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소박한 나물이 제 격이다.
요 며칠 결혼기념일이다. 어버이날이다. 조금 무리했다.
한우로 호텔뷔페로 내 속은 더부룩해졌다.
평소 나물반찬을 즐긴다는 말에 이율배반적인 행동만 했다.
오늘은 두부 한 모와 시금치 한 단으로 저녁을 차렸다.
시금치라면 뿌리가 굵고 붉고 단맛이 강한 섬초 쯤 된다면 좋으련만 ......
제 생의 마감을 앞 둔 늙은 시금치다.
어느 날부턴가 꽃대가 올라오고 대궁이 굵어져 텅-비고 키는 미나리만큼씩 큰 시금치 맛을 알아 버렸다.
시금치+미나리 같은 아삭한 맛의 나물....싸고도 양이 많고 줄기대궁이 부드럽던
시금치!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완전 늙어 본 모습을 탈피한 그런 시금치 맛은 아니고....
내 짜리몽땅한 손으로 한 뼘하고도 손가락 하나쯤 더 있는 좀 긴 길이다.
두 단에 990원!! 단도 실하다.
두 단을 싱크대에 풀어서 버겁게 씻어서 1단 정도는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고 1단은 데쳐 뒀다가 오늘 두부 한 모를 사와서 조물거려 무쳐놨다.
언제는 까나리 액젓을 즐기더나 요즘은 또 된장으로 나물 무치기에 맛들였다.
ㅎ 내가 즐기는 반찬을 모처럼 했는데 막상 남편의 막걸리를 부르는 안주가 되버렸다.