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김치

 

 

  살다가 살다가 내가 이런 엉터리 김장김치를 할 줄 정말 몰랐다.

지금도 김치 냉장고에는 아직 먹다만 김치가 여러종류 찌꺼기로 조금씩 남아있긴 하다.

작년에 담은 갓김치, 얼마전에 담은 생절이 갓김치, 갓으로 담은 물김치, 언제적 담근 것인지 모를 알타리김치, (울궈서 된장찌개에나 넣을정도)

작년김장에 별미로 담은 좀은 짜지만 이제사 맛이 들어 차마 아까워서 먹지 못하는 갈치김치 한 포기,

그리고 지인에게서 얻어온 김치 한 통이 들어 있지만 그 김치는 김치찌개용으로 사용하면 딱이다.

 

언제나 도사공(都沙工)1 얼어 죽는다는 음력 10월 20일의 첫 한파가 오면 김장걱정이 먼저 앞선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날씨가 뜨르르 추워지면 뜨끈한 동태매운탕이 먹고싶고 감 무쳐낸  김장김치 속쌈이 먹고싶어지는 건 나만 그런가?

겨울이 되자 배추쌈이 먹고싶다 노랠불렀더니 겉 잎은 벌레가 숭숭먹었지만  유기농 배추가 네 통 거저 생겼다. 

<옳커니~ 이 걸로 쌈싸먹고 나머지 세 통으론  지레김치2를 담아야지~>

 

배추 한통을 짜개서 반텅은 쌈으로 반 통은 배추나물로, 배추 전으로 우거지는 배추우거지국으로 알뜰하게도 만들어 먹고

세 통은 절여서 김치 담을 준비를 했다.

일찌감치 김장을 할까하여 생굴과 생새우를 사두었다가  생굴만 다 먹었고 생새우는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있다.

다른 부재료를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 있는 재료로만  해결해야지 하고 맘 먹은 내 딴에는 만만한 지레김치였다.

이젠 김치에 설탕 넣기도 겁난다.

대추를 푹 고았다. 설탕대신 단 맛을 약간 주기위해서다. 아니 이왕이면 인삼도 한 뿌리 넣어서 마시기도 하고 찹쌀죽도 쑤지 뭐....

했는데....했는데...찹쌀이 아무리 뒤져도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쌀을 불렸다. 언젠가 쌀로 죽을 끓이는데....핸드블렌더로 갈아주니 찰기가 돌았던 걸 기억해냈다.

찹쌀이 아니면 밥도 넣는데...뭐 어떠랴! 쌀을 한 대접이나 불렸다. 양념 남으면 깍두기 담을 요량으로,

그랬다가  배추 6포기를  부리나케 사다 절여서 김치 두 통을 내친김에 더 해버렸다.

엉터리로 시작했지만 모처럼 참 잘한 짓이다 싶다.

두고두고 날씨가 추워지면 여자들은 긴장걱정에 얼마나 시달리는데, 나는 얼결에  걱정에서 헤어나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다. <아직 김장 안했으면 이 번 추위 물러가거든 얼른 김장 하세요>

거짓말처럼 날씨가 풀려서 따듯해질테니요~~

 

그럼 엉터리로 담근 제 김치 보시고 웃든지..말든지요!!

궁하면 통한다구요!!

 

1/풀물을 쑤기위해 대추물을 사용하다  

2/찹쌀대신 불린 맵쌀로 죽을 쑤다.

3/핸드 블렌더로 쌀죽을 갈아준다.

4/멸치젓갈을 뜨다./용수를 박아 뜨면 좋을텐데....찌꺼기가 조금 있는 멸치젓갈

멸치젓을 달여서 맑은 액젓으로 써야는데....바로 뜨다. 

5/쑨 풀물에 멸치젓국물을 부어서 한소끔 끓여주면 소독도 되고 비린내도 달아난다.

6/땅콩도 갈아서 넣어보았다.

7/지레김치니까.....붉은 물고추도 갈고 있던 청각도 불려서 넣고

8/얼려두었던 생새우, 그리고 여름내 먹다 남은 새우젓도 좀 넣고 ...남긴 새우젓 사진을찍다.

9/무생채,쪽파, 갓이 있길래 절여서 굵은 줄기는 잘라서 두었다.

미나리는 당연 없다. 마늘, 생강이야 있지만....지레김치! 이 정도면 하는 마음으로

김치 담그기 작업을 하다.

 

 

풀기가 쎈지..땅콩 탓인지...반질반질해보이는 양념~ 김치통으로 한 통!!

무생채가 적은 듯 하여 통 맨 아래 깔아 둘 무우까지~

 

 

이왕지사 무도 넉넉하니 넙데구리 썰어서 갓과 함께 깍두기로 한 통!

곰국에 밥 말아서 먹으면 좋겠다.

 

 요거 해두고 뭔가 찜찜하다.

시장 안가려다가 다시 나갔다. 묻힌김에 해야지...배추 2망, 6포기만 사왔다.

6포기도 일은 일이다.

조금 남았던 양념에 다시 양념을 보태다.

 지레김치 담으려다. 9포기로 김장 끝냈다.

초절약 짠순이 김장이 끝났다.

 이젠 더 하려해도 힘에 부쳐서 못하겠다. 늙었을까? 꾀만 남는다.

 

 꼴시런 김치 해두고 김장 다했다고, 두 팔 벌려~

김장 끄읕~~

 

 

담날로  바로 추가로 담은 6포기가 두 통도 채 못된다.

밝은 마루에서 찍었더니...맛도 없어 보이는 사진!!

암튼 날씨야~ 네 아무리 추워봐라!!

 

배추김치 3 통, 깍두기 한 통, 얻은  찌개용 맛든 김치 1통!

합이 5통!! 

ㅎ`ㅎ`

꼴시런 김장 해뒀다고 날씨가 쨍하니 추워도 마음이 편안하다.

 

 

 

 

  1. 뱃사공의 우두머리. [본문으로]
  2. 김장 전에 조금 담그는 김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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