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의 추억  

며칠동안 아무일도 못했다.

내가 감기든 것과 동시에 막내 이모부의 부음을 들었다.

부산까지 가지 못하고 ..... 思慕祭 끝난 뒤 전화를 냈다.

전화를 받은 이모는 거의 실신상태였다.

못간 게 민망하여...어정쩡 위로의 말이랍시고 영양제 맞고 기운차리라며...끊었는데,

'별리중에 짝을 잃은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던데....'

여동생/을파'는 친절하게도 사진 몇 컷을 나를 위해 올려주었다.

그 사진을 보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걸린 콧물인지....눈물인지....하루종일 쿨적거렸다.

이모와 막내 이모부는 내게 있어 좀 특별나다.

엄마의 중매로 막내 이모부가 되었지만...

막내 이모부는  어릴적부터 잘 따르던 옆집 아저씨로 삼촌같은 존재였다.

이모는 방학이면 외가로 달려가던 나의 좋은 친구였다.

종종 나의 이야기에도 등장하던 이모는 나보다는 나이가 겨우 다섯살 많았다.

외삼촌이 없고 여덟공주의 딸부잣집 외가에서 울 엄마는 둘째 딸이고

이모는 8째 막내딸이었다.

비오는 날이면 텃밭에서 부추를 끊어와 매운 고추넣고 매움한 정구지전을

부쳐주었고 동네 아가씨들 모여 노는 곳이면 나는 이모 치마끝을 졸졸 잡고 따라다녔다.

지금에사 내가 왜 시골을 글케나 좋아했는가 생각해보니 정답이 나왔다.

 

나는 유독 시샘이 많다.

집에는 우리 동기간 독수리 오남매가 있는데...나는 늘 그중에서 1인자가 될 수 없었다.

언니는 맏이고 몸이 약해서 아낌을 받지~

동생은 장남이라 우대를 받지~ 

밑으로는 귀연 여동생이라...예뻐라하지!

막내는 막내라 귀히여기지~

둘째면서 기집애인 나는 뭐냐고? 게다가 잘먹고 튼튼하기까지 하지~

묵묵하게 ....제 일 제가 잘 하고 있지...심퉁이 좀 있어서 그렇지,

내색은 못하고 홧김에 늘-가출삼아 외가행을 자행했던 것 같다.

외가에 가면 내가 1등이다.

외가에서는 왜 내가 먹을거 없고 모기 뜯는시골을 꾸벅꾸벅 오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늘 반겨주셨다.

외할부지는 나를 이야기 동무로....(요나마 서푼짜리 글을 쓰는 것도 아마 외할부지 덕이지 싶다)

막내이모는 나를 데리고 다니는 재미로....

나는 도시에서 온 얼굴하얀 귀한집 손녀로 인기 있었다.

외할부지는 <문도령아! 축늘어진 누렁이 쇠불알 툭 끊어서 우리 요조 왔는데..

고깃국을 끓여먹자....>하시며 웃기셨고

외할머니는 말씀으로는 <여름에는 묵을 것또 빌로 읍는데...뭐하로 오노!!>하시면서도

반겨주셨다.

땡감을 딩겨속에 언제 넣어놓으셨는지...말캉말캉 홍시감으로 만들어 손에 쥐어주시곤 하셨다.

 

할머니 살아계시면 지금 100세가 넘으실 텐데...

92세 나던 해에 우리집까지 먼-길을 올라오셨다.

물론 이종동생이 모시고 왔지만....

죽기전에 요조도 보고 죽을라꼬...딸이 여덟이지만...

요조가 막내 같응기라...(에잉 그라마 내가 9째 딸 @.@)

누가 그랬나? 자주보면 정 든다고....할머니는 막내를 하나 더 기르신 것이었나보다.

혹자들은  찐빵을 겨울음식으로들 아는데...천만에 말씀이다.

밀농사를 수확하면 여름내 쪄 먹는 게 막걸리 넣고 발효시켜 만든 찐빵이었다.

가을 겨울에는 쌀이 많으니 떡이었고,

찐빵은 엄연한 여름 간식이었다.

요즘에야 수입밀이 밀려드니....당연 계절감은 사라졌다. 오히려 뜨거운 김나는 찐빵이

추운 겨울철에나 호호불며 먹는 빵으로 상업화 되었으니~~

얼마전 TV에서 호빵과 찐빵의 차이를 물었는데...

호빵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며 상호가 호빵으로 나왔고  찐빵은 집이나 가게에서

손으로 만든 빵이라는 .....

 

밀농사를 지으면 봄보리보다 한 달 늦게 수확을 하는데, 햇밀로 국시를 뽑아서 외할머니는

막 방학시작할 때 쯤 머리에 이고 오시곤 하셨다.

 

여름방학이니 아이들 국시 삶아 멕이라며...우리형제들은 그 국시를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았다.

누렇고 꺼칠꺼칠하고....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국시는 하얗고 삶으면 매낀거리는 게...

 

엄마가 국시를 삶아 헹구실 때...우리는 잽싸게 가서는 한웅큼씩 뚱쳐 도망가곤하였다.

<야 이늠들아~> 하면서도 엄마는 방관하시는 듯했다.

제일 마음이 여리고 순한 '을파'를 불러 돌돌말아 입에다 넣어주시능거 보믄...

 

막상 장국에 말은 국시맛은 별로였다.

