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이던 산나물이 쇠해가는 봄이 깊어가면 갈수록 주부들은 난감해진다.
왜? 찬꺼리를 뭘로 만들어 또 한 끼를 때울까싶어서....김장김치도 떨어져 가고 겨우내 먹던 김치찌개도 물려오고,
갓담은 햇김치도 사나흘만 먹어보면 그만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울엄니는 그러셨다. <봄에 묵은지 먹다가 햇김치 담으면 삼박하긴 하지....그러나 며칠 못가~>
<햇김치는 첩맛이고 묵은지는 본처맛이여!>
두고 두고 먹을수록 곰삭은 깊은 맛이 언제나 은근하지~ 하시던 울엄니의 생전의 명언중 명언이셨다.
갈치김치를 개봉했다. (떨렸다) 상상외로 갈치 형체가 고대로 살아있다.
과연 옛날 그 맛이 나올지.....궁금했다.
- 어렸을 때 어머니는 큰 독으로 한 독을 담으셔서 땅에 묻으셨는데....봄 되어서 꺼내면 빨갛던 김장김치는 맛있어 보이는 노란색으로
김치 줄기와 잎파리는 싱싱-살아있었고 많아서 그랬는지, 갈치는 짓눌려서 사진의 내 것처럼 이렇게 살아있질 않았다.
눌려서 물기는 쫙 빠지고...형체는 비틀어졌지만...그 맛은 꼬소하고 말랑 말랑해서....(쓰읍, ....침 고인다 생각만해도)
점심때 마땅히 별 반찬도 없고해서 문득, 까맣게 잊고 있던 갈치김치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그 맛을 모처럼 떠올리며 침을 삼켰다.
보기와는 달리 갈치살이 노골노골~~....뼈 따위는 이미 (씹힐 때) 감각조차도 없다.
12월 20일경에 김장을 했으니...숙성, 4달만에 빛을 본 셈이다.
김치 담을 때, 갈치 손질을 한다고 했건만...지느러미가 있는 갈치 토막도 보이는군,,,음~~
두부에 이렇게 싸서 먹는 갈치김치맛도....일품!! 두부와 갈치라?
못 먹어본 사람들은 이게 웬 조화냐고 깜짝 놀랄 일이지만....천만에 비린맛은 고사하고 고소한 이 맛!!
먹어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부드럽고 따듯한 두부맛 고소하게 어우러진 묵은 김치맛과 잘익은 갈치맛 어떻게 형언할 길이 없고....
내가 만들고 내가 맛있다면 ...말이 안되는 소린가?
뼈없는 갈치! 오죽하면 어렸을 때 먹어 본 기억을 되살려 <머시멜로우>맛이라고 나는 표현했을까?
내 동생은 캬라멜 맛이었단다. ㅎ`ㅎ`ㅎ`
김치를 버무릴 때, 갈치가 매끄러워 쏙쏙 잘 빠졌는데...더 많이 넣을 걸 하는 후회막급이...
갓물김치
월요일, 그림 그리는 곳, 문화원의 구석재기 빈 화단에 갓이 잡초와 함께 있는 게
내 눈에 포착되었다. 밤 9시에 마치고 나오면서 모두인 두 포기를 빼왔다.
<그 거 뭐하게요?> (갓물김치 담게요>
물김치가 없으면 서운한 사람이....갓물김치를 담으면 갓향이 나고....
갓물이 빠져 빛깔 묘하게 고운 그런 물김치가 갑자기 먹고싶었다.
밤 10시 넘어 냉장고에 있던 무를 하나 꺼내어 물김치를 담는다.
갓이 좀 적어 보이긴 하지만....
야생이니 향은 좋겠다.
칼질을 잘 못하지만....무를 삐져서 넣었다.
풀물없이 그냥 물을 붓고 수경재배로 몇번이나 베어먹던 미나리
다시금 돋아나는 여린 순도 뜯어 넣었다.
뭔가 그래도 허전하다.
(부시럭대다보니) 밤이 깊었다.
<내일보자> 그러고.....뚜껑을 덮었다.
이튿날인 오늘(화요일)
돌나물 한 팩(1700원)을 사서 넣었다.
제법 향들이 어우러진다.
흰 갓이 아니니...밤새 거무죽죽한 갓물도 제법 빠져나왔다.
* 갓물이 은은하게 우러 나오다 (며칠 뒤)
오늘 점심 반찬이었다. (달랑 두 가지) 아! 게스트로 두부도 있었네~~
갈치김장김치......올해 김장엔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게장이 밥도둑이라고요? ......NO!!
갈치김치는요. 밥강도라고요!
강도!!
.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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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
든
.
.
글/사진: 이요조
갈치김치 제대로 담기 2007-12-24
좋아했는데 예전 갈치는 굉장히 살도 두텁고 컸다. 땅속에서 갓 꺼내온 김치(석달 후 쯤) 에서 갈치찾기 쟁탈전을 벌였다. 갈치는 물기없는 김치 줄기 사이에서 눌려서 그 형체도 없어지고 비린내는 커녕 녹아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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