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제가 처음 찾았을 때 그 때는 주민증을 맡겨놓고 들어가야하는 민통선 안에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열심히 먼-길을 달려갔는데도 여름날 긴긴 해가 아직 중천에 걸렸지 싶었는데 오후 4시가 넘었다며 출입을 허락해주지 않아 못내 안타까워하며 돌아섰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늘....마음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아쉬운 곳, 그 곳을 지난해 여름 8월에 다녀왔지요. 차일피일 포스팅을 못하다가 우연히 임진강 황포돛배를 타고 임진강을 흘러보다가 임진강 적벽 너머 고량포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기억해냈습니다. 왜? 신라의 마지막 경순왕이 엉뚱한 이 곳...예전으로 치자면 고려땅인 이 곳에 누워계실까? 의아했더랬습니다. 그 의구심 하나만으로도 여행의 목적, 더구나 문화유산기행의 키워드로 흥미를 충분히 유발시킵니다. 역사공부는 그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짚이지도 않아 달달외우기만 했을 뿐, 그닥 기억에도 오래 머물지 않는 것들이 직접 다녀보고 이해를 하면 아득한 옛날,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찬란한 역사의 신라, 천년고도 경주를 두고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고량포.....인가 하나없는 민통선에 왕릉이라~ 무척이나 궁금했더랬습니다. 세월은 흘러 10년 그 사이에 민통선 경계선이 조금 뒤로 물러나 앉아 이젠 자유로이 출입을 할 수야 있지만 엔간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가기가 무척 어려운 곳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한 이유중에 들겠지요. 네비게이션도 잘 되지않는 곳이라, 적성 두지리, 두지삼거리에서 이정표에 의존하셔도 좋습니다. 임진강을 건너 북쪽으로 강을 따라 가시면 민통선까지 가시면 됩니다. 물론 군데군데 경순왕릉 표지판도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입구 숲그늘 길을 200m도 못되게 걸어가면 왕능이 보입니다. 제 눈에 처음 들어 온 왕릉은 그다지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소박해보였습니다. 경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곳에 묻힌 경순왕은 임진왜란 때 失傳되었다가 영조 3년에 발견 여러 해 뒤에 재정비를 했으나 육이오 동란당시 다시 실전되었다가 이 곳 육군장병에 발견되어 수차례의 정비를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합니다. 참으로 살아 생전이나 사후 능으로나 하여간 혼돈의 세월을 겪은 셈입니다. 아직까지도 민통선 코 앞의 지뢰밭 한가운데 있으니 말입니다. 비석에 무수히 나있는 탄환자국~ 후백제 견훤에게 괴롭힘을 당하느니 신라의 백성을 생각해서 민심이 기울어지는 신흥 고려 왕건에게 선선히 나라를 물려준 뒤 왕좌에서 물러났다는 신라 경순왕(재위 927∼935)의 능이 그의 파란만장한 왕권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곳은 개인이 온다기보다는 단체로 많이 찾아오는 인기있는 문화관광지라고 합니다. 제가 처음 ..아니 두번째 제대로 방문한 날 역시나 서울 모 구청에서 대학생들이 주가되어 구청장님이 다녀갔는데....간단한 제례를 올렸는데 요즘 젊은이들 절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문화해설사님, 기염을 토하십니다. 주차장에도 바리케이트에 매달려 있는 지뢰란 빨간 글씨들.... 문화해설가님 등 뒤로도 지뢰란 글씨가 사적지 왕릉과 묘한 대비를 보입니다. 이번 봄, 5월에 다시 찾아간 경순왕릉을 되돌아 나오며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눈에 담아두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나라를 넘겨줘야하는 비통함, 경순왕의 운구를 경주로 되돌려 보낼 경우 흉흉할 민심을 두려워한 나머지 “왕의 운구는 100리를 넘지 못한다(王柩不車百里外).” 는 말로 죽어서도 고려땅에 묶어둔 이유로 사후에도 신라 경주로 되돌아 가지 못했던 말못할 유골의 애통함.... 조금은 알 것도 같아 가슴이 싸아해졌습니다.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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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은 작고 소박하지만...그 경계는 그런대로 넓혀두었고 청정지역이라 제절로도 깨끗해보였다. 잔디도 좋고,,,,이렇게 관리하기까지 연천군청의 손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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