물에 막 헹구기 시작한 국수가 짭짤하고 쫄깃하고.,...매낀거렸는데... 외할머니 국시는 그런 맛이 하나도 없었다.

 

 청미래 넝쿨(망개)과 칡넝쿨   

시골 제분소에서 거칠게 갈은 밀가루로...산골장터 국시집에서 세련되게 빼지못한 국시발에...

탄력도 떨어지고 때깔도 떨어지고...

지금에사 생각하니 바로 그 게 순수 토종밀의 정제되지못한 통밀에 가까운 건강식이었는데...

그 때 왜 그렇게 먹기 싫었던지....

누렇게 시커먼 국시를 이고오신 외할머니가 며칠 쉬었다 가실 때 나는 으례껏 할머니따라 시골로 향했다.

 

막내이모는  어린조카 핑계를 대고 언제나 먹거리 궁리만하였다.

 찐빵을 만들려고 마음먹은 날은 아주 많이 만들어야 했다.

꽁꽁 비약처럼 숨겨둔 까맣고 동글동글하던 이스트를 꺼내고 누구네  막걸리가 있다면 좀 얻어와서

밀가루에 치대어 두면 두어시간뒤 부풀어 있고 또 치대었다가 또 부풀고..그러기를 서너번~

이모는 그 때 베이킹파우더를 마법의 약처럼 꿈꾸었다.

                                          

<그 약은  반죽 바로 해서 금방 빵을 찐대~> 이모또래의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궁이에 마른 솔가지를 넣고 불을 지핀 큰가마솥에 채반을 깔고 베보자기를 깔고 김을 올렸다.

망개잎(청미래넝쿨)을 싸서 쪄내면 잘 쉬지도 않고 맛이 있단다.

강원도에서 칡잎에도 쪄낸다던데...

동그란 찐빵을 빗기에 꾀가 난 이모는  밀가루 반죽을 둥글게 펴고는 팥소를 넣고 둘둘 말아 썰기도 했다가 망개잎깔고 그냥 길게도 쪄냈다가 

아니면 그냥 반죽을 붓고는 동부콩을 듬성듬성 박아서 크게 부풀려 쪄내면 정체되는 곳에 파는 옥수수찐빵처럼 정지칼로 듬썽듬썽 잘라나누기도 했다.

 한 입 크게 베어물면 막거리 냄새가 물씬 풍기던 그 맛!!

빵 만든다고이모가 입소문을 내었기 때문에 친구 누구도 줘야하고 누구도 줘야하고...지금 병석에 계신 동네 어르신께도 입맛 없으신데 갖다 드려야하고... 

 만들 때엔 구경꾼이지만...다 쪄지면 내 발만 아프게 생겼다.

동네를 돌고돌아 나눠드리다보면... 그래도 신이났다.  오랜만에 간식꺼리를 받아든 사람들은 다들 환한 웃음으로 보답했다.

 

 

내가 병이 나서 먹고싶은건지.... 졸지에 이모부를 잃은 이모가 부쩍 생각이 난건지....

아무래도 내가 어디가 안 좋긴 하나보다. 요즘들어 자꾸만 추억을 회상하는 거 보니....건강하고 잘 나갈 때는  옛일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더니,

눈물찍 콧물찍이던 감기를 무릅쓰고 일어나 마치 의식(儀式)처럼 찐빵을 만들었다.  제목은 <슬픈 이모에게 바치는 찐빵>

가까운 곳에 산다면 마음같아서는 쫓아가고 싶지만....좀 있다가 부산 갈일 있을 때,,,디려다 봐야지~~ 미안한 마음을 추스리며....

<아무 씰때도없는 이질녀~>라 자책했다.

마트에 나가면 찐빵인들 없으랴마는...

우리 이모가 그 때 그렇게나 소원하던 베이킹파우더만을 넣고 찐빵 세 판을 쪄냈다.

아이들이 엄마가 만들어 논 울퉁불퉁한 찐빵을 보고는 웬지 얼른 들고 제 방으로들 간다.

아마도 제과점 빵이라면 쓰윽...쳐다만보고도 지나칠 일을....(다이어트중이라)

제 에미가 간만에 만든 찐빵임에 아주 반가운 듯.....한 개씩 두개씩 들고 제 방으로  사라지더니 어느새 동이나 버렸다.

 

언젠가는

내 아들늠들도 나중에 차가 정체되는 곳에서 이 엄마의 손 맛을 그리워하며 유리창을 내리고 찐빵장수를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추억속의 맛!! 그 게 바로 음식의 참 맛이 아닌가!!

 

 

 

 

 

재료라고 굳이 적어본다면...

벌레가 생길 것 같은 팥을 많이 삶았다. 여름에 때 아닌 팥죽도 끓이고 팥밥도 했는데...금새 질려버렸다.

팥밥은 겨울이 제격이고 여름엔 보리밥이 제격인 모양이다.

 

삶은 팥이 남았길래....단팥죽 해먹을까 생각에 일단 설탕을 넣고 한번 졸여두었다. 팥소가 되었다.

그래야 변하지 않으므로.... 갑자기 찐빵 생각이 나자.  팥소를 꺼내어 찐빵 하나에 소 1큰술을 넣었다.

 

우리밀 5컵, 물 1.5컵, 베이킹파우다 1큰술, 소금 1ts 설탕 1/2컵

반죽후 비닐에 넣어 잠깐 냉장고에 반죽은 질되...손에 붓지 않을정도

찜통에 김을 먼저 올리고 12~15분 쪄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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