠장...
그 얄량한 그림이 그리고 싶어 죽겠는데 말이다.

콩알 튀기듯 떨어지는 빗소리.......
주차해논 바로 옆에 큰 쓰레기통이 하나 있다

"아마 저 쓰레기통안에는 쓸만한 볼펜이 한자루 쯤은 있을 텐데....."

집에서 늦은 밤 마우스(그 것도 무딘)로 잡으니.....
낮에 그 이미지가 나올 턱이 없다
그냥 피바다 범벅으로도 만들고 싶고.....
그냥 황칠로도 끝내고 싶고.....

그려진 그림은 오히려 유순하다

며칠 전 쓴 글,
다시 읽어보고
대부분 삭제 할 것은 빼 버렸다.
내가 왜 화가 나 있었을까?

분명 사람은 아닐테고
그럼 세상이란 말인가?
세상을 향해 공격하고 싶은 욕구?

내가 봐도 쑥쓰러운...
시니컬한 웃음과... 궁시렁거리는 헛소린 삭제해 버렸다
매조키즘적 쾌감을 동경했을까?
그 게 내 잠재심리의 발로였을까?

아무튼 나의 리비도적인 심리가
다 내어비친
비오는 날의 초상이였음을 부인하진 않으련다.


adagio -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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