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자락 운무를 가르는 버스여행

 

 

 

늦은 여름 여행을 떠났다.

막바지휴가라고 말하기에도 아침저녁으로 벌써 선들바람이 불어오는데 너무 늦은 셈이다.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오후 3시 40분 우등버스를 탔다.

기온은 오슬하고, 날씨는 비가 폭우처럼 내리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 빗소리~~

차창에 부딪치며 흐르는 빗방울이 사선으로 비껴가는 게 아니라...마냥 앞에서 뒤로 옆으로 구르다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주말에는 제주도에서부터 빗소식이 들리던데...주말 내내 비가온다면 이 을씨년스런 바다여행을 어찌할꺼나...걱정인데,

남쪽으로 갈수록 날씨가 점차 개이는 게 아닌가!

게다가 통영가는 길마저 잘 닦여선지 ...우중인데도 오후 8시도 채 못되어 통영터미널에 내렸다.

 

 

목적지는 한산도 제승당에 참배드리고 난 후  섬 안의 섬, 추봉도가 종착지다.

토영에서 주유소를 하는 친구집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각지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합류를 하면된다.

섬으로 들어가려면 승용차 댓수를 줄여야한다.

기차도 애매한 남해방면이라....버스여행을 택했더니 길이 좋아선지 버스도 에븝 톡톡한 시간단축에다가  인심 후하게도 덤을 얹어

함양부근에 다다르자 지리산자락의 운무까지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智) 사람으로 달라진다(異)는 지리산(智異山)이다.

버스안에서 제법 높은 곳의 도로임을 실감하며 셔터를 눌렀다.

신선비경이 어디 따로 있으랴~

승용차를 타고 달려도 높으당한 버스의 시야만 할까?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운무를 보며 엉뚱한 상상을 했다. 

지리산은 빨치산들의 한 많은 산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골골이 밥하듯이 연기가 피어오르는지~

아직도, 시방도, 원귀가 된 객들이 맑은 날에는 쫄쫄 굶으며 웅크려 은둔하며 지내다가   

모처럼  비온 뒤 운무가 걷히는 날,  그제야  맘놓고  연기야 오르든 말든 컴컴한 굴안에 관솔가지 등불 밝히고

솥걸어 청솔가지로 불을 지펴서  익힌 곡기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연명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물 핑글...돌다가......상상에 겨운 내가 우스워 ...피식~웃어도 보다가....

아! 아!!   여행길은 이래서 참 좋구나!

설거지만 하던 내가 잠시 잠깐 이데올로기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에 잠겨도 보다가 애시당초 이념은 그 원천은 무얼까? 골똘해져 보다가...

 

 

도회지에서 바삐 뱅글뱅글 살다가 살다가 다 잊은줄 알았던 것들이 여행길에서 문득 되살아 나는 거....

그래서 바삐 가던걸음 멈추고 내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는 거....

여행이 어찌 재미와 휴식 그 뿐이랴~

 

 

 

이요조, 2008,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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